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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만난 저널리즘, ‘끓는 냄비’ 속 언론의 선택
디지털 만난 저널리즘, ‘끓는 냄비’ 속 언론의 선택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8.27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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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뉴스 소비↑…‘디지털 퍼스트’ 움직임 가속

[더피알=강미혜 기자] 디지털과 소셜, 스마트폰의 결합이 미디어 생태계에 미친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플랫폼, 네트워킹, 하드웨어의 혁신은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일대 격변을 몰고 왔다.

뉴미디어로 통칭되는 급격한 변화 앞에 ‘전통’이란 수식어를 단 기존 언론은 강력한 도전이자 위기를 맞았다. 특히 인쇄 기반의 종이신문은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언론의 처지를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빗댄 경고음도 울린다. 국내 언론시장 역시 디지털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다. 과연 끓는 냄비에서 먼저 탈출할 언론사는 어디가 될 것인가?
 

#. 뉴욕타임스에는 발행 버튼을 누르면 기사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는 기자와 편집자들이 많지만, 허핑턴포스트에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그 기사의 일생이 시작된다.
#. 훌륭한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가 신문 헤드라인 보다 더 낫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 독자와의 쌍방향 강화를 위해 뉴스룸 안에 독자 개발 및 분석 부서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5월 유출된 뉴욕타임스 내부 문건의 일부 내용이다.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을 타이틀로 총 97페이지로 이뤄진 이 문건은 철저히 뉴욕타임스의 혁신을 종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우리(뉴욕타임스)의 위기는 더욱 더 성장하고 있다. 늘어가는 독자들을 위한 스마트하고 새로운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디지털 세계에 놓인 뉴욕타임스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로 명명된 이 문건은 국내 언론계에도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졌다. 기존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뼛속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를 재확인시켰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혁신보고서를 보고 뉴욕타임스도 (디지털 전환이) 잘 안되는데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는 일종의 패배주의 기류가 흘렀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소수지만 10% 정도는 정말 이번이 ‘마지막 경고’라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고 언론계 분위기를 전했다. 발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NYT도 부르짖는 ‘혁신 또 혁신’

▲ 자료출처: 뉴욕타임스 혁신(innovation) 보고서.

국내 언론도 변화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지 오래다.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신문에서 PC,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포맷에 맞는 뉴스 생산과 제작을 수년째 고민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 못지않게 빠르게 바뀌고 있는 뉴스 소비자들의 태도가 언론 변화를 부채질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도 뉴스 소비의 새로운 흐름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문기사 이용경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라는 답변이 55.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데스크톱PC·노트북 등 고정형 단말기(50.3%)였고, 뒤이은 종이신문은 33.8%에 머물렀다.

2011년 모바일기기로 신문을 읽는다는 응답이 19.5%로 종이신문(44.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불과 2년 사이 전세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굳이 데이터를 들춰보지 않아도 20~30대 젊은층이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건 명확하다. 그리고 그들이 40~50대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신문을 찾아볼 일도 없을 것”이라며 “미래 생존을 위한 언론의 디지털화는 필연적”이라고 변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에 따라 국내 언론사들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선하고 모바일 페이지를 다듬는 등 디지털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다. 뉴스 유통에 있어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일반화됐다. 독자가 좋은 뉴스를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뉴스가 독자를 찾아가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 자료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는 PC 기반에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빼앗긴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모바일에서만큼은 일정 부분 확보하려는 언론계의 의지 표명으로도 풀이된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박사)은 “형태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디지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몇몇 성공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콘텐츠적 측면에선 인터랙티브(멀티미디어) 뉴스가 본격화되는 추세다. 최진순 차장은 “올해 초부터 많은 언론사가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인포그래픽 등이 결합한 멀티미디어 뉴스 혹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다”며 “활동성이 강한 콘텐츠로 독자와의 쌍방향 관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파이낸셜뉴스, CBS, 시사IN 등이 인터랙티브 뉴스 열풍에 가세했다.

디지털 퍼스트’ 인터랙티브 뉴스 본격화

한국일보의 경우 최근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선언하며 ‘디지털 언론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간 60주년을 맞아 새 출발을 위한 핵심 기치로 디지털을 내건 것이다. 전국 단위의 종합일간지로선 이례적인 도전이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은 “좋은 신문으로의 전통을 잇고, 디지털 시대 독자에 필요한 뉴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히면서,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 개발과 이미지와 동영상 등 비주얼적인 요소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접점을 넓혀 포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가 한국일보 사이트로) 직접 들어오는 통로를 만들고 있다”며 “멀티미디어 페이지 등 콘텐츠 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게 더 나아가 종이신문 인쇄를 아예 안하는 곳도 생겨났다. 수원일보는 지난달 25일부터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하고 ‘완전한 인터넷신문’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전용 앱을 개발하고, SNS를 통한 뉴스 공급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모바일 뉴스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디지털에 적응하려는 언론계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금과 같은 점진적 자구책으로는 급진적 환경 변화를 도저히 쫓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계의 가장 큰 딜레마는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으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등 서구 언론들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시장 변화나 소비자(독자) 요구에 따라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국내 언론시장은 그렇지 않아 애초부터 변화나 혁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디지털 매체들을 보면 뉴스 포맷이나 유통 구조에서부터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라고 강조하며, “그런 혁신은 기존 인력더러 변화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디지털 시대 불필요한 유휴인력은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 적합한 인력들을 수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언론계 실상을 놓고 봐도 종이신문 위주의 사고,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

최진순 차장은 “(언론사들의) 소셜미디어 활용만 해도 독자와의 관계 설정을 위한다기 보다 대부분 기사 푸시(push) 목적이다. 트위터로 기사 쏘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 하는 수준”이라며 “디지털화는 ‘독자관점’으로의 전환을 대전제로 하는데 언론이 디지털화한다면서도 대부분 갑으로서 공급자적 위치에 서 있다. 소비자인 독자를 위한 혜택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종이신문에 실린 뉴스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데 필요한 서브매체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언론사 경영진들의 의지 문제가 크다. 디지털 드라이브를 거는 데 필요한 자원배분과 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김위근 위원은 “우리나라 언론사 의사결정권자들은 디지털화에 대해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며 “실험의 실패를 매우 두려워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온라인과 디지털 환경에선 성공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실무자들 또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해외 (디지털화) 성공 사례 역시 훨씬 많은 실패의 결과”라며 “결국 실패해도 괜찮다는 의사결정권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향성은 디지털, 현실은 종이신문

수십여년간 종이신문 제작에 길들여진 언론 시스템, 조직 관행도 디지털 전환의 발목을 잡긴 마찬가지다.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어도 실행 시기와 실행 방안에 있어선 제각각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들부터가 소극적이다.

블로터닷넷의 이성규 기자는 “방향성이 디지털이라는 데엔 누구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디지털로) 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라며 “올드미디어에 적응된 스탭(기자)과 의사결정자를 설득해 디지털로 간다는 건 확률적으로도 10% 미만이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위기에 대한 언론계 종사자들의 체감도 역시 편차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언론사 규모에 따라, 또 사내 부서나 직급에 따라 인식의 양극화가 심하다.

큰 언론사는 아무리 어렵다 해도 어떻게든 광고를 끌어오기 때문에 디지털로의 더딘 움직임이 생존문제와 당장 직결되진 않는다. 언론사 내부로 보면 경영진이나 광고국 등 돈을 버는 쪽의 위기감은 큰 데 반해, 바깥(취재처)에서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편집국(기자)은 긴장감이 덜하다. 또 1~2년차 꼬마기자보다 데스크급 중견기자가 가지는 디지털 벽은 훨씬 높아 세대 간 소통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최진순 차장은 “내부 인식차가 크다 보니 디지털 혁신을 위한 노력들도 대부분 국소적, 부분적, 일과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명확한 목표 아래 경영진에서부터 맨 아래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으로 인식을 공유, 실행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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