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새정치연합, 죽어야 산다
위기의 새정치연합, 죽어야 산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8.01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솎아보기]밑바닥부터 고민하고 野性 회복해야

1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위기의 새정치연합’이다. 7·30 재·보선에서 대패한 새정치민주연합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31일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수원병 재·보선에서 떨어진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를 꾸렸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사설들은 “이왕 무너진 김에 바닥부터 제대로 혁신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시늉에 그치지 말고 제대로 된 쇄신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피터지게 싸워서 야성(野性)을 회복하고 진보적 담론을 세우고, 새 인물을 키우고, 계파갈등을 없애야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새정치연합은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시늉만의 쇄신으로는 닶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죽어야 산다”고 말했고, 한국일보는 “낡고 좁은 인식부터 버리고 민심 난독증(難讀症)을 타파해야 제1야당 재건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 떠나는 자와 남는 자 =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박영선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1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1일 조간)

▲ 경향신문 = 새정치연합, 시늉만의 쇄신으로는 턱없다 /새누리당의 '탈(脫)세월호' 시도는 민심 오독이다 /가혹행위로 사람 죽이는 군대에 어떻게 자식 보내나
▲ 국민일보 = 상대 자책골 덕본 與, 국민 뜻 깊이 새겨라 /새정치연합 지도부 교체로만 끝날 일 아니다 /4대강 로봇물고기 애초부터 웃음거리더니
▲ 동아일보 = 안철수 김한길 퇴진만으론 '도로 민주당' 된다 /재ㆍ보선 끝나자마자 '공공기관 개혁' 꼬리 내리나 /구타, 잠 안 재우기…아직도 이런 군대가 있다니
▲ 서울신문 = 새정치민주연합, 죽어야 산다 /지역주의 타파 이제부터 시작이다 /막장 병영문화 군대가기가 겁난다
▲ 세계일보 = 새정치연합, '국민 위한 정치'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새누리당, 승리에 취해 독배 들이켜는 일 없기를 /아르헨티나 13년 만에 또 디폴트, 강 건너 불인가
▲ 조선일보 = 시대 변화 못 읽는 野, 이대로는 미래 없다 /이참에 지역주의 허물 선거구제 개편 公論化해야 /병사 학대 뿌리 뽑지 못하면 누가 軍隊 가고 싶겠는가
▲ 중앙일보 = 새정치연합, 당을 새로 만든다는 각오로 혁신해야 /민심은 지역주의의 종식을 요구한다 /국민은 세월호의 메시지를 잊지 않고 있다
▲ 한겨레 = 야당,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라 /이정현 당선과 영호남 지역주의 /일본의 약탈 문화재 환수, 꼼꼼하고 끈질기게
▲ 한국일보 = 제1야당 재건, 낡고 좁은 인식부터 버려야 /제조업 위기 장기화…혁신적 대책 시급하다 /'유병언 음모론' 부추긴 檢ㆍ警 헛발질 수사
▲ 매일경제 = 향후 20개월 경제회생의 마지막 기회다 /삼성전자마저 비상경영 워크숍 갖는 기업 상황 /水公 4대강 8조원 빚 해결 정부가 책임져야
▲ 한국경제 = 한국판 아베노믹스? 구조개혁이라야 경제 살린다 /"정치를 제발 정상적으로 해달라"는 7ㆍ30 민심 /관계형 금융? 금융은 돈 나눠주는 게 아니다

한겨레는 ‘야당,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라’라는 사설을 통해 “3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져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될 때만 해도 유권자의 기대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관록과 전통에 새정치연합의 참신함이 합쳐져 새로운 야당 상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나타난 모습은 반대였다.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각자의 단점인 ‘무능함과 아마추어리즘’이 결합한 지리멸렬한 야당이었다. 야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로 기록될 7·30 재보궐선거 결과는 이런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가혹한 심판이었다”라고 혹평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싫지만 야당은 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정서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다운 선명성이나 치열함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참신함과 전문성도, 민심을 끌어당기는 섬세하고 치밀한 전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이명박 정권 때부터 줄곧 실패를 거듭해온 ‘정권 심판론’의 낡은 구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판 전체를 아우르는 의제나 담론 하나 변변히 내놓지 못한 정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줄 리 없다. 여기다 밀실공천, 수첩공천, 돌려막기 공천은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야당은 이제 선거 패배의 폐허 위에서, 그것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였다. 야당은 우선 ‘질서있는 혁신’ 따위의 생각부터 접는 게 좋을 듯하다. 어차피 상당기간 혼돈은 불가피하다. 그것을 무의미한 혼돈이 아니라 창조적 혼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야당의 숙제다. 피를 흘려가며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오히려 안온하게 말로만 혁신을 외치는 것보다 백번 낫다. 다만 개인이나 계파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지 않는 싸움의 자세는 견지해야 한다. 앞으로 1년8개월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워서 야당에 걸맞은 진보적 담론을 세우고,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야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제1야당 재건, 낡고 좁은 인식부터 버려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제1야당이 7·30재보선 참패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 파괴력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체제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최고위원들도 공동책임을 지고 총사퇴 했다. 경기 수원병에서 완패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재보선 참패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헌당규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를 꾸렸지만 어디서부터 가닥을 잡아 나갈지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당 내에서는 책임론이 들끓고 패배주의와 자괴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어 “제1야당의 재건은 참패 원인 규명과 뼈를 깎는 반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당 안팎에서는 ‘공천파동’을 부른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재보선 참패의 제1요인으로 꼽는 견해가 많지만 더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은 민심 난독증(難讀症)이다. 입만 열면 민심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아전인수 식으로 왜곡한 데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또 “19대 총선 공천과정이나 지난 대선 때도 제1야당은 결정적인 순간에 민심과 동떨어진 선택을 함으로써 유리한 판세임에도 대세를 그르쳤다. 6·4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먹혀 들지 않았는데도 이번 재보선에서 똑 같은 레퍼토리에 집착한 것도 새정치연합이 민심의 흐름을 읽는 데 무디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새정치연합의 민심 난독증은 과거 운동권 중심의 좁은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앞으로 다른 지도체제를 출범시킨다 해도 그런 낡고 좁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다시 민심의 흐름을 놓치고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새정치연합, 시늉만의 쇄신으로는 턱없다’라는 사설에서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한 뒤 매번 성찰과 쇄신은 실천 없는 공허한 깃발로만 나부꼈다. 세월호 사고 덕분에 겨우 패배를 면한 6·4 지방선거 성적을 받아쥔 뒤에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안주하지 않고 각고와 쇄신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으나, 각고와 쇄신은 없이 제1야당의 울타리 기득권에 안주했다. 7·30 재·보선이 정부·여당의 실정보다 야당의 무능을 심판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래서 사필귀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와 인사 실패 등에 분노한 국민이 알아서 정부·여당을 심판해주리란 기대 말고는 선거 전략이랄 게 없었다. 세월호 후속조치와 민생 문제 등에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세월호 심판’을 외치면서도, 세월호특별법 협상 등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여당에 끌려다녔다. 새누리당이 자신들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새정치연합의 ‘공천 참사’를 꼽는 것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새정치민주연합, 죽어야 산다’는 사설에서 “새정치연합의 참패 원인은 한마디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정 발목잡기로 일관하던 야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생을 더욱 외면하고 정쟁에 매달려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자세로 당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자세로 대대적인 당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시대 변화 못 읽는 野, 이대로는 미래 없다’는 사설에서 “여(與)와 야(野)는 한국 정치가 온전히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두 날개다. 그 한 축이 지금 붕괴 직전의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견제와 균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정치 체제는 특정 세력의 일방적 독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위기를 벗어나는 데 지름길이 있을 수 없다. 판에 박힌 야성(野性)만 강조하는 소수 지지층의 닫힌 시각을 뛰어넘어 국민 다수의 상식에 다가가면서 국가를 경영할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는 것이 야당이 되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