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파손’ 삼성·LG, 메시지싸움이 법정다툼으로
‘세탁기 파손’ 삼성·LG, 메시지싸움이 법정다툼으로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9.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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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의 정황 추가 포착” vs LG “1위 업체 흠집내기”

[더피알=안선혜 기자]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LG전자의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건이 검찰 고발로까지 확대됐다. (관련기사 : 독일서 세탁기 파손…LG는 ‘당황’, 삼성은 ‘황당’) 자존심 싸움을 넘어 양사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LG측이 독일 현지 매장에서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한 추가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유에서다.

▲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정상적인 제품(왼쪽)과 문짝과 본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파손돼 문이 닫히지 않는 제품.

삼성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처음 제품 파손이 발견된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 외에 자툰 슈티글리츠(Saturn Steglitz) 매장에서도 자사의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3대가 동일한 방식으로 파손된 것을 발견, 해당 매장에서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조금 이상하다 싶어 다른 매장의 전시 제품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던 중 유로파 매장 파손 건이 있기 2시간 전 슈티글리츠 매장에서도 동일한 파손 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을 CCTV를 통해 포착했다. 그것도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직접 파손에 가담했다”며 “단순히 넘기고 갈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같은 주장에 LG전자 측은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있겠냐”며 혐의를 절대적으로 부인했다.

해외 출장 시 경쟁사 현지향 제품과 그 사용 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로, 여러 회사 제품을 똑같이 살펴보고 나왔으나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이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번 고소 건은 LG전자 측의 해명이 불씨로 작용한 면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제품이 약해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지 절대 고의성은 없었다는 뉘앙스의 항변이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세계가전전시회(IFA) 기간이었고,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서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지만, LG 측이 자꾸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메시지를 던졌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구진들이 몇 년씩 고생해서 내놓은 이파(IFA) 전략 제품을 마치 너희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해명을 하는 건 묵과할 수 없다”며 “세탁기의 뚜껑을 열어놓고 위에서 힘을 가하는 신뢰성 테스트는 국제 어느 표준에도 없는데, 이를 잘 알만한 조성진 사장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게 우리로서도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LG전자 측은 “이번 일(검찰 수사 의뢰)이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인 당사에 대한 흠집 내기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검찰조사에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 2012년 냉장고 용량 과대광고 논쟁으로 소송전을 벌이다 2년여 만에 법정의 중재로 소송 취하로 마무리했는가 하면, 지난해 3월에는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삼성 vs. LG, ‘냉장고 전쟁’ 재돌입)

당시 삼성전자가 ‘국내 가전용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내보내자 LG전자는 인용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등 가전업계 라이벌업체 간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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