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의 ‘헛발질’ 세 번에 담긴 소통부족
박영선의 ‘헛발질’ 세 번에 담긴 소통부족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9.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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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제1야당의 악재, 원인은 내부에 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이쯤되면 ‘격랑의 소용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현재 깊은 내홍의 수렁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야기다.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두 번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 무산과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벌어진 이른바 ‘이상돈 파동’까지 악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명찰을 달고 40여일간 당을 이끌어왔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한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새정치연합의 혼돈은 정점을 향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다 새정치연합이 분당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제기하고 있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자료사진) ⓒ뉴시스

박 원내대표의 ‘탈당설’은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반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새누리당에 몸담으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보수성향 학자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의 영입설이 나오자 이에 대한 강한 반대기류가 형성된 것. 당내 일부 의원들은 아예 공개적으로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CBS 노컷뉴스>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밤 중진 5명과의 회동에서도 원내대표를 유지해달라고 했는데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저렇게 물러가라고, 아니 아예 당을 떠나가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또 “이틀 정도 칩거하며 고민을 더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15일로 예정됐던 새정치연합의 원내대책회의는 회의를 주재해야 할 박 원내대표의 ‘두문불출’ 속에 열리지 못했다. 선장이 잠수해버린 ‘새정치 호’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하기도 어렵다.

구원투수 등판→조기 강판?

재보선 참패이후 수렁에 빠진 당을 구해내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박 원내대표 개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데에는 결국 그의 ‘헛발질’이 크게 작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헛발질의 가장 큰 원인은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박영선 체제’가 출범할 때만 해도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높았다. MBC 기자출신의 박 원내대표는 깔끔하고 논리적인 언변과 똑부러진 의정활동을 보여왔다. 이후 내리 3선 고지를 밟으면서 야권의 대표 여성정치인 중 한명으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위기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지난달 7일 새누리당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되자 의문부호로 바뀌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합의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내 의견 수렴과정도 거의 없었던 독단적인 판단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영선 답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또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10여일 뒤 재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유가족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반쪽짜리 합의라는 질타를 받아야 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 과정에서 제 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했다. 유가족, 당 내부와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가 두 번이나 협상을 번복한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합의를 저버린 것은 야당”이라는 명분을 새누리당에게 안겨준 자충수였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야권지지자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박 원내대표는 또 한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가 물망에 오르자 당 내부와 야권지지자들 사이에서 강한 반대의견들이 쏟아진 것이다.

보수성향 학자로 분류되는 이 전 교수는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교수가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보수라는 평판도 있지만, 어쨌든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과거 ‘적진’에 몸담았던 인물을 당의 얼굴로 맞이하게 되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이번에도 박 원내대표의 소통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당내 의원들과의 논의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 급기야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박 원내대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의원들의 의사를 듣지 않고 협상과 결정을 했다고 하는데 모든 의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다 들을 수 있느냐”며 “안경환,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도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중진 몇 분과 상의했고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불통 논란, 결국 부메랑으로

그러나 단지 당내 중진들과의 ‘동의’만으로 이상돈 교수의 영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면 이는 박 원내대표의 소통력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에는 박 원내대표 외에도 129명의 현역 의원들이 존재한다. 문 의원 등 중진들이 정치적 무게감이 작지않다고 하더라도, 모든 의원들의 생각이 중진들과 같을 수는 없다.

▲자료사진. 15일 오전 비어있는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회의실 ⓒ뉴시스

비대위원장에게는 차기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당을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다. 단순히 지도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잇따른 악재로 인해 휘청거리는 새정치연합은 비대위 체제를 통해 환골탈태하고 야권지지자들의 지지와 믿음을 다시 얻을 필요가 있다.

당 내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적어도 이 전 교수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박 위원장이 알고 있었다면 당내에서 작지않은 반발이 불거질 것도 충분히 예상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계파 간 이해관계, 혹은 129명이라는 숫자로 인해 의견조율이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핑계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이미 두 번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파기로 인해 박 원내대표의 소통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세 번째 ‘헛발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들이 보인다.

재보선 이후 채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제 1야당을 휘감은 일련의 악재들은 리더에게 있어서 ‘소통’이 얼마나 큰 덕목인지 재차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는 정치권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이라면 분명히 기억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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