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박수경 신드롬’, 언론은 책임 없나
어이없는 ‘박수경 신드롬’, 언론은 책임 없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7.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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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이후 연일 자극적 보도…급기야 ‘팬클럽’까지 등장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팬클럽이 하나 개설됐다. 흔히 볼 수 있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의 팬클럽이 아니다. ‘미녀쌈짱 박수경 팬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와 함께 검거된 박수경 씨의 팬클럽이다.

팬클럽 대문에는 지난 25일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박 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당시 박 씨의 모습을 묘사한 기사가 담겨 있었다. 비공개로 설정된 이 팬클럽에는 28일 오후 5시 30분 현재 9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다만, 이 팬클럽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름을 ‘불꽃돼지 유대균 팬클럽(구 미녀쌈짱 박수경 팬클럽)’이라고 바꾸고 박 씨의 사진도 내렸다.

▲ 지난 25일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된 박수경 씨(가운데) ⓒ뉴시스

이같은 팬클럽이 개설된 이유에는 언론에 포착된 박 씨의 인상적인 모습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표정이었던 유대균 씨와는 달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종일관 꼿꼿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무도인으로 활동했다는 박 씨는 비교적 수려한 외모도 갖추고 있었다.

박 씨의 팬클럽이 개설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의 반응은 곱지 않다. 페이지 가입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박 씨는 엄연히 수배를 받고 체포된 인물이다. 죄의 여부는 법이 판단하겠지만 말이다.

상당수의 언론들은 ‘박수경 팬클럽’에 대한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담은 기사들을 내보냈다.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같은 ‘신드롬 아닌 신드롬’을 언론이 부채질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언론은 박 씨가 체포된 지난 25일 이후부터 그에게 포커스를 맞춘 보도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미녀 호위무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가 하면 과거 태권도 선수와 심판으로 활동했던 경력, 심지어 출신 학교와 키까지 보도의 내용이 됐다.

급기야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내연관계 의혹’, ‘무슨 사이?’ 등의 표현들이 이어졌다. 재력을 가진 종교지도자의 장남과 미녀 호위무사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약 3개월간 오피스텔에 은신해 있었다는 점이 언론을 비롯한 호사가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원파 측은 이들의 내연관계설, 혹은 연인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박 씨가 현재 이혼소송중이며 두 아이의 엄마라는 보도도 나왔다. 박 씨 남편이 과거 한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도 재조명됐다. 정작 박 씨 본인은 언론을 향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같은 ‘신상털기’식 추정보도는 계속됐다. 이쯤되면 ‘마녀사냥’인지 ‘스타만들기’인지 헛갈릴 정도다.

문제는 박 씨에 대한 지나친 언론의 관심이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박 씨는 수배 중이었던 유대균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박 씨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짊어져야 할 핵심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 씨 개인의 신상은 사고 원인규명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단언컨대 가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 씨의 얼굴이 가려지거나 모자이크 처리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강호순 유영철 등 연쇄 살인범들 얼굴은 모자이크처리 하니 안하니 그랬으면서 유대균 박수경 얼굴은 왜 저렇게 ? 왜죠?”라는 글을 남겼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희대의 연쇄살인범의 경우에도 현장검증에서 모자를 씌우고 마스크를 쓰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얼굴 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단순 범인 은닉죄에 얼굴을 공개한 것은 확실히 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 의원은 “언론이 박 씨 얼굴을 공개한 것은 공익적 목적보다는 박 씨의 미모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언론이 이를 반박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하 의원의 이같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본질이 아닌 지엽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행태가 제발 자제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진도에는 열 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가족 잃은 슬픔을 짊어져야 할 유족들은 사건의 진실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은 이들의 존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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