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에서 삼총사까지…‘역사야, 친해지자~’
명량에서 삼총사까지…‘역사야, 친해지자~’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9.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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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사로 대중과 소통하는 설민석 강사

대한민국에 사극 열풍이 불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역사를 재미있게 녹여낸 예능프로그램까지. 그리고 이러한 역사 열풍의 중심에 자리한 이가 있으니, 바로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이다. 영화 <역린>과 <명량> 그리고 드라마 <삼총사>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는 동영상 강의는 물론,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강의로 대한민국에 재미있는 역사를 전파하며, 대한민국의 사극을 책임지고 있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인터뷰를 위해 설민석 강사를 만난 날도 그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역사 속 교육법에 대한 강연을 다녀온 길이었다. 그리고 인터뷰 후에는 역사 해설 동영상 강의에 대한 의뢰를 받고 기획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명량>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등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설민석 강사에게 소감을 물었다.

“하루 평균 10~20건의 강연, 공동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영화 <명량>을 통해 이제 더 유명해질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반응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감사한 심정이지만, 초심이 정심이고 올곧은 길을 가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길이란 생각으로 본분에 충실할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지만, “명분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최근 그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역사 속 세법을 주제로 동영상 강의를 선보였다.

“세법과 역사가 무슨 관계인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한 나라는 망국으로 치달았다”는 설 강사는 “정부가 정책을 알리는 것이 의무이고 국민은 알 권리가 있지만, 딱딱한 정부 외침에 국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서 재미있는 강의를 통해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에서 예능까지…카메라 앞에 선 ‘물 만난 고래’

지금은 한국사 전문가로 재미있게 역사를 알리고 있지만, 설 강사는 학창시절 국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지루했어요. 재미없고 잠자는 시간이었죠. 그래서 국사선생이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웃음) 하지만 그 덕에 학생들이 뭘 모르는지 알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역사를 재미있게 습득할지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도움이 됐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웃음)”

그는 역사에 관심이 있고 잘 이해시킨다는 것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았다. 대학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사회과목을 가르친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엔 반응이 좋았지만 밑천이 떨어지면서 해고당했어요. ‘내가 왜 해고당해야해?’란 생각에 오기가 발동해 인정받아야겠다는 각오로 6개월간 대학입시 때보다 더 열심히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경쟁학원에 들어갔죠. 이내 입시 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빵 터지고’,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 물을 만났죠.”

설 강사는 어릴 때부터 무척 개구쟁이였고 남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해 사회도 보고 연극반 활동을 해왔다. 천성적으로 ‘무대체질’인 그 앞에 카메라를 두니 ‘고래가 물 만난 격’이 됐다.

▲ 설민석 강사는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정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대중을 재미있게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 동영상 강의 화면 캡처)
요즘 유명세를 떨치는 까닭에 단숨에 스타강사가 된 듯 보이지만, 그는 19년간 한국사 전문가로 내공을 쌓아왔다.

“입시강사로 살아오며 짧은 시간 안에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워서 높은 점수를 얻게 해주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무엇이냐 했을 때 학생들이 ‘수능필수야’ ‘대학가기 위한 도구야’라고 말하게 된다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참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10년 전부터 독도·강화도·제주도·백두산 등 동서남북의 국내 유적지는 물론, 간도·연변·상해·북경·러시아 등 교과서에 나오는 현장을 영상에 담아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주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만든 현장성과 재미를 살린 동영상 강의가 널리 알려지며 MBC <무한도전>의 제의를 받았다. 무도 멤버 하하와 노홍철의 대결을 담은 편에서 하하의 선생님으로 등장한 것이다.

“작가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무한도전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잘 몰랐어요. 알았다면 부담스러워서 못했을 것 같아요.(웃음) 단지 취지가 좋아 응했는데 하하와 합이 잘 맞아 재미있게 완성됐습니다. 때문에 제 강사로서의 인생은 무한도전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입시강사의 틀에 갇혀있었던 제가 대중강사로서의 재능을 또 발견하게 된 것이죠.”

눈높이형 강의, 머리에 쏙쏙

이후 그에게는 출판, 방송, 강연 제의가 쇄도했다. 쏟아진 러브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화 <광해>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는 동영상 강의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사극 영화의 새로운 홍보 채널을 개척한 그는 이후 <관상> <역린>을 거쳐 <명량>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렇게 KBS1 <아침마당>을 통해 아줌마 팬도 생기고, 대기업 강연을 다니며 아저씨들이 알아보는 ‘스타’가 됐다.

다양한 강의를 하는 만큼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똑같이 이야기할 순 없다. 때문에 강의를 계획하며 그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듣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고, 강의의 당위성을 인식시켜야하며, 트렌드에 맞춰나간다는 것이다.

“강연을 들으러 오거나 단 10분짜리 <명량> 해설 강의 2개를 보더라도 귀한 시간을 내주는 것이기에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설명을 꼭 곁들이죠. 또한 듣고 싶은 강의로 만들기 위해 트렌드를 알아야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함께 일하는 팀의 도움을 받고 타고난 재능인 ‘말주변’으로 해결합니다.”(웃음)

설민석 강사의 교육철학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단에 서지 않는다’이다. 이것이 19년 동안 강단에 설 수 있는 비결이라는 그는 강의를 완성하기 위해 자기계발에도 충실하다. 술과 담배는 물론 카페인, 탄산, 기름진 음식도 멀리하며 언제나 활기찬 모습을 유지하고 남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인 만큼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대한 활자중독증을 유지하려고하는 편이예요. 공부를 해야겠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의식하는 순간 짐이 되기 때문에 차안에서, 밥 먹다가, 자기 전에 책을 보는 것으로 생활 속에서 버릇처럼 독서를 하죠.”

최근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명량에 대한 강연이 이어지면서, 각기 다른 시각에서 이순신을 조명하는 시중에 나와 있는 10여 종의 책을 읽었다. 그렇게 이순신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의 해석을 더한 <전쟁의 신, 이순신>이 완성됐다. 그리고 앞서 영화 <역린> 개봉 당시에는 <역적의 아들, 정조>를 발간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역사’로 길잡이 노릇

혹자는 그의 이같은 행보를 너무 시류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쿨하게 “맞다”고 인정한다. “아무리 역사가 재미있다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하지만 막상 보면 재미있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게 만들기 위해 현재의 이슈와 연결 짓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역사적 사건과 기념일 등 다양한 이슈에 따라서 재미있게 국사를 알리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한다.

설 강사는 “튀려고, 웃기려고 하는 줄 아는데 사람들의 오해”라며 “본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강의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웃긴다고 재밌는 건가? 아니다. 진지할 땐 진지하게, 웃길 땐 웃기게. 본질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철학에서 광어가 날아다니는 CG의 ‘미미광어’를 비롯해 다양한 암기법을 만들어 내고, 현대사 강의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노래, 그림 등 할 수 있는 건 다하는 것이다.

때로 남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가면서 그토록 재미있는 한국사 알리기에 앞장서는 이유는 뭘까? “역사는 미래를 대비하는 학문이에요. 과거 사례를 통해 오늘날 나를 비춰봄으로써 교훈을 얻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지표를 제시해주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죠.”

또한 설 강사는 “교훈이 없는 역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진 재능과 인프라, 콘텐츠를 가지고 쉽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며 “파랑새는 언제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나의 활동들이 역사라는 파랑새에 눈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모두가 역사를 가까이해 나아갈 방향을 찾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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