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디어의 새 흐름, ‘브랜드 저널리즘’
기업미디어의 새 흐름, ‘브랜드 저널리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9.01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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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중심 콘텐츠·트렌스 미디어 전략 필요

[더피알=편집자주] ‘모든 컴퍼니는 미디어 컴퍼니다(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 2000년대 중반부터 북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브랜드 저널리즘. 디지털 발 혁명으로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 전달에 대한 갈망은 높아졌지만, 그것이 광고로 인식되는 순간 뉴스로써의 매력이 사라져버리곤 하는 안타까움을 타개하고자 등장한 개념이다. 전통적 저널리즘 방식을 좇아 객관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겠다는 움직임은 이제 국내로 그 발길을 옮기고 있다.

① What’s Brand Journalism? 친절한 개념 체크
② The world is now… 꼼꼼한 해외사례 탐방
③ Case Study : GE리포트 코리아
④ Expert's Tip : 성공적 브랜드 뉴스룸 위한 10가지 포인트

[더피알= 안선혜 기자]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용어, 알 듯 모를 듯 또 어떤 새로운 게 나와 실무자들을 혼란케 하는 것일까요. 브랜드 저널리즘의 개념, 왜 기업은 이를 해야하는지,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등을 먼저 살펴봅니다.

 

브랜드 저널리즘 넌 누구냐?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이란 용어, 알 듯 모를 듯 또 어떤 새로운 게 나와 공부의 늪으로 빠뜨리는가 한탄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요.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말은 지난 2005년 맥도날드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을 역임한 래리 라이트(Larry Light)가 처음 사용했던 말인데, 당시를 전후로 영미권에선 10여년 이상 브랜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꾸준한 흐름이 있어왔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을 간단히 설명하면 기존 언론이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대로 기업 콘텐츠도 생산하자는 겁니다. 기자들이 취재할 때 전문가 코멘트를 구하고 사실 확인을 거치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뒤따르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모두가 기사의 객관성과 사실성을 담보로 하기 위한 노력이란 것이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깨고 브랜드도 이제는 자화자찬성 콘텐츠가 아닌 정확한 정보,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자는 겁니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요즘 같은 때에 언론의 방식을 차용한다니 무슨 허공에 발길질 하는 소리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브랜드 저널리즘이 등장한 배경 역시 이 ‘불신의 시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브랜드에서 생산한 콘텐츠들은 순 광고성이라는 소비자(독자) 불신의 틈을 파고든 것이 브랜드 저널리즘이기 때문입니다. 즉,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스스로 기자(언론)의 역할을 자청한 셈이지요. 매체 신뢰도는 떨어졌어도 콘텐츠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많으니까요.

미디어 지형 변화도 브랜드 저널리즘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히곤 합니다. 전통 미디어가 주도권을 잃으면서 브랜드들이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하는 기존 미디어를 건너 뛰고(skip), 대신 그들 스스로 자신의 미디어를 구축하고자 나선 것입니다.

플랫폼은 다양합니다. 블로그가 될 수도 있고, 웹사이트일 수도 있고, 페이스북 팬 페이지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이들 모두가 결합한 형태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핵심은 소비자에게 직접 기업의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간혹 네이티브 광고(Native Ad)와 엮여서 거론되곤 하는데, 객관적이고 정보성 강한 콘텐츠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브랜드 저널리즘은 기업 플랫폼에 실리는 콘텐츠이고, 네이티브 광고는 기존 언론 매체에 실리는 광고라는 점이 차이입니다.

기업블로그와 뭐가 달라?

혹자는 반문하기도 합니다. “우린 이미 온드 미디어(owned media·자사 소유 미디어) 관점에서 브랜드 마케팅하고 있어. 블로그랑 페이스북 다 운영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라고.

하지만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온드 미디어 운영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기업들이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해 왔을지라도 지금껏 접근 방식은 홍보성이 강할뿐더러 너무나 인풋(Input) 중심이었어요.”

얼마 전 국내에서도 브랜드 저널리즘 접근방식과 유사하게 유명 패션 잡지와 주얼리 브랜드가 손잡고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독자들을 고려한 콘텐츠가 아닌 기존의 전통적 광고 스타일로 제작됐기 때문에 그리 신선함을 줄 수 없었던 거지요.

“기업들이 기존 블로그를 온드 미디어로 보고 맹신하고 있는 점, 타깃 독자들의 입장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착각이 국내 브랜드 저널리즘 확산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중대 웨버샌드윅 부사장의 조언입니다.

브랜드 저널리즘 콘텐츠는 업계와 소비자에게 모두 혜택이 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시스코와 GE (제너럴일렉트릭)를 보더라도 회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더라도 자신들이 속한 업계의 이슈를 사이트 성격에 맞게 녹여내면서 다수의 팬층을 확보했지요.

또 한 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은 기업들이 마케팅·PR활동에서 자주 외치곤 하는 ‘원소스멀티유즈’입니다. 강정수 박사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타깃 층에 맞게, 또 채널별로 다른 콘텐츠를 내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원소스멀티유즈를 외치며 똑같은 콘텐츠를 여기저기 돌려막기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입니다. 트랜스 미디어는 미디어 간 경계선을 넘어 서로 결합·융합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채널끼리 내용면에서는 긴밀히 연결된 콘텐츠를 제작하되 형식에선 채널별로 다르게 가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좀 어렵게 표현하면 ‘릴레이티드 콘텐츠(related content)’와 ‘디퍼런트 콘텐츠(different content)’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브랜드 저널리즘 콘텐츠가 가져야할 요소로 이중대 부사장은 ‘휴머니즘’과 ‘스토리텔링’을 꼽습니다. 자사 홍보대사를 브랜드 저널리스트로 활용하거나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는 등의 접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히면서 사람 냄새를 풍기는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독자를 만족시켜야 했듯, 기업도 독자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타깃 소비자에게 유용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드시 유념해야 할 건 브랜드 저널리즘의 첫 번째 선결이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사실입니다.” 배윤식 쉐어하우스 대표의 당부의 말입니다.

▲ 브랜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에도 뉴스룸이 필요하다. 사진은 bbc 방송사 뉴스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영국 bbc 드라마 ‘디 아워(the hour)’의 자료 화면. ⓒ뉴시스

어떻게 운영해?

브랜드 저널리즘에는 말 그대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먼저 ‘발행인’이 될 CEO의 승인이 필요하겠고, 더 중요한 건 ‘뉴스룸’을 만드는 겁니다. 뉴스룸은 단순히 텍스트 중심의 보도자료를 올리고 배포하는 곳이 아니라 콘텐츠 개발과 유통, 관리를 총괄하는 ‘콘텐츠 전략’의 중심입니다. 핵심 독자이자 소비자인 타깃 오디언스(target audience)를 누구로 정하고, 그들에게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할지, 채널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곳이지요.

해외 사례들을 보면 저널리즘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기자 출신들을 채용해서 특별 팀을 꾸리기도 합니다. 그를 통해 독자 관심이 무엇인지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편집회의를 진행하는 것이죠.

팀의 구성원들은 철저히 브랜드 저널리즘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브랜드 작가로서 자사 브랜드와 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지식과 콘텐츠 생산 역량을 갖추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타깃 오디언스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기민함도 필요하겠지요. 기자와 같은 사고와 취재방식을 바탕으로 객관적 콘텐츠를 작성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특히 자랑 중심 PR에서 탈피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콘텐츠 제작은 자사에서 모두 담당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 전문가들의 기고를 받거나 때론 외부에서 사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내외 전문가들의 콘텐츠가 생산·편집·승인·발행되는 전 과정에 걸쳐 필요한 인물들의 역할과 책임은 확실히 잡아야 합니다.

콘텐츠 구성은 텍스트뿐 아니라 비디오 영상, 사진, 인포그래픽, 블로그 포스트, 팟캐스트 등 다양한 형식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흐름은 역시 비주얼 중심의 콘텐츠지요. 여타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면 이를 확산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 다양한 소셜 채널을 통해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페이스북 등에 스폰서 콘텐츠로 띄우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전통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테지요. 소셜 공유 기능을 추가하는 건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유용합니다.

뉴스룸에선 정기적으로 자사, 업계, 비즈니스와 연관된 주제로 뉴스 스토리를 지속 개발할 수 있도록 ‘편집 캘린더’를 마련할 것이 권장됩니다. 콘텐츠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돼야 고정 독자를 확보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콘텐츠 생산, 배포, 확산에 대한 계획이 끝났다면 이제 이 말 한마디만 되새기면 되겠습니다. ‘모든 컴퍼니는 미디어 컴퍼니다(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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