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전략의 YES or NO
가격인상 전략의 YES or NO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7.22 1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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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프레이밍 효과’ 고려해야

[더피알=김지헌] 얼마 전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L관장이 찾아와 도장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최근 임대료가 많이 올라 적자를 면하기 위해선 학원비 인상이 불가피한데, 학부모들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L관장은 이미 학원비를 만원 올리기로 결정했지만, 가격 인상분을 태권도 레슨비에 반영할지 현재 무료로 운행하고 있는 통원차량 이용요금에 반영할 지를 고민했다.


고전경제학에 따르면 만원의 가격인상을 레슨비와 통원차량 요금 중 어디에 반영하든 학부모들의 효용 및 가격공정성 지각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똑같은 정보라 할지라도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수신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를 고려할 때 학부모들의 가격인상에 대한 반응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이밍 효과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탈무드에 나오는 세실과 모리스의 일화를 생각해 보자. 세실과 모리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에 대한 찬반논쟁을 펼쳤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두 사람은 랍비의 의견을 묻기로 한다.

메시지 전달 방식에 따라 반응 달라져

먼저 세실이 랍비에게 “선생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괜찮나요?”라고 묻자, 랍비는 기도는 신과의 엄숙한 대화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매우 불경스러운 행동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모리스는 세실이 랍비에게 질문한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다시 랍비를 찾아가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를 해도 괜찮나요?” 이에 랍비는 기도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물론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이 일화는 메시지의 내용이 같더라도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수신자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프레이밍 효과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프레이밍 효과를 고려해 가격인상에 대한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즉, 가격인상이 부정적인 정보임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로 하여금 좀 더 가격인상을 정당한 것으로 지각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묶음상품의 가격인상이 원가상승에 기인하는 경우, 묶음상품 전체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메시지보다는 묶음상품을 분리해 원가 귀속요소에 가격인상을 표시한 형태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공정성 지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에어컨의 이전 설치 서비스를 신청한다는 것은 사용되는 파이프와 설치 서비스로 구성된 묶음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파이프의 원가가 만원 상승한 경우에는 에어컨 이전 설치비를 만원 인상하는 것(통합가격 전략)이 아니라 파이프와 설치 서비스의 가격을 분리해 파이프의 가격을 만원 인상한다는 메시지를 제시(분할가격 전략: 원가 귀속요소 가격인상)하는 것이 소비자의 공정성 지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인상이 원가배분이 가능한 직접원가(예, 원재료 가격)가 아닌 원가배분이 어려운 간접원가(예, 소득세)의 상승에 기인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가격인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묶음상품이 제공하는 주요 혜택 요소에 가격인상을 표시한 분할가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에어컨 이전 설치의 묶음상품은 설치서비스가 파이프보다 주요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을 파이프가 아닌 설치서비스의 가격인상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L관장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소비자가 태권도 도장에 등록한다는 것은 태권도 레슨과 통원차량 이용의 두 가지 묶음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L관장이 가격인상을 고려하는 이유는 원가배분이 어려운 간접원가 중 하나인 임대료의 인상이다.

소비자에 정당성을 지각시키라

따라서 L관장은 원가귀속 요소에 가격인상을 표시한 분할가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주요 혜택 요소에 가격인상을 표시한 분할 가격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태권도 도장이 제공하는 주요 혜택이 통원차량 이용이 아닌 태권도 레슨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통원차량은 계속 무료로 제공하지만 레슨비를 만원 상승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흔히 잘못된 가격전략이 공들여 쌓은 브랜드자산을 무너뜨린다고 얘기한다. 특히 오래 전부터 계획성 없이 진행되는 가격할인은 브랜드자산을 갉아먹는 경계대상 1호로 여겨져 왔으며, 이에 따라 브랜드관리자들은 가격할인과 관련된 판촉활동을 실행하기에 앞서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계획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격인상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가격인상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얼마를 인상할지에 초점을 둔 반면, 가격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듯하다. 가격인상 유·무 또는 가격인상 수준 못지않게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지각된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메시지 개발을 위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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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오리 2018-04-24 02:39:39
이해가 너무 잘되었습니다. 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