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차별화, ‘소리’로 들려주다
브랜드 차별화, ‘소리’로 들려주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9.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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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장수 ‘종소리’부터 대형 오르골까지…다양한 징글의 세계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자사 광고 마지막에 고유한 ‘브랜드 징글’을 삽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관련기사: 브랜드 각인시키는 1초의 힘, ‘징글’) LG전자와 롯데,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광고 관련 음악을 제작하는 삼공이스쿨(302SKOOL)의 김이준 대표 프로듀서는 “(최근) 2년 사이에 (징글 제작) 의뢰가 좀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며 “CM과 징글을 함께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징글 제작방식은 일반적인 CM송과 유사하다. 김 대표는 “클라이언트와의 회의를 거쳐 원하는 사항을 체크 한 후 3~5개의 시안을 준비해 그 중 채택된 것을 가지고 작업한다”며 “(보통) 음악을 만들 듯 악기로 먼저 연주, 녹음하고 목소리가 들어갈 경우에는 성우나 가수를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징글을 제작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에 대해 “쉽고 짧지만 강한 멜로디”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김 대표는 “짧은 음 안에 강한 임팩트를 넣어 짧은 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각인돼야 하는데 요즘 (징글이) 너무 많아져서 표절이 되지 않도록 연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치 하프시코드 소리를 연상시키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징글은 좀 특별한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1년 2월 선보인 기업광고 ‘메가 오르골’편과 관련된다.

현대차는 이 광고를 위해 전문 스턴트 드라이버가 탑승한 수백 대의 쏘나타를 동원했다. 이들이 탑승한 쏘나타들은 현대의 영문표기인 ‘HYUNDAI’ 모양 대형을 유지한 채 87m 길이의 초대형 오르골 터널을 통과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광고에 쓰이고 있는 징글은 이렇게 만들어진 사운드의 일부분이다.

제약기업 종근당의 ‘종소리 징글’도 남다른 점이 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장수 징글’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네임 종근당을 말하는 성우 멘트와 함께 종소리를 광고에 삽입했다. 기업이 일찌감치 징글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종근당은 지난 1960년 종을 기업 심벌로 도입했으며 이듬해부터 모든 광고 마지막에 종소리 효과음을 도입했다.종근당 측은 “당시의 어려운 사회상 속에서도 희망을 향한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징표였다”며 “종소리를 통해 인간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고 인류건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기업의 숭고한 정신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광고에 종소리 효과음을 도입하게 된 것은 당시 미국 MGM 사의 영화에서 한결 같이 나오는 사자의 포효 소리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을 모티브로 해 종소리로 연결시켜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며 “음향연구의 권위자인 김벌래 씨에게 의뢰해 제작했으며 범종소리를 기본으로 했다”고 전했다.

수 십 년간 짧지만 강한 여운, ‘장수 징글’

농심의 ‘신라면’ 징글도 장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 ‘사나이 울리는’이라는 카피 다음에 ‘농심 신라면’이라는 멜로디를 붙인 형식으로 25년 동안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징글은 1986년 제품 출시 당시 모델이었던 코미디언 구봉서 씨와 배우 강부자 씨가 직접 부른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농심 측은 “이같은 광고 전략을 통해 ‘세월은 변하지만 신라면의 맛과 인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만큼은 아니지만 롯데 하이마트의 징글도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10년이 넘게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롯데하이마트는 2002년부터 모델이 직접 CM송을 부르는 뮤지컬 형식의 광고스타일도 지금까지 고수해오고 있다.

대상그룹의 푸드 브랜드 청정원의 징글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케이스다. 이 징글은 그해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 형식의 광고를 통해 탄생했는데, 당시 DJ역할을 맡았던 가수 이승기 씨가 직접 불러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이게 됐다.

청정원 측은 “소비자들은 이승기 씨가 전하는 ‘청정원~!’ 멜로디에 친근감을 느끼게 됐고 이는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며 “실제 대상(주)의 매출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 시기가 우연히도 ‘청정원~!’ 징글과 맞아 떨어진다”고 전했다.

청정원은 올해 브랜드 론칭 18년 만에 BI(Brand Identity)를 리뉴얼 하면서 신규광고를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재탄생된 징글을 선보였다. 브랜드 슬로건인 ‘푸드를 아는 사람들’에 맞춰 푸드의 정답을 찾는다는 의미로 ‘딩동댕’ 음률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금호타이어의 유통브랜드 ‘타이어프로’는 징글을 전략적으로 사용한 케이스다. 지난 2012년 ‘생각의 무브’ 2차 광고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 징글은 ‘프로 프로 타이어프로’라는 징글을 선보인 이후 3차 광고에선 ‘타이어 교체할 땐 타이어프로’라는 가사로 바뀌었다. 금호타이어 측은 “2차 광고에서는 타이어프로라는 유통 브랜드의 이름을 인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3차 광고에서는 타이어프로의 성격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인물 중심의 빅 모델 대신 타이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 또로를 내세워 고객과의 거리를 줄이고 있으며 광고에서 사용하는 징글 또한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캐릭터의 의외성이 가져다주는 신선함과 징글의 친근함이 고객으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징글 통한 브랜딩, 지나침은 안함만 못해

유승엽 교수는 징글마케팅이 다른 마케팅과 차별화되는 이유에 대해 “광고와 같은 통상적인 마케팅 방법은 반복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효과가 어느 시점부터 반감되는 적응 과정 또는 습관화 과정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반면 징글은 오랜 기간 효과성이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별적 속성”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여준상 교수는 “한글과 영어 같은 ‘알파베틱 문자’는 오감 중 청각과 가장 관련성이 높다. 자음과 모음이 순차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한글과 영어로 된 브랜드 네임이 노출되는 상황에서의 청각적자극은 인지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또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야 (소비자가) 구매욕구가 생기고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리듬이나 사운드가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우 (소비자가)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김이준 대표는 징글의 장점에 대해 “소리만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크다”고 봤다. 김 대표는 “클라이언트에게는 (징글이) 회사의 로고와 같은 개념이고 브랜드 이미지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징글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유 교수는 “소비자에게 인식시켜야 할 제품이나 브랜드 특성과 징글이 갖는 속성 간에 연상반응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여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브랜드에는 (속해 있는) 산업의 속성과 브랜드 네임이 갖는 콘셉트가 있는데 청각적 자극이 음악적 측면에서 브랜드 네임과 잘 어울리지 않거나, 브랜드가 표방하는 콘셉트와 잘 매치되지 않을 때에는 징글과 브랜드 네임이 따로 노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의를 요했다.

그러면서 “듣는 순간 짜증을 유발시킬 정도의 지나친 음이 있는데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의 대역을 벗어난다든지 지나치게 차별화를 강조한 나머지 오버하는 음을 넣는 것은 안함만 보다 못하다”며 “(이 경우) 브랜드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와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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