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업계 ‘꿈의 직장’
커뮤니케이션 업계 ‘꿈의 직장’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9.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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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 속 솔직토크… 연봉·사내문화 등 기업 속사정은?

직장인 사이에서 ‘잡플래닛’이 화제다. ‘믿을 수 있는 기업 위키’를 꿈꾸는 이 사이트에는 국내 1만4000여 기업의 직원들이 직접 기업의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단순한 뒷담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단점과 연봉, 면접정보를 적고 총점까지 매긴다. 구직자들에겐 포장 없는 기업의 민낯을 제공하고, 기업들은 안방 정보가 SNS를 타고 회자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커뮤니케이션 업계도 ‘내부직원 평가’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잡플래닛’ 통해 본 커뮤니케이션 업계 꿈의 직장을 들여다봤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광고업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훌륭한 선배들이…아직은…많음, 기업 인지도에 따른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 경험 기회, 동종업계 최고의 연봉, 아이디어가 움직이는 회사”

“업무가 굉장히 다이나믹함, 능력보다 영어점수 위주, 대리급 이상 사내정치 필수, 삼성 광고주 의존도 높음(미래 불투명), 광고회사의 특성에 맞게 야근 수당 같은 건 기대할 수 없음, 웬만해서는 업무 외의 삶은 포기해야 함”

“광고 전반을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곳. 업계 1위이며 삼성 계열사 중 가장 자유로운 사내 문화. 그러나 역시 삼성은 삼성이다.”

광고기획사 1위 기업 제일기획에 달린 댓글들이다. 장점으로 복지 및 시스템, 급여, 커리어 등을 꼽는 의견이 많이 보인다. “자율근무제, 점심 2시간, 신입에게 주어지는 많은 기회, 시설 좋음, 자기계발기회 좋음, 다양한 정보습득 기회가 많고 업무강도가 세지만 알아서 잘 챙기면 좋은 시간” 등이 장점으로 언급됐다.

반면 단점과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을 적는 칸에서는 회사에 쌓인 불만이나 바라는 점들을 엿볼 수 있다. “외국어가 업계 능력보다 더 평가 받는 곳, 갈수록 획일화되는 분위기, 잘하는 사람에게만 일을 몰지 않았으면,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휴식시간을 보장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입니다”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처럼 ‘잡플래닛’은 기업의 전·현직 종사자가 솔직하게 회사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익명으로 공유하는 사이트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 문화, 경영진 등 5개 영역에 걸쳐 5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총점을 매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총평과 장·단점, 경영자에게 바라는 점, 지인에게 추천여부를 적게 돼 있다. 기업 리뷰와 함께 연봉 정보, 면접 후기 등도 제공한다. 한국판 ‘글라스도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톱10 평균 3.28점에 그쳐

직장인들이 이 사이트에 호응하는 이유는 내부 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쉽게 가입할 수 있고 모든 글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회사에 쌓인 불만을 털어놓는 공간이자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보며 공감하고 이직하고 싶은 기업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잡플래닛은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개월여 만에 1만4000여개 회사에 대한 기업 리뷰 60만 건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평가한 커뮤니케이션 회사 만족도는 몇 점일까. 8월21일 잡플래닛 총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상위 톱10에는 KPR(3.8점), 제일기획(3.6점), SK플래닛(3.5점), 엠포스(3.3점), 펜타브리드(3.3점), 대홍기획(3.2점), 프레인글로벌(3.2점), 이노션(3.1점), 에델만코리아(2.9점), 피알원(2.9점)이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곳의 평균 평점은 3.28점이다.

커뮤니케이션업계 만족도 톱10  (자료:잡플래닛)
기업명 점수 총평
KPR 3.8 “극동빌딩의 등대- 절대 불이 꺼지지 않음”
제일기획 3.6 “대형 프로젝트 경험 기회, 업무 외의 삶은 포기해야…”
SK플래닛 3.5 “수평적인 문화와 괜찮은 급여/복지, 방향성은 의문”
엠포스 3.3 “업무부담 큰 대신 배울 게 있다. 체력과 끈기는 필수”
펜타브리드 3.3 “좋은 일터지만 웬만한 사람 아니면 버티기 힘듦”
대홍기획 3.2 “내실 있는 광고대행사, 광고계의 공무원”
프레인글로벌 3.2 “다양한 홍보 기회, 팀 배정 따라 회사생활 복불복”
이노션 3.1 “광고에 대한 환상은 금물, 열정과 끈기만이 살길”
에델만코리아 2.9 “글로벌기업 홍보 경험은 장점, 하지만 그만큼 힘듦”
피알원 2.9 “좋은 사내분위기, 높은 업무강도, 일과 라이프 균형 필요”


집계 기준이 ‘잡플래닛에 올라온 직원 평가’이다 보니 리뷰가 없거나(피알진, 코마코 등), 리뷰가 5건 이하(TBWA KOREA/3.8점/리뷰4건)인 곳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기업마다 직원들이 올린 리뷰 숫자에 차이가 있으므로(SK플래닛/98건, 대홍기획/11건) 사내 소통을 위한 참고자료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먼저 KPR(3.8점)의 베스트 리뷰로는 “연봉과 삶의 질 중 주저없이 연봉을 택할 사람에게 추천”이 꼽혀 있다. 장점으로는 “정통 PR회사라는 자부심, 업계 상위권 연봉과 복지, 좋은 시니어들이 많아 PR전문가로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 언급됐고, 단점으로는 “극동빌딩의 등대- 절대 불이 꺼지지 않음, 바쁘고 정말 바쁘며 바쁨, 경영진은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노력해야 함”이라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펜타브리드(3.3점)는 사내문화와 업무와 삶의 균형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베스트 리뷰로 “자기 발전과 좋은 포트폴리오를 얻고 싶다면 좋은 일터, 하지만 웬만한 사람 아니면 버티기 힘듬”이란 댓글이 선정됐다. 장점으로 “업무 분위기가 자유롭고 동종업계에서는 야근이 적은 편, 수평적인 사내 문화”가 꼽혔고, 단점으론 “연봉은 기대하지 않는편이 좋음, 실적 좋은 부서와 나쁜 부서에 따라 업무량 등 희비가 극명히 엇갈림”이 지적됐다.

엠포스(3.3점)는 “업무강도가 매우 세기 때문에 배우는 것은 있다. 하지만 체력과 끈기가 겸비되지 못한다면 금방 지칠 것이다”라는 총평이 눈에 띄었다. 장점으로 “온라인 광고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체계적인 조직구조, 젊은 평균연령”이란 댓글이 많았고, 단점으로 “잦은 야근과 업무 강도, 야근 후 택시비 지급제한 좀 풀어주시길”이란 반응이 나왔다.

프레인글로벌(3.2점)은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일할 기회, 연예인을 자주 볼 기회, 재밌는 아이디어를 맘껏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댓글이 베스트 리뷰로 꼽혔다. “언론홍보부터 마케팅홍보(MPR), 컨벤션 홍보 등 다양한 업무로 인해 배움의 기회가 많고 내부 교육 프로그램도 잘 돼 있다”는 평가다. 반면 단점으로 “잦은 야근과 업무량에 비해 적은 급여, 어느 팀에 배정되느냐에 따라 회사 생활이 복불복”이란 의견이 있었다.

노처녀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같은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도 직원 평가는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총점 3위인 SK플래닛(3.5점)에는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음이 감지됐다. 베스트 리뷰에는 “10년 후를 보고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나 뉴미디어 쪽에서 역량을 키우고 싶다면 도전해 볼만한 회사”라고 언급됐지만 “SK Telecom, SK 에너지, SK M&C 출신들이 모여 있어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방향성이 혼란스럽다, 회사의 역사가 짧은 만큼 조직 문화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장점으로는 “수평적인 문화와 괜찮은 급여/복지, 상대적으로 적은 업무량” 등이 언급됐다.

▲ 잡플래닛 홈페이지에서 제일기획, kpr, 프레인글로벌 등으로 검색한 모습. 평균 별점과 기업 리뷰, 평균연봉과 면접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홍기획(3.2점)은 “외부에서 볼 때의 존재감에 비해 더 내실 있는 광고대행사”라는 총평 아래 “인하우스에이전시가 장점이자 단점”라는 의견이 인상적이다. “인하우스로 안정적인 클라이언트, 꾸준히 성장하는 매출구조”는 긍정적이지만, “광고계의 공무원, 군대식 문화와 잦은 야근과 회식”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노션(3.1점)은 베스트 리뷰로 “광고에 대한 ‘환상’으로 지원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환상’을 ‘실재’로 채울 수 있는 열정과 끈기가 있으면 지원하세요”라는 조언이 나왔다. 장점으론 “현대차그룹이 망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 업무 자율성과 개방적 분위기” 등이 꼽혔고, 단점으로는 “광고에 대한 열정이란 말로 삶의 모든 것을 포기시키는 회사. 노처녀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는 댓글이 적혔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있는 반면 직원들로부터 낮은 성적표를 받은 기업도 눈에 띈다. 샤우트 웨거너 에드스트롬(2.2점)은 “‘외국계 회사’ 타이틀, 글로벌 기업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 쾌적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이 장점으로 꼽힌 반면 “이직율과 경직된 시스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리앤컴(1.7점)은 “실력 있는 선·후배가 많은 회사, 효율적인 정보 공유,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장점으로, “팀간 부조화 및 열악한 회사 시스템”이 단점으로 언급됐다.

이 같은 직원들의 평가에 기업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KPR 신성인 사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서비스업이다 보니 고객 니즈에 따라 스케줄이 정해진다. 글로벌 고객을 상대할 때는 야간 근무가, 스포츠 마케팅은 주말 근무가 불가피해 업무 부담을 준 것 같다. 앞으로 지원자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고 업무를 조정하는 등 직원들과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회사 관계자는 “인사 문제라 답변이 곤란하다”며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극단적인 장·단점 없어…사내소통 의지가 관건

잡플래닛을 살펴보면 어떤 기업도 일방적인 장점 혹은 단점만 존재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업계 최고 직장이라 불리는 곳도 애로사항이 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총점을 직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1위 기업과 다니고 싶은 직장은 다르다는 의미다.

물론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 평가들이 언짢을 수도 있다. 직원의 개인적 의견이 회사 전체의 분위기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잡플래닛에서 커뮤니케이션 업계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불만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고충은 ‘업무 강도가 높다’는 점이다. “서비스업인 홍보 특성상 을의 입장에서 일하고, 제안서 등 각종 업무에 시달리며, 주말근무와 야근이 잦은 데다, 시키는 일에 비해 연봉이 적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불만은 팀이나 부서마다 업무량과 범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일이 없는 팀은 배우는 게 없다고 불평하고, 일이 많은 팀은 밤샘야근으로 늘 피곤하다, 팀마다 업무가 복불복이다, 업무 강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밖에 “회사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전 직원과 공유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팀/그룹/본부의 신설, 통합, 분리를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타성에 젖어 작은 변화도 시도하지 않는 지금의 흐름대로 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등 진심어린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한 PR회사 대표는 “경영자 입장에서 잡플래닛의 익명 평가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직원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트 자체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의 따끔한 충고를 계기로 사내 소통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잡플래닛은 사이트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자체 심사단을 통해 모든 정보는 내부 검토 후 게재하며 욕설과 일방적인 비난, 특정인을 지칭하는 표현, 회사의 기밀 등은 필터링한다. 장단점이 모두 적힌 평가글만 공개해 균형을 맞추고, 해당 정보가 사실이 아닐 경우 다른 사람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해 부작용을 예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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