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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소문 사이, 여론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정보와 소문 사이, 여론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8.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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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와 찌라시①] 배타적 정보로서의 가치 낮아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비밀 누설 의혹,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 치료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위독설, 걸그룹 포미닛 멤버 현아의 합성 누드사진…. 정·재계와 연예계를 막론하고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이들 사건엔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찌라시’라는 이름이다. 기업의 입과 귀 역할을 하는 홍보팀에게 찌라시는 그래서 ‘필요악’이다. 여론동향을 파악하는 정보의 창구가 되지만, 동시에 허위사실이 퍼져나가는 골치 아픈 채널이기도 하다. 홍보와 찌라시, 과연 어떤 관계일까?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에선 찌라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상히 그려내고 있다. ‘정보맨’이라 불리는 각 분야 선수들이 밀폐된 공간에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한다. 하나 둘 씩 자기 패(정보)를 꺼내 서로 간 공유하는데, 경우에 따라선 계산된 허위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그런 비밀스러운 과정을 거쳐 나온 이야기들이 제작자에 의해 정리, 배포되면 흔히 말하는 찌라시가 되는 것이다.

영화 속 찌라시는 고급정보의 은밀한 뒷거래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요즘 찌라시는 배타적 모임을 통하지도, 고급정보의 보고(寶庫)로써의 큰 의미도 갖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찌라시 생리를 잘 아는 PR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 쯤엔 (영화 내용처럼) 기업정보 담당이나 국가기관 선수들, 대관쪽 인사들이 사적으로 만나서 각자 정보를 트레이드(교환)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찌라시는 시중에 떠다니는 이야기들을 정보보고 형태로 모아놓는 식이거나 확인되지 않는 풍문을 담은 내용이라 그만큼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찌라시로 명명되는 문건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하나는 파일 형태의 사설정보지이고, 또다른 하나는 ‘받은 글’이라는 제목과 함께 뿌려지는 토막글이다. 흔히 확인되지 않는 소문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찌라시의 개념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사설정보지는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면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표지와 목차를 갖추고 정계, 재계, 관가, 사회·언론계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일종의 리포트다. ‘정기간행물법 등록업체’라는 점이 명시돼 있는 만큼 합법적으로 정보유통을 비즈니스화한 셈이다. 가격은 개인 월 50만원, 법인은 월 100만원 선.

고급정보로서의 가치 상실한 정보지

이런 사설정보지에는 대개 ‘외부 유출시 심각한 명예훼손을 야기할 수도 있는 내용’ ‘유출로 인한 법적 책임은 회원에게 있음’ ‘대외秘(비)’ 등의 문구가 적시돼 있다. 언뜻 일급정보가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크게 새롭지는 않다. 모 일간지 중견기자는 “묶어서 나오는 정보지는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정리한 수준”이라며 “대부분 정보보고를 통해 신문사 자체적으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보니 기자들도 참고를 잘 안한다. 취재소스로써의 가치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기업 홍보팀 입장에서도 정보지의 활용성이 그다지 높진 않다. 과거엔 여론동향을 파악해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기능으로, 또 경쟁사 분위기를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모 대기업 홍보임원은 “예전엔 (정보지를 통해) 일차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기자 등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해 사장 보고와 함께 필요시 주·유관 부서와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참고용일 뿐”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도 “과거 찌라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조각들이 개미처럼 붙이고 붙여져서 전체적으로 그 내용들을 크로스체킹하면 꽤 신뢰도가 높은 정보가 됐다”면서 “반면 보고서 형태의 최근 정보지는 형태는 정제돼 있어도 내용은 피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정보지에는 기업 관련 핵심 정보가 실릴 수 없다는 현실적인 지적들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정보 생산과 유통 프로세스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영화처럼 각 기업 내부 인사들이 사모임을 통해 ‘진짜 정보’를 맞교환하곤 했다. 물론 사전에 사내 보고를 통해 선택된 정보로, 공유 가능하다고 승인 받은 것들이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소스들이니 퀄리티나 신뢰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이런 정보들은 오프라인상에서 종이 형태로 유통되면서 보고 난 후엔 추가 유출을 우려해 분쇄시키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기업 간 정보공유를 위한 사모임이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가동해 고급 정보를 수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회사 내에서 정보팀이나 대관팀을 통해 CEO 및 핵심 임원들에게만 공유되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질 일이 거의 없다. 정보지에 실릴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정보지에 실린 내용들이란 게 (기업) 바깥에서 본 내용, 업계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이다 보니 CEO나 핵심 임원들이 갖고 있는 알고 있는 정보와는 질적으로 수준 차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PR업계 한 관계자도 “정보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뻔하다”며 “옛날엔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카페만 좀 돌아다녀 봐도 그보다 더 신선한 내용들이 많다”고 효용성에 의문을 표했다.

▲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에선 찌라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사진은 <찌라시:위험한 소문>의 한 장면.

더욱이 지금의 정보지는 이메일을 통해 공유되면서 배타적 정보로서의 가치도 현격히 낮아졌다. 사설정보지를 구매하는 한 명이 자신의 지인 한 명에게만 그 내용을 ‘토스’ 해도 순식간에 그 숫자가 100명, 100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의 희소성은 나만, 혹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성립되는 것인데 지금의 정보지는 업계 웬만한 사람은 다 받아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냐”며 “정보지가 더 이상 정보지가 아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위험한 소문’의 근거지로 지목되는 찌라시는 대개 단건으로 돌아다닌다. 흔히 말하는 ‘증권가 정보지’도 이에 해당된다. 주로 ‘받은 글’로 시작해 ‘~했음’ ‘~했다 함’ 등의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이같은 문체를 사용하는 것은 유사시 책임져야 할 일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풀이된다. 유통 경로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증권가 찌라시, 증권가 작품이 아니다?

최근엔 무료 모바일 메신저가 주된 확산 통로로 이용된다. 내용의 신빙성이라던지 출처 확인은 어렵다. 당연히 기사화되는 일도 드물다. 다만 알음알음으로 퍼져나가 ‘카더라 통신’과 같은 소문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소문이나 뒷담화는 사람 심리를 자극하며 말초적 재미를 안긴다. 거짓풍문이라 하더라도 남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일종의 희열도 느낀다. 찌라시가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특히 홍보인과 같이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람들에 있어선 ‘찌라시=정보력=능력’이라는 공식(?)도 만들어진다. 모 기업 홍보 담당자는 찌라시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마약같은 콘텐츠”라고까지 표현하며 “여러 소스를 통해 다양하게 (찌라시를) 받고, 궁금한 점에 대해 주변 채널을 통해 확인 가능한 사람이 유능한 홍보인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단문 찌라시의 특징은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의 사생활이 단골 소재다. 실명도 거론된다. 정계나 재계쪽 역시 사람 이야기를 담은 찌라시가 주목도가 높다. PR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관련 이야기는 고급정보도 없고 크게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요즘은 개인 이슈로 가는 게 (찌라시의)트렌드인 것 같다”며 “정·재계 인물의 거취, 사생활, 감사 여부 등이 찌라시에 뜨면 퍼지는 건 순식간이다. 드물지만 스캔들 역시 굉장히 임팩트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 정보지는 말 그대로 증권가에서 작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세간의 오해 아닌 오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정보 수집 및 주가 관리를 목적으로 정보지(찌라시)를 작성하기 때문에 주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정·재계 이슈에 초점을 맞춘다. 연예계 내부의 디테일한 이야기는 알 수도, 특별히 개인사에 관심을 둘 이유도 없다.

연예계 찌라시는 대부분 연예부 기자나 연예계 관련자들, 가령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와 같은 이들의 입을 통해 최초 발설된다. 대개 가십성으로 오르내리다 그 내용들이 ‘글빨’ 되는 사람들에 의해 정리, 확산되곤 한다. 홍보인 역시 찌라시 정리의 한 주자로 꼽힌다.

실제 찌라시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는 한 기업 홍보인은 “연예계 찌라시는 주로 스포츠/연예지 기자들이 홍보담당자들을 만나면서 시작된다”며 “자주 만나지 않는 관계다 보니 유대감을 만들기 위해 그쪽(연예계)에서 소스를 던져준다. 이후 홍보인들이 정리해 주변인에게 정보성 혹은 재밋거리로 전달하는데 그것이 삽시간에 찌라시 형태로 돌아다니는 일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외 ‘억하심정’을 가진 실제 연예계 종사자들이 의도성을 갖고 직접 뿌리는 일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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