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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한, 그래서 돋보이는 교황의 리더십
어쩌면 당연한, 그래서 돋보이는 교황의 리더십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8.15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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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교황 신드롬’,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더피알=문용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교황을 맞이하고 정쟁을 벌이던 여야는 앞다투어 교황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언론들은 교황 방한을 주요뉴스로 다루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교황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증가하는가 하면 11번가, 옥션 등 쇼핑업체에서는 종교 관련 용품 뿐만 아니라 망원경의 판매량도 늘어났다고 한다. 교황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싶은 이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TNmS에 따르면 가톨릭 계열 종교방송인 평화방송의 시청률이 평소보다 8배나 껑충 뛰어올랐다고 한다. 이쯤되면 거의 ‘교황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는 시민들 ⓒ뉴시스

종교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비(非) 카톨릭 신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같은 풍경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황의 방한에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교황이 한국땅을 밟은 것은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만의 일이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채 2년도 안돼 처음으로 방문한 아시아 국가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안에 자리잡은 초미니 국가이기는 하지만 바티칸은 유엔에 가입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엄연한 독립국이다. 무엇보다 교황은 전세계 12억 카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라는 막강한 위치에 있다.

교황의 존재가 갖는 이같은 의미는 역설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 행보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 ‘거리의 교황’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와 추기경 시절,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왔다.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같은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생일을 맞아 노숙인 3명을 초청해 아침상을 함께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희귀병에 걸려 얼굴이 기형으로 변한 이를 스스럼없이 안아주고 어린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자 모자를 벗어주는 소탈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역대 교황들이 거처로 사용하던 관저가 아닌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는가 하면 새 교황이 즉위할 때 금으로 제작되던 ‘어부의 반지’도 은으로 만들도록 했다. ‘어부의 반지’는 교황의 옥새로도 불리며 공식문서에 도장처럼 사용되는 반지다. 이 밖에도 교황의 청빈함과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일화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모습은 이번 방한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의전용 차량으로 익숙한 대형 세단을 외면하고 준중형 차량을 이동수단으로 선택했고, 안개 때문에 헬기가 뜨지 못하자 일반승객이 탑승한 KTX열차에 몸을 싣고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대전으로 향했다. 특급호텔이 아닌 바티칸 대사관을 숙소로 정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기자들과 셀카를 찍는 소탈한 면모도 보였다.

무엇보다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보인 교황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유의 미소로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교황의 표정은 유족들을 맞이하자 무겁고 슬프게 변했다. 이어 왼손을 가슴에 올리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이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유족들과 생존자들을 따로 면담하는 시간도 이번 방한 일정에 잡혀있다.

▲ 14일 서울공항에서 만난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이 ‘교황 신드롬’에 빠진 것은 이같은 낮은 자세와 무관치 않다. 선거철만 되면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시장을 돌며 시민들에게 한표를 부탁하다가도 막상 당선되면 고급 세단차를 타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에 익숙한 국민들로서는 약자를 배려할 뿐만 아니라 소탈하기까지한 교황의 모습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이는 낮은 자세의 언행은 어찌 보면 지도자로서의 당연한 덕목일 수 있다. 게다가 신(神)을 모시는 위치에 있는 종교지도자는 일반적인 정치지도자보다 더욱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에게 보내는 찬사는 어쩌면 제대로 된 리더십에 목마른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기득권이나 강자 보다는 약자를 아끼고 배려하고 부조리에는 진정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리더십 말이다. 최근 영화 <명량>의 흥행돌풍이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최근 잇따라 터진 군 사건 사고들,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무수히 많은 억울한 일로 인해 눈물 흘리는 사회적 약자들이 이 땅에는 적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행을 그대로 본받으라고 하는 것 까지는 무리겠지만 적어도 리더라는 수식어가 붙인 지도자들이라면 이들 약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황이 청와대를 방문해 남긴 연설을 이 땅의 지도자들이 충분히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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