귀에 걸어도 홍보, 코에 걸어도 홍보
귀에 걸어도 홍보, 코에 걸어도 홍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7.1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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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PR매체 기자가 PR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더피알=강미혜 기자] “홍보전문가가 아닌 혁신전문가가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이지?’ 휴대폰으로 기사를 훑다 ‘홍보’라는 낯익은 단어에 절로 손이 갔다.

궁금증을 자아낸 이는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을 혁신시키기 위한 포부 내지는 계획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몇몇 홍보인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광고전문가가 어떻게 홍보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이냐’는.

조동원씨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는 유명 카피,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 슬로건 등의 역작을 남겼다.

그런 그가 대선이 있던 2012년 1월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에 영입되면서 ‘홍보전문가’로서 대중에 널리 각인되기 시작했다.

당시 홍보인들 사이에선 ‘불만’(?)과 ‘부러움’(?), ‘씁쓸함’(?) 등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정통’ 홍보인이 아닌 광고인이 홍보기획자로 발탁되는 현실, 그 직후 홍보전문가로 쉽게 포지셔닝되는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홍보를 업(業)으로 하는 홍보인들은 광고를 만든다고 해서 광고인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다재다능한 홍보인일뿐이다.

반면 광고를 업으로 하는 광고인들은 홍보활동에 참여하면 홍보인으로 쉽게 인정받는다. 이뿐이랴. 기자하다가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홍보인으로의 업종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홍보인에서 언론인이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은 일선 홍보인뿐만 아니라, 홍보(PR) 전문지를 표방하는 매체에 몸담은 기자에게도 무겁게 다가오는 고민이다.

더피알을 모르는 이와 만났을 때 “홍보 전문지”라고 소개하면 ‘전문적으로 홍보해주는 매체’라는 인식들을 갖는다. 대체 키워드로 ‘PR’을 내밀었을 때엔 ‘누군가를 피알해주는’ ‘좋게 포장해주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부차적으로 “홍보와 PR, 마케팅, 광고 등 소통을 위한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다룹니다”는 꽤 구구절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그만큼 홍보(PR)의 대중화된 의미, 전문성에 대한 인지, 전문가로서의 인정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만나온 홍보인들 가운데에는 전략과 컨설팅에 능한, ‘선수답다’라는 말이 퍽 어울리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분이 코칭하면 정부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나타나는 아마추어리즘이 조금은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 분야에서 활동하는 홍보인이 돋보이기 쉽지 않은 건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보다 홍보 업무를 맡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말장난 같은 개인적 추론이지만 몇 년간 더피알에 있으면서 느낀 바가 그렇다.

많은 홍보인들이 답답해 한다. 다들 홍보의 가치를 너무 몰라준다고.

인하우스(기업·기관)는 내부에서 홍보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어려움을, 에이전시(PR회사)는 인하우스에서 서비스 대행을 ‘헐값’에 떠넘기려는 부당함을 종종 호소하곤 한다. 그것들이 한 데 엉켜 ‘홍보 가치 절하’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 홍보 실무를 하지 않는 입장에서 한 발 떨어져 홍보계를 들여다보면, 홍보인도 홍보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듯하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다.

인하우스 홍보인은 에이전시 논리를 무시하고, 에이전시 홍보인은 인하우스를 잘 모르면서 요구만 많은 깐깐한 고객들로 여긴다.

학계에선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모두 PR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과 통찰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반대로 업계는 교수들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더피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홍보 선배’들이 나가 만든 매체가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느냐는 기업 홍보인의 뒷말, 업계지라면서 PR회사의 기를 살려주지 않는다는 불만, PR의 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담론이 없다는 학계의 쓴소리 등이 여러 채널을 통해 감지된다.

홍보 전략과 대응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기사에 대해선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어떻게 비판할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마저 들려온다. 잘했다는 칭찬만 하는 매체는 협회지나 기관지이지 PR전문지가 아닌 데도 말이다.

결국 홍보인이 홍보전문가로 바로 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인정, 존중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조력자, 거창하게 표현하면 동지애까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홍보맨들’이라고 표현한 전직 홍보임원의 말에 이제는 반기를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모래도 뭉치면 단단해진다고. 그래야 바깥에 나가서도 다른 누구보다 홍보인이 홍보전문가로 환영받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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