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안선혜 기자]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4월 사망한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윤모(23) 일병에 관한 이야기다.
군인권센터가 지난달 31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밝힌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 일병이 부대에서 당한 폭행은 너무나 잔혹하다. ‘이래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냐’는 부모들의 외침이 결코 과하지 않은 정도다.
그런데 더 가혹한 일은 따로 있다. 사건이 보도된 오전부터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이다.
이들 기사의 제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일병 사망, 상상초월 가혹행위 ‘성기에 안티프라민까지 경악’” “윤 일병 사망, 가혹행위 어느 정도? 폭행에 성고문까지 ‘상상초월’” “윤 일병 사망, 선임들 구타에 성적 수치심까지 ‘충격’” 등 사안 자체의 무게감에 비해 상당히 자극적인 면들을 부각시킨 문구들이다.
이들 기사 중 상당수는 바이라인(기자의 이름을 적은 행)도 달지 않은 채 8월 첫날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목만 바뀌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군대 내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참혹한 피해를 입은 이를 앞에 두고 트래픽을 높이겠다는 저속한 목적의 어뷰징 기사인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0일 이와 관련된 KBS의 단독보도가 있은 뒤 보도의 바탕이 된 공소장은 매우 축약된 문서에 불과하다며 전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리겠다고 31일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충격적이지만 실제 일어났던 가혹 행위들을 알림으로써,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함이었을 게다.
가히 ‘군대판 악마를 보았다’라고 불릴만한 가해자들의 행위는 세상에 드러났다. 그런데 이렇게 무작위로 쏟아진 기사들의 초점은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혹한 피해를 입은 윤 일병을 향해 있는 것인지, 엽기적인 행각을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있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런 저속한 낚시성 제목에 이끌려 클릭을 해주는 대중들을 향한 것인지.
군대 내 가혹행위라는 무게감 있는 사건을, 그도 사망과 연결된 사건을 단순 가십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어뷰징 장사는 이제 그만 돼야 하지 않을까. 소위 정론직필을 추구한다는 언론에서 타인의 불행으로 장사하는 행위는 정도(正道)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