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고객 발길 잡는 ‘매장음악의 세계’
음악으로 고객 발길 잡는 ‘매장음악의 세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7.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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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성장 중…“목표 소비자 연구 선행돼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어느 날 저녁, 한가로운 사색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위해 대학가 카페를 찾았다고 상상해보자. 깔끔한 인테리어와 잘 로스팅 된 원두커피 향기에 당신의 기분도 한껏 ‘업’될 것이다. 그러나 감미로운 어쿠스틱 기타나 피아노 소리 대신 구수한 ‘고속도로 뽕짝’, 혹은 귓가를 강렬히 때리는 헤비메탈 사운드가 들려온다면? 커피를 주문하기도 전에 당신은 카페 문을 열고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물론 극단적인 예지만 업종과 상황, 시간에 어울리는 음악 선곡은 직접 고객을 맞이하는 매장 마케팅에선 필수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브랜드별 아이덴티티를 살린 매장음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매장음악 서비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업주라면 자신의 업종에 맞는 적절한 음악을 선곡하기란 쉽지 않다. 매장음악 서비스는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작권법 강화로 인해 아무 음악이나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매장음악 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일례로 지난해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은 공연권 제한 대상을 축소하고 음반의 정의에 디지털 음원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매장음악 서비스 산업의 대표적 기업으로는 샵캐스트와 플랜티넷, KT뮤직, 원트리즈뮤직 등이 꼽힌다. 이정환 샵캐스트 대표는 지난해 시장규모를 약 2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 대표는 “국내 매장음악 서비스는 2005년 처음 시작됐으며, 2007년 저작권법 개정 이후 급성장 했고 최근 3년간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매장음악은 카페를 비롯한 식음료 매장이나 의류매장 등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백화점 같은 유통업체부터 은행, 심지어 병원과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샵캐스트의 경우, 엔젤리너스커피와 던킨도너츠 같은 식음료 업체를 비롯해 세븐일레븐과 다이소 등 유통업체, 그리고 서울시청과 용산구청 등 관공서에도 매장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음악 서비스는 단순히 음악을 제공하는 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상당수 업체에는 선곡전문가들이 배치돼 장르별·업종별로 다양한 음악채널을 운영한다.

이정환 대표는 “일반적으로 ‘음악채널’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및 매장운용사에 맞는 ‘100% 맞춤형 뮤직 마케팅’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며 “보통 매장에서는 최신곡만 틀기 쉬운데 시간대 및 매장성격에 맞는 채널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문 뮤직마케팅 서비스 도입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객들의 매장 체류시간과 방문량의 증가를 확인하고 먼저 적극적으로 제안한다”며 “예를 들어 ‘지난 2달 동안 이런 음악이 나가 손님들의 매장 체류 시간이 높아지니 이젠 자사 로고송을 중간 중간 삽입해 흥얼거리는 방법 등을 제안해 달라’는 식”이라고 했다.

노종찬 원트리즈 뮤직 대표는 “현재 리테일 마켓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음악만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클라이언트가 내방객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개방형 저작물로 저작권료를 절감하고 발생하는 잉여자금을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방송 스튜디오부터 자체제작 매장음악까지

기업별로 매장음악을 운영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커피 프렌차이즈 기업인 카페베네는 청담동 본사점에 음악방송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7080세대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음악다방’의 현대판인 셈이다.

▲ 카페베네는 서울 청담동 본사점에 음악방송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카페베네)

카페베네의 음악방송은 현재 전국 900여개 매장에서 낮 12시부터 2시까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매일 4시간씩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자사 홈페이지와 실시간 문자 참여를 통해 고객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접수받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건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2010년 7월부터 시작한 카페베네 음악방송은 과거 카페의 DJ를 연상시키며 신청곡과 고객들이 보내준 사연을 소개한다”며 “다른 곳에서 경험 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해 하나의 문화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재오픈한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웨스트(WEST)는 ‘뮤직살롱’이라는 콘셉트로 층별,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 3층의 경우에는 음원 충돌 없이 특정 존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플레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층은 활기와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최신 팝과 경쾌한 팝 재즈를, 2층은 고급스러움이 강조되는 소프트 라운지와 퓨전재즈를 선곡하는 식이다. 같은 층에 위치한 란제리 존은 로맨틱을 콘셉트로 한 프렌치 팝과 보사노바를 들려준다. 전 층에서 똑같은 음악이 나오는 기존 백화점 매장음악과는 다른 시도다.

여기에 세계적인 음향업체 보스(BOSE)의 스피커 283대를 매장에 배치해 음질 면에서도 차별화를 뒀다. 명품관에 걸맞은 ‘명품 매장음악’이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매장음악을 산하 매장에 보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방식은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글로벌 커피 프렌차이즈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예다.

스타벅스의 매장음악은 전용 CD플레이어에서만 청취가 가능한데 3~6개월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음악을 플레이할 수 없다는 것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음원은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아울러 스타벅스 측은 “장르는 신인 및 기성 음악가를 망라해 커피에 어울리는 재즈, 팝, 클래식 등으로 다양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의 컨템포러리 팝음악과 재즈를 가장 많이 플레이하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매장음악은 따로 마니아들이 존재할 정도로 음악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듣고 있는 음악을 즉석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스타벅스 측은 전했다. 글로벌 SPA 패션 브랜드 자라(ZARA)도 스페인 본사로부터 매장음악을 제공받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빙수송’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자체 매장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난해 악동뮤지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콩떡빙수’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처음 공개된 후 온라인 음원사이트에도 진출해 차트 1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팥빙수’로 유명한 뮤지션 윤종신과 함께 ‘눈송이 빙수’라는 곡을 선보였다. 자사 제품인 눈송이 우유빙수를 주제로 한 이 곡은 윤종신이 직접 가사와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은 지난 6월 24일 파리바게뜨 매장을 통해 공개됐다.

“음악은 소비자 구매행동에 직접적 영향 미쳐”

던킨도너츠는 기존의 매장음악과 자체 제작 매장음악을 함께 선보이고 있는 케이스다. 샵캐스트를 통해 매장음악을 송출하고 있는 던킨도너츠는 그간 ‘몽키 바나나 송’ ‘던카치노 송’ 등 다양한 브랜드 송을 매장에 플레이하면서 자사 제품을 알리는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가수 윤하와 칸토가 참여한 브랜드 송 ‘올 데이, 에브리 데이(All-day, Every day)’를 공개했다.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특징인 이 곡은 던킨도너츠의 다양한 메뉴와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댄스버전과 어쿠스틱 버전으로 제작돼 전국 매장에서 고객들을 만난다.

▲ 파리바게뜨는 뮤지션 윤종신과 함께 ‘눈송이 빙수’라는 곡을 선보였다.(사진제공:파리바게뜨)

적절한 매장음악은 마케팅의 측면에서 과연 어떠한 효용성을 가져올까?

심리마케팅 전문가인 범상규 건국대 교수는 “장소나 시간에 따라서 음악에 대한 선호정도 역시 달라지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백화점에서 오전 시간대에 요즘 잘나가는 팝송을 틀거나 맥주집에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트는 경우는 상황과 무드를 적절히 반영시키지 못한 사례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감성을 부정적으로 자극시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범 교수는 “음악은 제품의 품질을 인식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분당 72비트의 느린 팝이나 빠른 클래식 곡일수록 상품의 품질을 더 좋게 인식한다. 심박수가 분당 72비트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감정과 정서야말로 음악을 통해 깨닫게 되기 때문에 매장음악은 방문객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매장음악 선택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범 교수는 “음악은 매우 손쉽게 소비자들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경향이 매우 다를 뿐 아니라 그 정도도 매우 크기 때문에 목표 소비자들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장음악의 미래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종찬 대표는 “저작권료 상승이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보다 투명하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면서 매장음악 시장은 급성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환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일찍부터 매장음악 시장이 자리 잡은 일본의 경우, 지난해 1조2000억원(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정상적인 저작권 문화가 만들어지면 매장음악 서비스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5년 뒤에는 2000~3000억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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