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약속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바꾸겠다”
지키지 못한 약속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바꾸겠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7.2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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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세월호 100일, 바뀐 게 없는 대한민국

24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세월호 100일’이다. 오늘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100일이 지났다.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상처와 아픔은 아물지 않고 있다. 팽목항에는 10명의 희생자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여의도와 광화문, 안산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갖가지 대책을 쏟아냈지만 말 뿐이고, 검찰과 경찰은 눈앞의 유병언마저 놓치며 국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사설들은 “100일 전 우리는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대한민국의 시계는 아직 4월16일에서 한 눈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호는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로 항해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순항은커녕 나아갈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린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잊지 않겠다고, 변하겠다고 다시 약속해야 한다.

다음은 24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24일 조간)

▲ 경향신문 = 한국의 시간은 4월16일에 머물고 있다 /자사고 문제에 딴죽거는 교육부 /후진적 열차 충돌사고 언제 끝나나
▲ 국민일보 =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월호 100일 /눈치 볼 거면 사내유보금 과세란 말을 말든가 /中서 체포된 탈북자, 정부가 나서 북송 막아야
▲ 동아일보 = 세월호 100일,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해졌나 /시진핑 '한국 중시' 진심이라면 탈북자 북송 말라 /"나의 號는 '완주'"라던 노회찬의 말장난
▲ 서울신문 = 세월호 참사 100일, 과연 이 나라 바뀔 수 있나 /검경 유씨일가 재산환수에 사활 걸라 /후보단일화, '당 따로 후보 따로' 뭐하는 건가
▲ 세계일보 = 세월호 참사 100일…무능한 檢警, 정쟁하는 여야 /야권 또 단일화, 유권자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겉과 속 다른 일본, '위안부 해결' 의지는 있는가
▲ 조선일보 = 검ㆍ경, 이래도 아랫사람 책임만 물을 건가 /또 도진 '野 단일화病', 이런 구태 도대체 언제까지 /이재정 교육감, 自私高 취소하며 학생들 비명 들리나
▲ 중앙일보 = 세월호 100일, 할 일은 안 하고 소리만 요란했다 /눈앞의 유병언 놓친 한심한 검찰 /동작을 야권후보 단일화는 정치왜곡이다
▲ 한겨레 = '세월호 100일', 망각과 기억의 갈림길에 서다 /지시는 대통령, 책임은 경찰 /몰상식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흔들기
▲ 한국일보 = 세월호 참사 100일, 방향조차 잡지 못한 국가혁신 /경제 살리려면 '고용 살리기'부터 시작해야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시늉만 내지 않도록
▲ 매일경제 = 국회는 경제살리기 핵심法 빨리 통과시켜라 /朴대통령 창업격려가 허전하게 들리는 까닭 /국민 절망에 빠뜨린 檢ㆍ警 무능 수뇌부가 책임져야
▲ 한국경제 = 곳간부터 헐고보자는 정부ㆍ여당, 정말 그것밖에 없나 /배출권 거래제, 꼼수 부리지 말고 원점서 재검토하라 /SW교육, 학교 현장은 준비 서둘러라

경향신문은 ‘한국의 시간은 4월16일에 머물고 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100일 전 대한민국은 경악했다. 전시에도 있을 수 없는 어린 학생들의 집단 참사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세월호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온갖 물리적·제도적·구조적 요인을 이미 안고 있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봤고, 배와 함께 가라앉은 304명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정부를 봤다. 비통하고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국민은 뜻을 모았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고”라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시간이 2014년 4월16일 이전과 이후, 즉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안의 세월호’를 직시하는 계기가 됐고, 더 이상 ‘또 다른 세월호’가 출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주었다. 안전이나 행복보다 효율이나 이윤에 치중했던 과거에 대한 사회적 맹성의 산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사과와 함께 약속한 ‘국가 개조’가 바로 그런 가치 대전환 수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또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의 시계는 어디에 있는가. 안타깝게도 4월16일에서 한 눈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참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가리는 진상규명의 시곗바늘부터 작동불능 상태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체포작전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검경이 심혈을 기울였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에 실패한 것은 기울어가는 세월호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세월호 참사 100일, 방향조차 잡지 못한 국가혁신’이란 사설을 통해 “세월호 사고로부터 100일, 대한민국호(號)는 참사 이전과는 다른 ‘안전한 나라’로 항해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니오’다. 순항은커녕 나아갈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 10명의 주검을 고집스레 그러안은 채 뻘 속에 처박혀 있는 세월호를 빼 닮았다”고 전했다.

이어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며 약속한 ‘국가혁신’의 현주소다. 궁여지책으로 유임된 정홍원 총리가 ‘범국민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혔지만, 분과별 과제만 제시됐을 뿐 구성과 운영방식 등은 여전히 모호하다. 2기 내각 구성 과정에 청와대의 인사 실패가 되풀이되는 동안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충돌,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강원 태백 열차 충돌 등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들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또 “국회의 직무유기도 심각하다. 유족들이 단식농성까지 하며 호소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는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 부여 논란으로 공전하고 있다. 여당은 수사권 부여가 전례가 없고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특별검사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도 해경과 소방방재청 해체를 둘러싼 논란만 무성할 뿐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피아의 온상인 부정청탁 일소를 위한 일명 ‘김영란법’도 사소한 신경전에 발목 잡혀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100일, 할 일은 안 하고 소리만 요란했다’라는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사회 각계각층은 세월호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100일간 우리가 뭘 했나 돌아보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 수준’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 법안은 여의도 정쟁판에서 표류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역시 나아지지 않아 사고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100일을 맞아 한 조사업체가 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세월호 이후 정부에 더 불신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빈약한 우리 사회의 신뢰자본이 더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해경·군의 구조활동은 엉망이었고 청와대·관계부처는 허둥지둥했으며 검·경은 죽은 유병언을 지척에 두고 40여 일간 사상 최대의 수색작전을 펴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땅에 떨어진 국가신뢰도를 높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유·무형의 갈등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100일’, 망각과 기억의 갈림길에 서다’라는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꽃다운 넋들을 죽게 만들었는지 책임을 묻는 일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참사를 잊지 않겠다면 특별법 제정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세월호 참사 100일, 과연 이나라 바뀔 수 있나’라는 사설에서 “세월호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여야가 내놓은 법안이 190건에 이르지만 공포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이후 후속 대책 27건을 쏟아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감감무소식이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맹골수도를 떠돌 10명의 영혼과 땅에 묻힌 294명의 희생만 안타깝다. 벌써 이럴진대 몇 년 후면 한바탕의 소동쯤으로 잊힐까 걱정스럽다. 과연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한계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진정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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