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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없는 이벤트의 위험성 보여준 ‘포카칩 별명 짓기’소비자 참여 마케팅…‘만약’을 한 번 더 고민하라

[더피알=조성미 기자] 오리온이 온라인에서 마련한 ‘포카칩 별명 짓기’ 이벤트가 부적절한 응모작으로 인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소비자 덕을 보려던 당초 마케팅 의도가 정 반대로 엇나가버린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오리온은 최근 자사 제과제품 포카칩의 온라인 사이트(www.pocachip.co.kr)를 통해 ‘포카칩은 ○○이다’라는 문구에 어울리는 별명을 짓고, 그 의미를 간단히 설명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참여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응모작들은 자동으로 이벤트 페이지 메인 화면에 노출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 포카칩 홈페이지 캡처. ‘이벤트 담당자’ 명의의 사과문이 게재돼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빚어졌다. 응모작 가운데 선정적인 설명이 붙은 ‘포카칩은 처녀이다’,  포장 안에 질소를 넣은 점을 에어포켓에 빗댄 ‘포카칩은 세월호다’ 등 부적절한 글이 올라온 것. 관련 내용은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많은 이들이 이벤트를 주최한 오리온 측에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오리온은 “부적절한 언어의 게재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리고 이벤트를 잠시 중단하고 응모작 중 매일 당선작을 선정, 이들에 한해 노출되는 형태로 변경해 이벤트를 재개하겠다고 고지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형식의 이벤트의 경우, 실패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 ‘제네시스 4행시 짓기’ 이벤트는 본 취지와는 다르게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기업에 불만을 성토하는 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에서 소비자가 마케터의 의도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관련기사: 소비자는 마케터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소셜 시대 소비자는 브랜드가 만들어 둔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양상을 보인다. 소비자가 참여하기를 바란다면 타당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소비자와 교감하려는 시도를 해야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퍼주기식의 이벤트에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이와 관련,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컨설턴트는 “‘참여’ ‘개방’ ‘공유’라는 다소 이상적인 원칙을 치열한 현실 공간인 기업 마케팅에 무리하게 적용시키다 보면 기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이벤트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온라인) 이벤트 기획과 운영은 기본적 ‘통제’를 전제로 하고 항상 예측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러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이벤트의 경우, 단순히 기대성과에 못 미치는 실패를 넘어 때로는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흔들고, 기업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에도 여전히 가볍게 생각하는 마케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논란과 관련돼 오리온 측이 내놓은 사과문에 대해서도 적절치 못한 표현이 있다고 지적됐다. 사과문을 올린 주체를 ‘이벤트 담당자’라고 표기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사과문에서 발신자가 ‘이벤트 담당자’로 되어 있다. 처음 보는 직급 또는 직책이다”고 꼬집으며 “이 회사가 사과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의 사과는 가벼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리온은 이번 이벤트의 기획과 실행 단계에서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미흡한 모습을 보여 마케터의 이슈관리, 위기의식 부재를 보여주는 아픈 사례로 기록됐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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