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선풍기’의 브랜드 차별화
‘날개 없는 선풍기’의 브랜드 차별화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8.0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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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연상 충돌을 막아라

[더피알=김지헌] 필자는 얼마 전 날개 없는 선풍기를 하나 구매했다. 평소 에어컨 바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선풍기를 오랫동안 틀어놓고 지내는데, 어린 아들이 선풍기 날개에 손이라도 넣어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늘 걱정됐기 때문이다.

▲ 날개 없는 선풍기 제품. (자료사진)
하지만 날개 없는 선풍기의 구매를 결정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망설임이 있었다. 일반 선풍기에 비해 비싼 가격은 아들 안전을 고려해 기꺼이 투자할 의향이 있었지만, 과연 날개가 없는 선풍기가 시원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존 제품이 갖지 못한 독특한 장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마케팅 전략의 기본인 포지셔닝(positioning)의 핵심이 차별화임을 생각하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브랜드의 독특한 연상에만 초점을 둘 경우,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가 속한 제품범주에서 제공해야 할 핵심혜택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즉, 독특한 연상과 핵심혜택 간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저칼로리를 강조하는 음식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또한 날개가 없다는 독특한 연상만을 강조하는 선풍기는 바람이 시원할까에 대한 우려를 낳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 연상의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독특한 연상-핵심혜택 충돌 막는 방법

브랜드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켈러 교수 (Kevin Lane Keller)는 3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독특한 연상이 핵심혜택에 방해가 되지 않음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충돌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코카콜라 제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제로(ZERO) 설탕, 제로(ZERO) 칼로리, 코카콜라 맛 그대로!’라는 광고카피를 사용해 낮은 칼로리의 독특한 연상과 맛이 좋다는 핵심혜택을 동시에 강조했다. 요즘과 같은 더운 여름 흔히 보게 되는 맥주 광고에서도 ‘라이트(Lite)’라는 브랜드 수식어(brand modifier)가 붙은 저칼로리 맥주는 일반 맥주와 맛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어필한다.

또 다른 예로 2006년 4월 동서식품이 출시한 맥심웰빙 1/2 칼로리 커피믹스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처음 출시 될 때 ‘칼로리는 반, 맛은 그대로’라는 광고카피를 통해 브랜드 연상간 충돌을 해결하고자 했다.

둘째,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두 가지 브랜드 연상을 분리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충돌의 정도가 심해 하나의 메시지 안에서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 각각의 브랜드연상을 별도로 강조, 소비자가 스스로 연상의 충돌을 해결하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분리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 충분한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비듬방지 샴푸에 대해 향이 좋지 않으며 머릿결을 거칠게 한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헤드앤숄더(Head & Shoulders) 샴푸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유럽에서 출시될 때 두 가지 혜택을 분리해 각각을 강조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헤드앤숄더는 향이 좋고 머릿결을 부드럽게 한다는 광고와 비듬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를 별도로 제작해 집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충돌된다고 믿는 브랜드 연상들의 의미를 재정의함으로써 실제로 충돌이 발생하지 않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플(Apple) 브랜드는 ‘사용자 편의성(user-friendly)’이라는 독특한 연상을 가지고 있다. 애플의 제품인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각각의 브랜드에 공통으로 붙은 ‘아이(I)’가 처음에는 인터넷(Internet)의 첫 자를 의미했으나 점차 ‘나’ 즉 ‘사용자 중심’이란 의미로 변해왔다.


‘특별함’ 어필하려면 의심부터 제거

하지만 애플 브랜드의 사용자 편의성이 처음부터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맥킨토시(Macintosh)를 처음 출시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PC임을 강조했을 때 사람들은 성능이 좋지 않은 PC라고 생각했다.

당시 IBM에서는 복잡한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강조하고 있었고 이러한 PC의 모든 기능을 일반인들이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은 소비자가 성능의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최고가 되도록 하는 성능(the power to be your best)’이 진정한 PC의 성능이라는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이처럼 브랜드의 차별화를 강조할 때는 브랜드가 속한 제품범주에서 제공해야 하는 핵심혜택과 충돌되지 않는지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구매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것도 광고에서 공기를 15배로 증폭시켜 날개가 없어도 시원하다는 메시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다름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가지는 핵심혜택에 대한 의심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T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소비자심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IMM, IJRM, AJSP 등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들을 게재, 우수 논문상 및 강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ih­er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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