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유혹하는 그 이름, 쿠폰
소비자를 유혹하는 그 이름, 쿠폰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9.1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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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소비가 소비로 연결되는 덫

[더피알=김지헌] 올 여름 필자가 가장 많이 마신 음료는 커피가 아닌가 싶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 보통은 하루에 한잔 정도 마시지만, 무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날씨 덕분에 하루 평균 두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물론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커피전문점의 1L짜리 아이스커피는 아니고 355ml의 일반적인 용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말이다.

커피전문점을 자주 애용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작은 사치라고 생각하기에는 커피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구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10장의 도장을 찍으면 1잔의 공짜커피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만들고 지갑 속에 고이 넣고 다니곤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쿠폰을 받은 소비자가 10잔의 커피를 소비하는데 24.6일이 걸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29.4일로 쿠폰을 모으는 소비자가 평균 5일 정도 빠른 주기를 보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쿠폰을 소지하는 것이 그다지 경제적인 선택은 아닌 듯 보인다.

공짜 커피의 환상 갖게 하라

커피 소비량을 줄여 가계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결심한 소비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을 쿠폰 또는 포인트 적립의 덫(?)으로 유도할 수 있는 두 가지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제안은 ‘공짜커피를 먹을 수 있는 목표에 가까워졌다는 환상을 가지게 하라’이다. 2006년 키베츠 교수(Ran Kivetz) 연구진은 마케팅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마케팅리서치저널(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목표거리모델(Goal Distance Model)을 소개했다.

이는 인간이 목표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목표달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을 모형화한 것이다. 이때 목표와의 거리(Goal Distance, 이하 GD)는 목표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전체 노력의 양 대비 앞으로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노력의 양으로 측정된다.

예를 들면, 10개 도장을 찍으면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쿠폰이 있을 경우, 3개의 도장을 찍었을 때(GD=7/10)보다 4개의 도장을 찍었을 때(GD=6/10) 나머지 도장을 찍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108명의 실제 카페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첫 번째 도장을 찍고 다음 도장을 찍을 때까지 걸린 시간보다 아홉 번째 도장을 찍고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약 20%(0.7일)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도장이 몇 개 안 남았을 경우 빨리 공짜 커피를 먹기 위해 더 빠르고 많은 양의 커피를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케터들이 GD를 조작해 소비자들에게 공짜커피를 좀 더 빨리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10개의 도장을 찍어야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쿠폰 대신 12개의 도장을 찍어야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쿠폰에 2개의 도장을 미리 찍어서 준다면 어떻게 될까? 공짜 커피를 위해 남아있는 도장이 10개라는 점에서는 두 개의 쿠폰이 비슷해 보이지만 GD를 계산해보면 후자의 쿠폰이 더 효과적이다.

전자의 GD는 1(10/10)인 반면, 후자의 GD는 0.83(10/12)으로 결국 후자의 쿠폰을 받은 소비자들이 목표까지의 거리를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 더 적극적으로 남은 도장을 채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폰의 도장을 다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석한 결과 후자가 전자에 비해 약 3일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짜 커피를 얻은 고객들은 커피를 구매할 때 더 많이 웃고 카페 종업원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팁을 남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제안은 ‘소비자의 매개물 최적화(medium maximization) 성향을 활용하라’이다.

매개물 최적화는 2003년 크리스토퍼 히시(Christo­pher K. Hsee) 연구진이 소비자행동 분야의 최고저널인 소비자리서치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소개한 개념으로 ‘노력(effort)-매개물(medium)-결과물(outcome)’의 관계에서 소비자가 노력수준을 결정할 때 최종 결과물보다 매개물의 최적화에 초점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목표 근접을 눈으로 보여줘라

9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6분짜리 일을 도와주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고, 7분짜리 일을 도와주면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주는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참가자의 약 25%가 7분짜리 일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개물을 추가한 실험에서는 선호도가 바뀌었다. 즉, 6분짜리 일을 도와주면 60포인트를 주고 이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바꿔 먹을 수 있는 옵션과 7분짜리 일을 도와주면 100포인트를 주고, 이어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으로 바꿔 먹을 수 있는 옵션 중 선택하라고 했을 때 약 55%가 7분짜리 일을 선택했다.

이는 포인트와 같은 매개물의 조작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노력수준과 최종결과물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만약 피스타치오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판매가는 동일하지만 전자의 원가가 더 저렴하다면 전자 구입 시 더 많은 포인트를 줘 선택을 유도한다면 비용절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쿠폰 또는 포인트 적립 프로그램 설계 시 조금만 신경 쓴다면 소비자의 재구매 시기를 앞당기고 구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앞서 제안한 방법 이외에도 쿠폰을 커피잔 모양으로 디자인해 구매할 때마다 아래에서부터 커피잔이 채워지는 형태로 쿠폰을 제작하면 목표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가시화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이고 기업들에겐 다행스러운 것은 행동경제학 관점의 마케팅 전략들이 강력한 이유로 카네만(Daniel Kahneman) 교수가 언급한 시스템II의 한계(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 참조)로 인해 소비자들이 알면서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T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소비자심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IMM, IJRM, AJSP 등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들을 게재, 우수 논문상 및 강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ih­er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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