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면제(?) 받고 사는 홍보인들
교육 면제(?) 받고 사는 홍보인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4.08.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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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어려워…전문성은 어떻게?

[더피알=김광태] 홍보인으로 살아가면서 교육 수혜를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언론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는 더더욱 힘들다. 만약 언론 홍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언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를 한다면 과연 얼마나 점수가 나올까 ? 다음 문항에 한번 답을 해보자.

1. 조선일보 ‘만물상’과 같은 일간지 일인 칼럼명을 아는 대로 쓰시오.
2. 공중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명은?
3. 종편 채널의 메인 뉴스 시작 시간은?
4. 여의도 반경 1㎞내에 있는 언론사 이름을 아는 대로 쓰시오.
5. 서울문화사에서 발행·운영하는 미디어들을 아는 대로 쓰시오.
6. 올 상반기 광고 시장 규모에서 모바일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 6가지 문항은 지난달 모그룹 홍보 임원 세미나에서 임원들끼리 자가진단 차원에서 해본 것이다. 허나 테스트 결과 과반수 임원이 50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교육과 시험에서 떠난 지가 언제인데 시험이라니? 업무적으로 늘 접하는 부분인데도 막상 답을 쓰려니 막막해 지더란다.

사실, 언론 홍보맨들에게 교육과 시험은 먼 학창시절 추억 속의 그림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하루 24시간 열려 있는 미디어 소리에 시시각각 긴장을 하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사 하나 하나에 감정 기복이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몸과 마음이 쉴 곳이 없다. 자연 머릿속은 정리가 잘 안 된다. 반복되는 저녁약속, 주말 스케줄은 가정생활도 잊게 한다. 그러다보면 건강에도 적신호가 온다. 약 한 두 개 정도는 기본적으로 달고 산다. 사는 게 스트레스요, 피곤 그 자체다.

하루하루 힘든 나날, 자기계발은 언감생심

올 초 미국 구직사이트 커리어캐스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 상위 10선에 홍보인이 5위로 랭크됐다. 기자는 홍보인 보다 낮은 8위다. 비슷한 조사를 해보면 우리나라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그만큼 홍보인은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가 많다.

“요즘 같아선 그냥 모든 걸 그냥 내려놓고 푹 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잇몸이 내려 앉아 고통 받고 있는 모 그룹 홍보 임원이야기다. 업무적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 좀처럼 개인 시간을 낼 수 없는 현실. 이게 언론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맨들의 현주소다.

이런 처지에 교육, 자기계발? 언감생심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한 달에 책 한권 읽기도 어렵다고 한다. 모 회사 홍보부장은 “자기계발도 계발이지만 사내서 실시하는 필수 교육 과정도 열외입니다. 오죽하면 교육 면제라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아야 할까요”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필자도 간부 시절 회사에서 교육명을 받아 연수원에 입소하면 하루가 채 안 돼 다시 호출당하기 일쑤였다. “아니, 이 사람아! 회사를 지켜야 할 사람이 무슨 한가하게 교육이냐! 당장 짐 싸서 나오시게.” 그 이후 아예 사내 교육은 포기하고 인사팀과 얘기해서 면제를 받았다.

이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홍보맨과 기자 두 직군의 사람들은 공통적인 게 있다. 두루 아는 것은 많아 보이는데, 실상 깊이 들어가면 답이 안나온다는 점. 지식보다는 정보 중심의 업 특성 때문이다.

언론홍보 시작은 미디어 트레이닝

그렇다면 홍보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사내 교육 과정도 면제 받는 입장에서 자체 홍보 교육 과정은 말할 나위없다. 일부 몇몇 대기업을 빼고는 전무하다.

일단 여력도 없고 조직 규모도 작고 홍보 임직원 숫자도 적어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질 못하다. 또 언론 홍보가 학문적인 이론이 필요 한 업무가 아니라, 관계커뮤니케이션 중심이고 실전에서 부딪히고 쌓아 가는 경험이 필요하기에 더 그렇다.

그래도 기본은 익혀야 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 낙마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미디어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 대응도 누구보다 잘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을 총리 후보로서 마주하지 않고 언론 선배로서 대하는 우를 범했다. KBS 보도에 있어서도 반론 기회를 거절해 보도 내용이 왜곡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언론인인데 아이러니하게 미디어 트레이닝이 전혀 안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 홍보인은 어떨까? 정식으로 교육받아 본 사람은 있을까? 아마 소수일 게다. 언론 홍보의 시작은 미디어 트레이닝부터다. 모든 교육은 면제받더라도 이것만큼은 꼭 시간을 내서 이수하자. 홍보의 존재이유, 위기관리를 위한 출발이기 때문이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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