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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사(My Doctor)’를 찾자
‘나의 의사(My Doctor)’를 찾자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4.08.1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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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신뢰하는 주치의 유무, 건강과 밀접한 연관

[더피알=유현재] ‘우리 모두 주치의를 만들자!’는 제안은 그동안 정부 당국자와 일선 의사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논의돼 왔다. 이른바 ‘주치의 제도’를 옹호하거나 반대한다는 말은 아니다. 법이나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개선해 제도권 틀 안에서 집행되도록 하자는 등의 여부를 토론하는 것도 아니다.

철저히 개인적으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과 해당 분야 의사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고민하고, 충분히 경험한 다음 각자에게 적절한 병원과 의사를 정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하자는 소박한 제안이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이름을 가져다 붙이고, 어떠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지에 대한 사항들은 논외로 한 채, 내 건강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현명하게 판단해줄 의사 선생님 한 분을 콕 정하자는 뜻이다.


필자가 미국에 살면서 주변 동료들로부터 가끔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당신의 의사는 누구냐(Who’s your Doctor)?”라는 물음이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 소위 ‘나의 의사(My Doctor)’라는 개념은 대단히 생소했고, 약간은 사치스럽게 들리기까지 했다. 나의 닥터가 ‘주치의’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랬다. 그저 아플 때만 이래저래 상황을 봐서 이 병원 혹은 저 병원을 간단한 판단에 의해 방문했으며, 이름이나 얼굴, 경력, 전문분야 등을 기억하면서 간단하게라도 일종의 ‘관계’를 형성해왔던 의사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반면 미국인들에게 ‘나의 의사’ 즉 주치의라는 개념은 대단히 친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선 낯선 이름 ‘주치의’

본격적인 설문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위 주치의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왠지 모를 거리감과 낯섦이 느껴진다는 분들이 꽤 많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주치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풍족함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일종의 전유물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며, 실제 드라마 등에서 “우리 주치의 선생님~”운운하던 인물들은 극단적으로 부유한 계층으로 묘사되던 것이 사실이다. 선거철이면 흘러나오는 ‘어르신 주치의제’ 등과 같은 공약 또한 주치의에 뭔가 특별하고 어려운 이미지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이렇듯 그간 왜곡되고 서툴게 포장돼 온 주치의라는 의미를 뒤로 하고, 개인이 가장 편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각자의 상황을 장기간 살펴보며 최대한 합리적인 건강 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주치의를 만들자고 제안하려 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 관계를 맺으며 언제나 건강 상담을 행할 수 있는 의사가 존재할수록 개인의 건강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물론 주치의를 선택하는 과정은 나름 치밀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개인이 거주하는 동네의 소규모 의원일 수도 있겠고, 중형 정도의 병원에 근무하는 선생님일 수도, 또 특별한 경우엔 대형병원에 있는 분으로 결정할 수도 있겠다. 대형병원의 경우 예약하기도 쉽지 않고,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서 자주 방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규모의 병원에 비해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해당 의사와 환자가 얼마나 효과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환자의 질환 혹은 상황에 대해 장기적으로 함께 고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예측이라고 생각된다. 신뢰하는 주치의가 있다는 사실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개인의 특수성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되며, 아직 병원 간 개인의 진료기록(Personal Health Record· PHR)이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는 현실에서 개인의 건강 역사에 대해 의사가 보다 장기적·거시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심리적 안정감은 아주 중요한 덤이다.

하지만 이상적 주치의 트렌드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에겐 엄연히 존재한다. 일단 의사의 수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부족하다.

최근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의료 통계자료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수는 인구 100명당 약 2.1명이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강 서비스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간호사 또한 1000명당 4.8명에 불과해 OECD의 평균을 밑도는 현실이다.

사실 이 같은 수치만으로도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한 명의 의료인을 정해 장기간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어려운 구조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1년 평균 병원 방문 횟수는 OECD 국가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준인 15회 정도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주치의 트렌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현상으로 대형 병원으로의 집중현상을 언급할 수도 있겠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1시간을 넘게 대기하는 일이 너무나 흔하며, 기다림 끝에 의사와 대면해도 길어야 약 3분을 넘지 않는 시간 동안 환자-주치의 관계가 성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에게 맞는 의사, 건강 위한 필수 선택

구조적인 불합리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부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근본적 해결이 단기간에 가시화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한 의료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대단히 냉철해져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황,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 정도, 나의 생업과 현실적 지불능력, 위치 및 소요 시간, 의사의 전문성과 본인을 대하는 태도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태에서 주치의를 선택함으로써 스스로의 건강을 위한 최적 환경을 보유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의료커뮤니케이션 학자인 T.S 사즈와 M.H. 홀랜더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능동적-수동적 관계 △지도-협력관계 △상호참가관계의 3가지로 유형화한 바 있다. 물론 상호참가관계로 옮아갔을 때 소위 시너지가 일어나면서 최적의 의료가 행해진다고 논의했다. 의사들 또한 환자와의 유대감, 신뢰, 연륜, 믿음이 축적될 때 훨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연구결과에 의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급성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질병구조의 중심이 옮아가고 있는 상황도 환자와 의사간의 밀접한 상호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나와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장기간 내 몸의 변화추이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으며, 이 같은 광범위한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나를 위한 최고의 의료적 조언과 실행을 부여할 수 있는 주치의를 스스로 찾도록 하자. 간단하고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같은 결심은 개인의 건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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