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따돌림, 학교 왕따보다 더 무섭다?
직장 따돌림, 학교 왕따보다 더 무섭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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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집단주의 문제…조직문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군(軍) 내부에서 발생한 일련의 안타까운 사건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집단 내 기형적 문화에서 불거진 이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성인 간 따돌림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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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연 메디웰병원장은 가해자의 심리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인맥문화나 파벌문화 같은 것이 좀 있지 않나. 어떤 한 사람을 배제시킴으로써 파벌을 만들거나 세력을 과시하고 사적인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며 “반대로 어떤 열등감이나 분노가 내재돼 있는데 이를 자각하지 못할 시엔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나 가해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유정 박사(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는 “가해자의 유형을 보면 경쟁의식이 굉장히 강하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가정환경이 다소 불안정한 배경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외연구에서는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사람이 좀 많은 편”이라며 “학생 때 당했던 따돌림으로 인해 위축되고 대인관계에 소극적인 모습을 갖게 되면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까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또다시 왕따를 당하게 되는 경우가 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성인 따돌림의 원인을 피해자나 가해자의 심리상태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전까지 대인관계가 원만했던 사람이나 누군가를 괴롭힌 경험이 없는 사람도 상황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에서 발생하는 따돌림 역시 마찬가지다.

사내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성은 박사는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협조를 잘 못하거나 자신의 일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문제로 야기되는 (다른) 직원들과의 갈등, 스트레스에 대한 문제”라고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사람인의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내 왕따유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4%가 ‘눈치 없고 답답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꼽았다. 또한 ‘말로만 일을 하는 사람’(30.8%)과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사람’(30.1%)이라는 답변도 비교적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조직에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24.6%)과 ‘조직(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22.1%)이라는 답변도 눈여겨볼만하다. 따돌림 문제가 조직문화와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성인 왕따, 보다 구체적으로 사내에서 벌어지는 따돌림은 개인이 아닌 조직문화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유정 박사는 “(회사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은 행위를 방관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관리직들이 하위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문화가 있을 경우 따돌림이 더 많이 발생하고 심각한 문제로 쉽게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조직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튀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왕따를 당하게 된다. 경쟁주의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유난히 실적이 좋은 사람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고 학력이나 학연이 중요시되는 직장에서는 학력이 낮거나 다른 학교 출신인 사람이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며 “결국에는 조직문화가 왕따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의 정유진 노무사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문화와 과도한 경쟁체제, 지나친 집단주의 문화에 기인한다”고 사내 왕따 문제의 원인을 지적하며, “집단관계의 따돌림은 강도의 문제로 어느 조직이나 일정 정도는 존재할 수밖에 없겠지만, 사내 따돌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형 집단따돌림을 상사가 주도하는 경우에 그 피해가 가장 크다”고 피해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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