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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와 인간계를 오가니, 신선이 부러울쏘냐
천계와 인간계를 오가니, 신선이 부러울쏘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8.1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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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신선놀음> 프로젝트팀 ‘문지방’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거대한 버섯(?)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잔디 위 솟은 요놈들이 바람결에 왔다 갔다 흔들거린다. 한 여름 얼굴을 스치는 촉촉한 물안개. 그 속을 휘 거닐다 곧게 뻗은 나무다리 위로 올라선다. 버섯들의 하얀 정수리와 함께 저 멀리 인왕산이 눈에 들어온다. 일상에서 만난 판타지 앞에 신선(神仙)이 부럽지 않다. 
 

▲ 신선놀음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에서 최종 우승한 문지방팀의 작품 <신선놀음>. 사진=성혜련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신선놀음>이라는 구조물이 들어섰다. 바깥에선 일단 눈이 즐겁고, 안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몸이 시원하다. 뙤약볕 쨍쨍하거나 요즘처럼 장맛비 우중충한 어느 날이라도 좋다. 여름더위를 잊게 만드는 그만의 몽환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신선놀음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에서 최종 우승한 작품이다. 푸른 잔디와 흰색의 에어벌룬(air ballon), 희뿌연 미스트가 만나 신선놀음을 즐기기에 딱 좋은 ‘터’가 됐다. 독특한 발상답게 프로젝트팀명도 꽤 남다르다. 이름하야 ‘문지방’.

문지방 멤버를 만나러 간 날은 서울에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즈음. 전날 꽤 강한 비바람이 구조물에 타격을 입힌 탓에 본의 아니게 ‘삽질’하는 모습으로 첫 대면을 했다. 최장원·박천강·권경민 씨는 부지런히 보수하던 손길을 잠시 거둔 채 “작품을 만들며 손이 많이 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라며 “이렇게 계속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신선놀음’이라더니 건축가들은 아침부터 웬 고생이세요.(웃음) 이렇게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 박천강
박천강(이하 박)   말 그대로 신선이 되어보자는 겁니다. 가장 기본은 구름 위 높은 곳이 산(山)과 어우러지는 풍경이에요. 보통 신선이 머무는 데가 구름 위고 안개가 끼어 있잖아요.(웃음) 다행히 미술관 위치가 인왕산을 뒤로 옆으론 한옥건물인 종친부가 있어 프레임이 딱 세팅 됐습니다. 구름은 만화적으로 뭉글뭉글하게 표현했고요, 미스트를 뿌려 안개 효과를 줬습니다. 위는 천계, 아래는 인간계로 구분 지은 거죠.
작품을 위에서 보면 구름 같고 아래서 보면 나무 기둥 같아요. 서로 다른 세계이니만큼 켄타로스(인간과 동물이 결합)처럼 전혀 다르게 생긴 위아래를 그라디에이션 느낌으로 연결했습니다. 나무계단은 천계와 인간계를 잇는 가교라고나 할까요? 신선놀음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신선이 어떻게 노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일종의 동양적 판타지죠. 작품 속에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선의 느낌과 이미지를 투영시켜보면 좋으실 거예요.

버섯 같이 생긴 게 구름이었군요.(웃음) 동그랗게 커서 햇빛 피하기도 좋은 것 같아요. 구름 외에도 땅에는 방방(트램펄린ㆍtrampoline)이, 계단 위 하늘에는 평상이 놓인 점도 인상적입니다.

  ‘쉼’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쉬는 방식이 각기 다르잖아요. 어떤 이는 누워서, 또 어떤 이는 앉아서, 혹은 누군가와 잡담할 수도, 아니면 혼자 책을 읽을 수도 있겠죠. 아이들은 방방 뛰노는 게 최고일 테고요. 쉼을 위한 다양한 행위들이 전부 다 일어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구름 위 평상에서 시원하게 인왕산의 경관을 감상하고, 아래 잔디밭에선 그늘 아래 누워 자거나, 앉아서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최장원(이하 최)   다소 말장난 같을 수 있지만 빈 공간이면서도 빈 공간이 아니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해요. 지금 작품이 놓인 장소가 원래는 박색의 돌로 채워진 마당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미술관으로 들어서긴 위한 진입동선의 성격이 강했어요. 그런 빈 공간에 거대한 건축물은 아니어도 사방팔방 막힘이 없는 무언가로 놀이와 쉼을 주고 싶었습니다.
권경민(이하 권)   구조물 안에 들어섰을 때 이 세상이 아닌듯한 분위기를 살려내는 게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구름 머리통은 큰 사이즈인 데 반해 기둥은 얇게 해 묘한 느낌을 줬습니다. 외국 심사위원들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떠오른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기자님처럼 커다란 버섯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권 문화에선 마늘이나 양파를 닮았다고 많이들 그러더라고요.(웃음) 보는 사람에 따라 작품을 다양하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목표는 목화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의도하는 것이었는데…(웃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버섯으로 보든 마늘로 보든 저희로선 어쩔 도리가 없는 거지만요.(웃음)

▲ <신선놀음>에서 천계와 인간계를 잇는 가교인 나무계단 위에 서 있는 문지방팀. (왼쪽부터) 권경민, 박천강, 최장원 씨.

작품명 신선놀음 못지않게 팀명 문지방도 특이합니다. 네이밍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저희끼리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툭 나왔어요. 신선놀음이란 타이틀이 먼저 정해졌는데, 그거랑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없을까 생각하다 문지방을 제안하게 됐어요.
  문지방은 안과 밖의 경계인 동시에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서양의 벽이나 문과 달리 전혀 단절되지 않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일반 관람객들과 건축이 소통하는 경계지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혹자는 세 사람이 모였으니까 각자 성을 따서 지은 게 아닌가 하시는데 보다시피 최씨, 박씨, 권씨라 그건 아니고요.(웃음) 문지방 이름의 장점이라면 일단 쉬우니깐 누구라도 들으면 잘 기억한다는 거?

▲ 권경민
어떤 계기로 모이게 된 것인지.

  같은 회사에 다녀서 알게 됐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는 몰라도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셋이 만나긴 어려웠겠죠.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인연이 되려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었나 봐요.(웃음)
  팀 구성은 1차 심사에서 김수근 문화재단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최장원 소장이 제안한 것이고요.
  영화 어벤져스 팀이 각자의 초능력 가지고 뭉친 것처럼 우리도 한 번 뭉쳐보자고 그랬죠.(웃음)

서로 개성이 다른 만큼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도 다를 것 같은데요. 문지방 팀으로 나아갈 방향성은 어떻게들 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지금 이거다 하고 딱 규정하긴 힘든 것 같아요. 앞으로 해가는 작업들이 저희의 방향성이 되는 것이지, 저희가 먼저 무엇을 하겠다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결과물이 하나하나씩 쌓이다 보면 그게 문지방의 색깔로 만들어지겠죠.
   저 역시 아직까지 큰 그림은 없다고 봐요. 특정 아젠다를 만들어서 깊이 파는 건 각자 역할인 거고, 문지방 팀으로 주어지는 프로젝트에 대해선 세 사람의 색깔이 교차되고 중첩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의 방향성에 따라 누구 한 사람이 메인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유연성 있게 움직일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세 사람의 색이 덧입혀지는 과정 자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요. 돌발질문 하나. ‘나에게 건축이란?’


▲ 최장원
   어렵네요. (잠시 생각한 후) 굳이 대답한다면 다른 그 무엇과도 차이가 없는, 지금 내가 하는 행위? 물론 건축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고요. 학창시절 미술이나 퍼포먼스 등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어서게 된 길이 바로 건축입니다. 그렇기에 바닥에서부터 위를 향해 온전히 몰입해 보고 싶어요.
   아직은 부양가족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건축을 다른 식으로 접근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건축을 업으로 삼는다든가 건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래야지 저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젊은 건축가라기보다 아직은 ‘어린 건축가’라서 확실히 철이 덜 들었나 봐요.(웃음)
   부양가족이 있는 유부남과는 확실히 생각이 다르네요.(웃음) 저는 어렸을 대부터 건축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천직이니 하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도 건축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잘 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부양가족이 있는 유부남이니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들을 말씀해주신다면. 올해 목표도 좋고요, 건축가로서 중장기적인 로드맵도 괜찮고요.

   일에 치여 급하게 가고 싶진 않아요. 이(신선놀음) 작업 역시 어떻게 보면 하는 일 없이 한가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었으니까요. 앞으로 일이 많지 않더라도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봐요. 그 시간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면 되니까. 개인적으론 전시, 출판, 교육 등 여러 스펙트럼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 계속 회사에 속해 있다가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최근 개인 사무실을 오픈했습니다. 대표로서 사무실 성격이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건축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제 길을 잘 찾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얘기긴 한데요. 제가 하는 작업, 문지방의 공동 작업들이 인류 진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해 놓고 보니 진화라는 표현이 이상한 것 같기도 하네요. 취소 취소.(웃음) 음… 적어도 다양성을 위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 얽매이고 싶진 않아요. 지금 시대는 예술도, 디자인도, 건축도 무조건 좀 더 특이하고 새로운 것들을 생산해 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휩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성 그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 있지 않을까요? 그 무언가를 찾아보려고요.

* 문지방 팀의 작품 신선놀음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서 10월 5일까지 전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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