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진지한, 그래서 더 웃긴 ‘페이크다큐’
과도하게 진지한, 그래서 더 웃긴 ‘페이크다큐’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8.27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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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가설과 언어유희로 눈길 사로잡아

[더피알=조성미 기자] 바람막이가 바람기를 잡아 이혼율이 0%를 기록했다? 커져버린 모공 탓에 사람들이 대인기피증에 걸렸다? 개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음료가 있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를 너무나도 진지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정돈된 분위기 속에 곳곳에 재미 요소를 심어놓은, 그래서 더욱 웃을 수밖에 없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광고가 뜨고 있다.

최근 바이럴 영상 광고 중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형식이 주목을 끌고 있다. 마치 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상황을 가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과도한 진지함과 다소 엉뚱하고 장황한 스토리텔링으로 황당 재미를 선사함으로써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은 일반 다큐멘터리와 비슷하게 ‘가설 제시-검증-문제 해결’의 기본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서 다소 황당한 이론을 내세우고, 이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통해 브랜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숙취해소제 레디큐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한독약품측은 “국내 시장에서 헛개가 숙취해소 성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커큐민 성분을 효과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며 “더불어 주스처럼 맛있다는 점을 통해 여성 소비자를 주공략층으로 내세웠는데, 재미로 소구하는 형식을 통해 타깃층에 효과적으로 어필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무심코 지나치는 것에 대한 기원을 파고드는 형태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마지막에는 고민에 대한 정답으로 해당 제품을 제시해, 마치 동화의 해피엔딩처럼 모든 갈등이 해결돼 행복한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또다른 소소한 재미 중 하나로는 언어유희를 꼽을 수 있다. 일례로 레디큐는 커큐민 성분을 강조하기 위해 ‘고규민’ 박사를, 이니스프리(관련 기사: ‘구멍’에 빠진 인류를 구할 최종병기)의 영상에서는 피지를 잡아주는 제품의 특성을 어필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피지’ 박사를 내세웠다. 또 카레여왕(관련 기사: ‘칼의 여왕’은 이렇게 탄생했다!)은 ‘칼의 여왕’이라는 발음에서 재미를 살렸다.

언어유희라는 특징을 가장 많이 살린 대표 광고는 삼성에버랜드 빈폴아웃도어의 ‘바람막이의 진실’이다. 금실마을 이장 ‘이난봉’, 서양사학자 ‘김동양’, 의상연구가 ‘윈디리’ 등을 비롯해 다양한 출연자들에 작명 센스를 선사, 구석구석의 깨알 재미로 웃음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 다큐멘터리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화자’의 진지함도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연상시키는 진중한 말투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듯한 중저음의 영어 내레이션이 다큐멘터리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 몫하고 있는 것.

이처럼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진지함 속 웃음 포인트를 곳곳에 심어두는 것은 무엇보다도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바이럴 영상이 고객과의 친밀한 스킨십을 목표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영상의 유통은 사용자들이 재미를 느낄 때 자발적인 확산과 재생산의 효과가 커 재미 요소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3편의 ‘바람바람바람’ 시리즈(관련 기사: 바람막이가 연인의 바람기도 막는다?!)가 유튜브에서 350만 뷰를 넘어선 삼성에버랜드측은 “유튜브의 특징인 콘텐츠의 재생산에 초점을 맞춰 뮤직드라마, 뮤직드라마 패러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이어지는 ‘바람바람바람’ 시리즈를 기획했다”며 “소비자와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고 주타깃인 25~34세대와 소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레디큐 광고제작사 아이디어 달리 심창용 캠페인 본부장

팩트 뒤집어 보면 그 속에 무한한 페이크가!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바이럴 광고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바이럴 광고기법 중 하나의 표현 양식인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다큐멘터리의 강점인 제품에 대한 주목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면서도, 어느 순간 진지한 다큐멘터리 형식 자체를 뒤집을만한 반전으로 유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흥미를 끌기 효과적이죠.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 광고의 장점은. 말 그대로 페이크 아닐까요? 광고 심의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맘껏 생각을 펼칠 수 있어 만드는 이나 보는 이나 무한한 상상력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연출에 있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언가요.
다큐멘터리로 활용될 주제의 설정입니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주제이면서 동시에 제품과의 연관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죠. 그 다음으로 거짓과 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진지한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극적 반전의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승전결의 구성에 있어선 앞 단의 흥미로움과 아이캐치가 중요합니다. 앞의 몇 초만 봐도 ‘어~ 이거 재미있는데…?’라고 느끼면서 마지막 결론까지 시청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중간에 재미없다고 꺼버리면 공들여 만든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레디큐’ 광고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요.
아이디어 회의 과정에서 단군신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곰을 사람으로 만든 게 쑥과 마늘이 아니고 커큐민이란 울금 성분이라고 우겨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곰보다는 개가 사람으로 변하는 것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흔히들 개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웃음)

이번 광고를 제작하며 재미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우리나라에서 바이럴 동영상을 제대로 돈 써서 만들기는 아직 힘든 게 사실입니다. 구성상 많은 모델들도 필요한데, 출연진의 대부분이 CM의 스태프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메인 모델인 고규민 박사 연기를 CM 프로덕션의 대표님이 맡았는데, 의외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주셔서 무리 없이 재미있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마지막 장면 고규민 박사가 개와 스킨십하는 장면에서 개가 자꾸 도망을 치려해서 결국 화면에 보이지 않는 반대편 뺨에 꿀을 잔뜩 바르고 힘들게 촬영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제작을 고려하는 마케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무엇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의 기정 사실, 즉 팩트를 뒤집어 보면 무한한 페이크들이 숨어 있습니다. 브랜드와 생활자들이 서로 이해하며 교감할 수 있는 유틸리티 아이디어는 이곳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무엇이든 뒤집어서 거꾸로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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