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 기업에 어떤 교훈을 남겼나
‘아이스 버킷 챌린지’, 기업에 어떤 교훈을 남겼나
  •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상무 (thepr@the-pr.co.kr)
  • 승인 2014.09.23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 기고] ‘소셜 세상’ 속 위기관리 원칙

[더피알= 김영묵] 전 세계의 많은 기업체 고위 임원(C-Level)들이 ‘선의의 명분’을 내세우며 ALS(일명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확산의 메인 채널은 단연 전 세계로 뻗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그러나 이 이벤트를 통해 기업의 위기 발생 때 소셜미디어가 주는 기회, 혹은 위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놀라운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참여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통해 소셜미디어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만 한다면 ‘게임의 양상을 바꾸는 계기(game changer)’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기업은 상대방, 즉 소셜미디어 청중들의 반응 속도에 발맞춰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이해해야만 한다.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에 실패할 경우 기업은 온라인 상에서 이슈를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업인들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확산을 주도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그들이 과연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요즘 세상에 어떤 이야기는 불과 몇 분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다시 말해, 위기 대응 계획이 낡아 무용지물이거나 완전하지 못한 기업들은 척추가 따끔거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과도한 중앙집중식 통제체제, 기업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의견조율, 느려터진 승인절차, 전통미디어를 통해 내용이 뻔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전통적 위기관리 접근법을 고집한다면 지금과 같은 ‘초연결 세상’에서 위기는 확대되기만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명성은 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과거의 관습, 관행, 제도에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고 시류를 따라야 한다. 이 점에서 창의적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새로운 세상 속에서 위기관리를 함에 있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대단히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소셜미디어 중심의 위기관리 전략을 수립하라!

소비자들은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데 기민하다. 지난 2013년 럭셔리 카 마세라티의 소유자가 품질에 불만을 품고 일단의 젊은이들을 고용, 중국 칭다오 모터쇼 현장에서 자신의 콰트로포르테(마세라티) 승용차를 공개적으로 부수도록 했다. 고가의 럭셔리 승용차가 파손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마세라티는 품질에 불만을 품은 단 한 명의 소비자 때문에 위기 상황에 처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에 돈을 아끼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우리 회사와 관련해 어떠한 이야기(buzz)들이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고 있는지 전부 파악하고 있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계 기업 임원들이 한국어로 된 소셜미디어의 게시글을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 장벽에 구애 받지 않고 온라인 상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을 번역해 실시간으로 이슈를 추적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온드(Owned) 미디어’를 장악하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는 크게 P(Paid·광고나 애드버토리얼처럼 유료로 지면을 확보하는 것), E(Earned·
대가의 지불 없이 기사화하는 것), S(Shared·소셜미디어), O(Owned·기업이 자체적으로 통제, 운영하는 미디어)로 나뉜다. 이슈가 터졌을 때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알리는 창구로 ‘온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우유 스캔들 기간에 뉴질랜드 정부 및 유제품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유제품 품질 보증 프로그램, 종업원 훈련 과정, 생산시설 관리, 위생 및 운영 시스템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우유 생산자들은 이와 함께 안전한 제품 생산을 위해 자신들이 어떻게 헌신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도록 임직원을 회사의 ‘대변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휘 체계를 단순화하라!

요즘 세상에 위기상황은 불과 몇 초 만에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고 이에 대응하는 속도에 비례해 기업의 명성이 실추된다.

해외 현지법인에서 이슈가 터졌는데 본사에 이메일 보내고 법무팀이 대응 성명서 초안을 작성하고 여러 사람의 검토를 거쳐 사흘이 지나서야 최종적으로 회사의 입장이 성명서로 공식화되는 복잡한 절차 대신, 이슈가 터진 곳의 현장 직원이 이해관계자들과 즉각 소통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 직원들을 훈련시켜 회사가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슈가 터졌을 때는 현장의 누군가가 즉각 회사를 대변해 언론과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사과를 두려워 말라!

기업의 홍보 담당자와 법무 담당자들이 늘 충돌하는 문제다. 사과는 종종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사과 한 마디로 위기상황이 해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진정성이 담긴 사과여야 한다. 우리는 진심 어린 사과 대신 애매모호한 성명서만 배포함으로써 대중의 분노 수준만 높인 사례를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반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 확대 재생산될 만큼의 ‘폭발력’을 가진 이슈가 신속한 사과(물론 진정성 있는 사과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로 급속히 진화되는 경우도 보곤 한다. 사과는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대한 걱정과 겸손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걱정과 겸손은 위기 상황을 진정시키는 장정(長程)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상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