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너무 웃겨서 “미안하다!!!!”
패러디, 너무 웃겨서 “미안하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8.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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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넘어 사회상 비추는 문화현상으로 발전

패러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예나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사회·정치 이슈와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 특히 패러디가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음에 따라 형식과 소재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때론 미안하기까지 한 각양각색 패러디 세계.

[더피알=조성미 기자] 개나으리, 꽹과으리, 으리렁 으리렁, 독도는 으리땅, 으리야 으리야, 일일이으리, 대으리운전, 배터으리… 올 상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한 ‘으리시리즈’의 일부다.

으리시리즈는 시종일관 ‘의리’를 외치며 외길 인생을 걸어온 배우 김보성의 모습과 ‘리’가 들어간 단어에 리를 ‘으리’로 표현해 합성한 패러디물을 말한다. 으리시리즈는 특히 패러디의 소재가 무한하고 고퀄(고퀄리티)의 합성 실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 수많은 패러디 작품들을 쏟아냈다. 급기야 광고계도 관심을 갖고 비락식혜, 지마켓, 밴드 게임 등 다양한 광고에 으리시리즈가 활용되며 더욱 크게 확산됐다.

▲ 김보성의 ‘의리’를 활용한 ‘으리시리즈’와 미국판 으리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된 ‘토르시리즈’ (사진출처: 온라인커뮤니티)

SNS에 올라탄 패러디, “나도 해볼까?”

으리시리즈처럼 극단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패러디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으리시리즈가 있다면 미국에는 ‘토르시리즈’가 있다. 토르시리즈는 으리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R’이 들어간 단어에 ‘Thor(토르)’를 붙여 만든 것으로 컴퓨토르(compuThor), 토마토르(tomaThor), 닥토르(docThor) 등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패러디는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모방을 통한 변형이 가능하기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더할 수 있는 표현방식이다.

또 최근에는 패러디 작업에 필요한 포토샵 등의 툴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형태도 다양해지고 뛰어난 퀼리티의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SNS의 발달도 패러디 문화의 확산에 한 몫 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뜨며 대중문화에서 B급문화가 떠올랐고, 이러한 B급문화의 핵심에 패러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 씨는 “SNS의 발달로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가벼운 패러디 공유가 더욱 활발해졌다”며 “꼭 문화를 생산하지 않아도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이들의 이러한 유희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러디는 권위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약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욱 공감하기 쉽다”며 “사회 분위기가 권위적이고 소통하지 않는 기득권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공유를 통해 해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패러디를 사회문화 현상의 일부로 바라봤다.

이처럼 재미를 추구하는 패러디가 SNS를 타고 확산되는 것을 넘어 패러디가 광고의 모티브를 제공하거나 연예·문화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 패러디가 계기가 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민 비와 태진아의 모습. (사진출처: mbc <음악중심> 방송화면 캡처)
올해 초 가수 비가 발표한 <라송(LA SONG)>에서 반복되는 ‘라라라~’가 마치 가수 태진아가 부른 듯한 느낌이라며, 비의 라송과 태진아의 동반자를 함께 편집한 영상을 올리며 온라인을 후끈 달궜고 ‘비진아’란 이름으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미며 장난으로 시작된 패러디가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패러디는 ‘재미’가 제1요소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풍자와 비판의 시각을 담은 패러디물은 일반 대중의 의견 표현을 위한 경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소치올림픽 개막식 패러디가 대표적. 2014 소치올림픽 개막 행사에서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 중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오른쪽 상단 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륜기’가 되는 해프닝이 발생하자 조롱의 의미를 담아 다양한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지난 3월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어벤져스>가 서울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어벤져스 서울 촬영을 가상으로 구성한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으며, 현장에서의 엄격한 통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은 작품도 있었다.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세계인 ‘놀이’로  

지구촌 축제인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핫한 패러디물이 전세계를 달궜다.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의 어깨를 물어뜯은 우루과이의 수아레스는 ‘핵이빨’이라는 별명과 함께 패러디의 좋은 소재를 제공했다. 

앞서 지난 6월 4일 치러진 제6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고승덕 후보의 ‘미안하다’ 역시 수많은 패러디작을 양산하는 일종의 ‘콘텐츠 화수분’ 역할을 하기도 했다.

▲ 선거 유세 중 돌발적인 행동을 한 고승덕 후보의 모습은 다양한 패러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출처: 온라인커뮤니티)

패러디가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 트렌드로 떠오름에 따라 홍보에 패러디 작품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띄고 있다. 가장 흔하게 진행되는 것이 포스터 합성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공식 포스터에 배역들의 성격을 덧붙이거나 핵심 내용을 재치 있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특히 패러디 짤(한 컷으로 재미를 주는 이미지 콘텐츠, 디시인사이드에서 게시물의 짤림 방지를 위해 첨부하던 이미지에서 유래)은 글로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즉각적으로 임팩트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메인 콘텐츠로의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도 팬들이 만든 패러디 포스터를 홍보에 활용했다. 영화 등장인물의 개별 포스터에 제목 ‘군도’로 각운을 맞춘 2행시를 삽입, 하정우의 포스터에는 ‘누군지 다 알겠군 머리를 밀어도’, 강동원의 포스터에는 ‘섹시하군 악역인데도’와 같은 형태로 패러디됐다.

영화 포스터 패러디는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눈길을 끌기 위한 이미지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패러디 포스터를 통한 온라인 선거전을 펼쳤다. 두 후보는 유명 영화의 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고 영화 제목과 카피에 자신의 공약을 담은 형태의 패러디물을 선보였다. 최근 선거에서 젊은 층의 표심이 중요해짐에 따라 그들이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책을 어필하고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목적과 모양으로 활용되는 패러디가 광고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존 패러디가 콘텐츠를 즐기는 관점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광고계에서는 좀 더 전략적이고 완성도 높은 형태로 다뤄지고 있는 것.

홍보·광고서 탄력 받은 패러디 위력

▲ 김수현과 수지가 등장하는 광고를 형돈이와 대준이가 패러디한 빈폴아웃도어 광고 화면 캡처.
한 예로 최근 광고계에는 자신의 광고를 패러디하는 사례들이 눈에 띄고 있다. 자사의 기존 광고를 재미있게 패러디함으로써 브랜드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소비자 주목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빈폴아웃도어의 경우 바람막이 제품을 주력상품으로 배우 김수현과 아이돌 수지가 애절한 연인의 모습을 연기한 ‘윈드브레이커’ 브랜드 필름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후 형돈이와 대준이(개그맨 정형돈+가수 데프콘)가 브랜드 필름을 똑같이 패러디한 영상을 연달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원본과 패러디의 시너지 효과로 두 영상 모두 유튜브에서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다.

더페이스샵도 수지가 등장했던 ‘수지크림 수분공식’ 광고를 <개그콘서트-선배선배>에서 ‘개대여신’으로 등장하는 개그우먼 이수지를 앞세워 패러디했으며, 삼성전자는 배우 전지현이 등장한 지펠 광고의 콘셉트를 세탁기 아가사랑 플러스의 광고에 적용했다.

이처럼 패러디 문화가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든 홍보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맥락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패러디하면 공감이 쉽고 확장성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며 “특히 기업의 경우 너무 많은 메시지 속에서 기존에 만들어 자산이 된 메시지를 재생산하면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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