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큰 아버지 위한 트잉여의 변, 선거판을 바꾸다
머리 큰 아버지 위한 트잉여의 변, 선거판을 바꾸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7.3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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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당선인 딸 ‘랜선효녀’…“디스와 덕력으로 승부했다”

“이 계정은 오로지 머리가 크고 못생겨서 유명해지지 못한 박광온 씨가 트위터에서나마 유명해지길 바라며 트잉여인 딸이 드립을 쳐 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뿐”

“보좌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님이 모시는 그분이 생각보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검색도 잘 안 합니다. 아버지가 화제성이 있으면 지금쯤 제 트윗이 알티(리트윗·글을 공유하는 것)가 엄청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버지...(눈물)”
-@snsrohyodo의 트윗 中-

▲ 박효도(필명)씨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 이미지. (오른쪽부터)계정 오픈 초기 프로필, 현재 프로필 이미지.(사진출처:해당 트위터 캡쳐)

[더피알=안선혜 기자] 이번 7·30 재·보궐 선거에서 ‘SNS로 효도란 걸 해보겠다’며 돌연 트위터에 등장, 랜선 세계를 평정한 인물이 있다. 수원 정 지역구에 출마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딸이다. 남다른 잉여력과 재기발랄함으로 당시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던 박 후보를 단숨에 실검(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려놓았고 결국 박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유일한 수도권 지역 당선자가 됐다.

박 당선인의 승리가 오롯이 딸의 지원 때문이라 할 수는 없지만, 박 후보의 딸이 여러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지난 6·4 지방선거로부터 이어온 자녀 파워를 보여줬다는 건 간과할 수 없는 사실. 일명 ‘랜선효녀’로 불리며 박 당선인의 수도권 생존에 단단히 한몫을 한 박효도(필명, 트위터 계정 @snsrohyodo)씨와의 서면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박효도씨의 넘치는 드립력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문답 형식을 빌린다.)


-아버님 당선에 상당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이미 트윗을 통해 잉여력 넘치는 당선소감을 밝혔지만, <더피알> 독자들을 위해 한 번 더 잉여력을 발휘해 달라.
이미 트위터를 통해 밝혔듯, 선거를 캐리(승리로 이끌었다는 의미로  게임 유저들이 쓰는 용어)하는 것은 트위터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근데 더피알이라니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이런 드립력은 어디서 키웠나. 드립력을 높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정치인의 딸이 아버지를 디스(공격)하고 덕력(오타쿠, 소위 오덕의 공력)을 내세우는 구도가 신선했기 때문에 드립이 조금 재미있어 보일 수도 있었던 것이지, 이 특수한 구도를 배제하면 그리 특출 나게 재미있는 드립이 아니다. 아직 인터넷 중수이기 때문에 드립력을 논할 계제가 못 된다.

▲ 박광온 후보가 당선된 후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의 엔딩 장면을 패러디해서 올린 당선 소감 이미지.(사진출처:해당 트위터 캡쳐)

-처음 snsrohyodo 계정을 오픈했을 때 보좌진들이 말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전화까지 했다던데 어떤 말을 하던가.
‘이런게 아버지한테 별로 안 좋을 수가 있어요. (다른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식들 발언 때문에 공격 받고....’(보좌관) ‘그럼 닫을까요?’(박효도)
‘네 그래주세요.’ ‘네 알겠습니다.(다시 계정을 연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시켰는지. 사전에 전혀 협의 없이 시작한 건가?
애초에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얻는 것에 비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협의했을 시 절대로 통과될 수 없는 기획이었다.

-다행히 재기발랄한 트윗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결과적으로 홍보에 도움이 됐지만, 자칫 자그마한 말실수에도 역풍을 맞기 쉬운 게 SNS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었다면?
믿을만한 주변인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계정을 운영하는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계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뒤로는 작은 실수 하나가 아버지와 가족은 물론이고 캠프와 캠프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한 개의 트윗을 올릴 때 오십 번 정도 곱씹어 보고 올렸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으면 절대 올리지 않는 원칙이 있었다. 트위터는 손끝에서 나오는 대로 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서비스인데, 이 정도면 상당히 강력한 자기검열을 한 셈이다. 선거 PR의 지난함을 새삼 느꼈다.

-인디밴드에 소속된 공연기획자라고 알려졌는데, 트위터를 보니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있더라. 어떤 곳을 희망하나?
질이 좋거나 재미가 있는, 매력을 가진 콘텐츠를 다루고 싶다. 그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든, 또는 파는 일이든.

-뛰어난 계정 운영능력을 보였는데,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서 섭외는 없었나.
효도하다가 회사 잘릴 것 같으니 제발 좀 데려가라고 신비감 떨어지게 메일계정까지 만들었는데 인터뷰 요청만 주구장창 오고 있다.

-자신을 슈퍼불효녀라 지칭한 이유가 대표적으로 직업 때문이라 밝힌 바 있는데, 그럼 부모님이 따로 가길 원했던 분야가 있는 건가?

딱히 정해진 분야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수입과 미래가 불안정한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으셨던 것 같다.

-본인의 트윗이 이렇게 호응을 얻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몇몇 후보의 아들들도 트윗을 했었는데, 자신의 트윗은 이와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보나?
트위터라는 서비스의 맥락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

트윗에 대한 응원이 대다수를 차지했겠지만, 때론 악플도 있었을 것 같다. 악플에 대처하는 박효도씨의 자세는?
어떤 심리 전개로 악플이 달렸는지를 유추해 보고 유용한 데이터가 나올 경우 보완해서 PR에 활용한다.

-아버지가 당선되셨으니 SNS로 효도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이룬 셈이다. 앞으로는 어떤 효도를 하고 싶나.
건실한 회사원이 되어 일 열심히 해서 저금한 돈으로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는 효도를 해 보고 싶다.

-박광온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계정을 운영하는 중 출근시간에 버스를 타 보고 교통 공약에 대해 언급하려고 한 적이 있는데,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실패했다.
no jam no stress(제지기업 Double A의 광고 카피, 막힘이 없어 스트레스가 없다는 의미) 노잼(jam은 교통 체증을 의미하기도 함)도시 영통을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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