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본부로 탱크를 몰고 가라
뉴스 본부로 탱크를 몰고 가라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8.2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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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미디어에 중독된 현대인에게 건네는 지침서

[더피알=안선혜 기자] “혁명가들이 그러하듯, 만약 당신이 한 나라의 정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미술관, 교육부, 혹은 저명한 소설가의 집으로 향하는 대신, 정치체의 신경중추인 뉴스 본부로 곧장 탱크를 몰고 가라”

▲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1만5000원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흥미진진한 뉴스 사용설명서를 들고 나왔다. 쇄도하는 뉴스와 이미지들 속에서 좀 더 생산적으로 건강하게 뉴스를 수용하는 방법과 현대 민주주의 사회 속 언론의 역할을 전달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아침 출근길, 퇴근길을 비롯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인터넷 포털과 SNS에 올라오는 새로운 소식을 검색하는 우리는 뉴스에 둘러싸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는 우리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알려주고자 하며, 더 나아가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대중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교육 매체가 바로 뉴스라는 게 저자의 주장.

그러나 우리는 정작 아무런 사용설명서 없이 뉴스를 받아들이기 일쑤다. 학교에선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법, 예술작품을 보는 법은 배워도 매순간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 이미지를 읽어내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정치 뉴스는 왜 그리 재미없게 느껴지고, 경제 뉴스는 왜 그렇게 딱딱하게만 느껴지는지, 왜 우리는 셀러브리티의 연애 소식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격변은 어쩌면 그렇게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는지, 끔찍한 재난 뉴스가 역설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묻는다.

뉴스 읽기에도 배움이 필요

저자는 뉴스의 기능을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 사실 보도가 가장 품격 있는 저널리즘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편견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 오히려 사실 보도는 넘쳐나나 우리가 접한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는 데서 문제인식은 출발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부 지출 확대 법안이 가결됐다는 뉴스, 천연가스 수송관 계획이 입안되기 시작했다는 뉴스 등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진정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단편적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들을 잘 취합해 적절한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 사건의 전후 맥락을 파악하면 뉴스가 더 쉽고 흥미로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역설적으로 사실이 아닌 ‘편향’에 더 가치를 둔다. 순수한 의미의 편향은 사건을 평가하는 방법을 뜻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우파냐 좌파냐의 편향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지만, 이를 떠나 정신분석학적 편향을 가진 언론 매체가 있을 수 있고, 제인 오스틴이나 찰스 디킨스의 시각에 따라 뉴스를 해석할 수도 있다.

언론이 칭찬받을 만한 지점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그 사실들의 타당성을 알아내는 (지적 편향을 통해 갈고닦은) 기술이라는 결론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과 세상과 접촉하지만 그것은 진정하고도 구체적인 만남이라고는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무관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반문한다.

세계와 ‘나’, 타자와 ‘나’의 만남이 진정한 것이 되려면 이러한 간접성을 보다 생생한 인간의 이야기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뉴스가 그러한 생동감 넘치는 만남을 주선하는 매개체가 될 때 우리는 나의 불안과 근심만으로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혹은 사회의 기쁨과 고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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