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兵, 외면하는 軍
신음하는 兵, 외면하는 軍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8.04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솎아보기] ‘윤일병 사건’ 부모 마음으로 병영문화 수술해야

4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윤일병 사건’이다. 지난 4월 육군 28사단에서 일어난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포병연대 의무대 선임병들이 4개월간 윤 일병에게 가한 가혹행위는 인간 존엄을 말살하는 수준이었다. 이모 병장 등 4명의 선임병은 윤 일병에게 치약 1통을 먹였고, 침상에 누워 입을 벌리게 한 뒤 물을 붓는 물고문 형태의 가혹행위를 했다. 내무반 바닥의 가래와 음식물까지 핥아먹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윤 일병은 음식을 먹다가 선임병들에게 폭행당한 뒤 숨졌다.

사설들은 “지난달 22사단 총기 난사사건과, 앞서 4월에 벌어진 이 사건은 군의 병영생활이 지금 어떤 지경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군은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병영문화 쇄신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 관심병사 실태에 대한 전면조사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31일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지난 4월 선임병들에게 집단구타 당한 후 사망한 28사단 윤아무개(23)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 현안 브리핑 중 일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4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4일 조간)

▲ 경향신문 = 비대위ㆍ전당대회보다 야당에 더 중요한 것 /청와대는 관피아 심사의 무풍지대인가 /펑크 난 학교운영비 문제, 국가가 고민해야
▲ 국민일보 = 경제활성화법ㆍ정부조직법 우선 처리하라 /병영문화 혁신, 전투력 훼손 막을 의식교육부터 /비위 공무원 재취업도 눈 감은 공직자윤리위
▲ 동아일보 = 한민구 장관, 야만적인 군 가혹행위 근절에 직을 걸라 /새누리당 지도부, 선거 이겼다고 국회 이렇게 놔둘 건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지갑 열어야 서민이 산다
▲ 서울신문 = 비위 인사 로펌행 보고도 공직윤리법 뭉개나 /軍 폭력 근절, 지휘부 문책으로 시작하라 /서비스 산업 활성화, 부작용 살피며 추진하길
▲ 세계일보 = 선거 끝났다고 '세월호 과제' 외면해선 안 된다 /'자식 군대 보낸 부모' 심정으로 병영문화 수술하라 /교육재정, 땜질처방 삼가고 원점 재검토해야
▲ 조선일보 = 세월호 유족 '노숙자' 비유한 與, 벌써 오만해졌나 /兵士 학대 숨기려고만 하니 누가 軍을 믿겠는가 /주택대출 완화, 빚더미 가계에 은행 빚 더 보태면 실패
▲ 중앙일보 = 총기난사 이은 구타 사망, 육군 수뇌부 책임 지라 /에볼라 질환, 철저히 통제하되 패닉은 막아야 /학교운영비마저 삭감, 교육재정 위기 오나
▲ 한겨레 = 철저한 관피아 수사의 출발이길 /'중국 수출'에 쏠리면 위험하다는 신호 /답답한 사회에 울림 주는 영화 '명량'
▲ 한국일보 = 이제는 경제ㆍ민생 법안 신속하게 매듭지어야 /官피아 막기는커녕 '솔선수범하는' 감사원 /또 무더기 의약품 뒷돈, 이번엔 뿌리 뽑아라
▲ 매일경제 = 국외지출 사상최고, 국내로 돌릴 방안 찾아라 /'에볼라 공포' 막을 대책 서둘러 내놓길 /유출된 주민번호 개인이 원하면 다 바꿔줘야
▲ 한국경제 = 경제수석이 나서면 장관들이 일 하겠나 /LTV DTI 완화, 이젠 은행 자율에 맡겨라 /공기업 개혁해야 경제 막힌 곳 뚫린다

조선일보는 ‘兵士 학대 숨기려고만 하니 누가 軍을 믿겠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육군은 28사단 윤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지난 4월 7일 ‘음식을 먹다가 선임병에게 얻어맞아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며 단순 폭행 사고로 숨진 것처럼 짤막하게 발표했다. 가혹 행위의 실상은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가 지난달 31일 윤 일병 사건 수사 기록을 공개하고서야 낱낱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어 “윤 일병은 부대 전입 후 3월 3일부터 구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대걸레 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허벅지를 때렸고 밤새 경례 동작을 시켰다. 윤 일병이 숨지기 하루 전인 4월 6일엔 윤 일병의 얼굴과 허벅지에 생긴 멍을 지우겠다며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심지어 성기에도 발랐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숨지자 ‘음식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입을 맞췄고 윤 일병의 수첩 2권을 찢어 가혹 행위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은 “군 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해 5월 2일 선임병 5명을 상해치사죄로 구속 기소했으나 단순 폭행으로 숨졌다는 애초 발표를 바로잡지 않았다. 선임병들이 자기들이 뱉은 가래침과 윤 일병이 구타를 당해 토해낸 음식을 핥아 먹게 했다는 비인간적 행위도 밝히지 않았다. 윤 일병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랐다는 사실도 군 인권센터가 공개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시인했다. 군 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윤 일병 유족이 현장 검증에 참여시켜 달라고 했던 요구마저 거부했다.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일 각군 참모총장 회의를 소집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석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총기난사 이은 구타 사망, 육군 수뇌부 책임 지라’는 사설을 통해 “어떻게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가혹행위가 병영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 치가 떨린다. 더구나 의무대에서 유일한 간부였던 유모 하사도 가혹행위에 가담했고, 선임병의 후임병 구타는 대물림되고 고질화돼 있었다고 한다. 이런 군대에 어떤 부모가 아들을 보내고 싶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영은 지금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최소 전투 단위인 소대와 내무반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군 당국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혹행위 가담자가 39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타와 따돌림이 만연한 병영에서 선·후임병 간 올바른 기강과 신뢰는 요원하다. 지난 6월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일어난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도 내무반 선·후임병들의 집단 따돌림에서 비롯됐다. 병사들이 동료 총에 맞아 죽고 가혹행위로 희생되는 군을 갖고 전투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군은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병영문화 쇄신을 약속했지만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공염불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 관심병사 실태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병영을 새로 세운다는 자세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군은 건강하고 건전한 병영 문화에 전투력이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한민구 장관, 야만적인 군 가혹행위 근절에 직을 걸라’라는 사설에서 “군이 관심병사를 제대로 보살폈더라면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동료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쏘아 살해한 22사단 임모 병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관심병사를 적절히 관리하는 일은 군의 최대 현안이다. 국방부는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마음 놓을 만한 대책을 내놓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軍 폭력 근절, 지휘부 문책으로 시작하라’는 사설에서 “잇단 병영사고의 원인은 사고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그때그때 관련자 처벌로 파문을 덮고 지휘책임엔 눈을 감는 군의 안이한 자세가 병영을 거악(巨惡)의 소굴로 방치한 주범이다. 군은 조만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마땅한 일이나 앞서 할 일이 있다. 군 지휘부 문책이다. 납득할 수준의 문책 없이는 국민적 분노를 다독일 길이 없음을 한민구 장관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