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없는 언론, 강제조정 or 자연도태
혁신없는 언론, 강제조정 or 자연도태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8.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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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언론의 미래…“‘보험성 광고’부터 끊어내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언론계의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가장 근본적이고도 결정적 요인은 수익모델의 불확실성이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종이신문을 통한 독자 수는 모바일이나 PC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매출과 광고수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종이신문이 디지털을 압도한다. 디지털광고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한들, 당장 신문광고 매출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자연히 자원의 집중도나 투자 가치 면에서 디지털이 후순위로 밀린다.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매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레드오션’이 돼버린 국내 언론시장은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특히 더 심각하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기자는 “아무리 마음으로 디지털 전환을 원해도 의사결정에서 리턴(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뛰어넘기란 힘들다”며 “설령 5년, 10년 후에 디지털 전환으로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 치더라도 그 시기를 인내하며 기다리는 경영진은 대한민국 언론사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광고 집행의 오랜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광고시장은 광고 효과와 광고비 지출이 비례하지 않는 기형적 구조로 이어져 왔다.

종이신문의 영향력(구독률·열독률 등)이 하락하는 곡선에 비해 광고수익의 낙폭은 별 차이가 없다. 매체가치가 아니라 매체파워를 고려해 집행되는 광고가 많은 탓이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언론관계 유지 차원에서 푸는 ‘보험성 광고’가 톡톡히 한몫을 한다.

광고시장의 기형적 구조, 디지털 전환 더디게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삼성이나 현대차가 신문에 싣던 광고를 대폭 줄여 유튜브나 페이스북, 카카오 등 이른바 뜨는 플랫폼으로 돌린다고 가정했을 때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언론사가 과연 몇 개나 되겠느냐”며 “언론계에 만연해 있는 보험성 광고나 협찬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무디게 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성규 기자 또한 같은 시각에서 “진짜 변화를 끌어내려면 보험성 광고들은 과감하게 끊어내고 디지털로의 정상적 집행을 유도하면 된다”면서도 “비합리적 광고구조나 거래관행들이 오랫동안 굳어져 온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언론의 변신은 숙명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생태계 속에서 누가 얼마나 빠르게 치고 나가느냐에 따라 생존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김성해 교수는 “지금까진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종이)신문 형태가 좋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유동성, 인터페이스, 컨텍스트(뉴스의 맥락) 면에서 전부 경쟁력이 없다”면서 “침몰하는 배를 대신해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배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해외 유력지들을 보면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닷컴 창업자에 팔렸고, 보스턴글로브는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가 인수했다”며 “언론계에 새로 발을 들인 그들이 저널리즘은 포기 안 해도 신문은 포기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내 언론도 신문을 대체해 저널리즘을 구현할 새 길을 찾지 않으면 자본가에 의해 강제로 조정되던지, 아니면 자연 도태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혁신의 방점은 콘텐츠’, PR인 역할 변화 요구 

혁신의 방점은 단연 콘텐츠에 찍혀야 한다. 김위근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언론이 다른 콘텐츠 미디어와 무한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며 “당연하게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변화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PC, 모바일, 태블릿 등 각 기기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자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광고의 형태도 점점 더 콘텐츠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받기 시작한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를 예로 들 수 있다.

김성해 교수는 “네이티브 광고는 쉽게 말해 ‘스토리가 있는 동영상 광고’”라며 “해외언론 사이트를 보면 배너나 팝업 같은 기존 광고 대신 방문자(독자)가 즐거워할 만한, 스토리(콘텐츠)형 광고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가 이미지 중심에서 콘텐츠 전달로 진화하고 있는 것. 마치 영화개봉 전 공개되는 티저 영상과 같은 식이다.

언론의 이같은 변화는 PR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지점과도 닿아 있다. 퍼블리시티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콘텐츠 기획을 위한 ‘업그레이드 홍보’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종혁 광운대 교수는 “기자의 능력도 언론사 브랜드가 아닌 그날그날 온라인에 올라간 기사로 평가받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처럼 보도자료를 편집해서 내보내는 정도의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앞으로 PR인은 기자(언론)가 원하는 콘텐츠를 같이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협력관계로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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