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해야 감동이 두배다
절제해야 감동이 두배다
  • 박재항 (parkjaehang@gmail.com)
  • 승인 2014.10.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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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취준생 울린 인크루트 몰카 GOOD&BAD

[더피알=박재항] “벅찬 감동에 눈물이 자꾸 흘러”
선배 한 분이 이런 문자와 함께 동영상 링크를 보내왔다. 영상을 보니 실제 찔끔찔끔 눈물이 났다.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들 울린 몰카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로 꽉 찬 도서관. 몇몇 학생들의 친구가 전화를 해서 휴게실로 불러낸다. 가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한쪽 벽면의 TV에서 마침 취업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오며, 취준생(취업준비생)을 둔 아버지가 특별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런데 휴게실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취준생의 아버지가 인터뷰 대상자로 화면에 등장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TV화면 사진을 찍고 그걸 누군가에게 전송하고, 전화를 거는 등 괜히 분주한데 그때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아버지의 말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하는 아이를 보는 게 안쓰럽다. 흔히들 얘기하는 스펙 말고도 우리 애는 어떠어떠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애를 믿는다’. 굳이 하나 덧붙이자면 ‘평소에 무뚝뚝해서 말은 못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 달라’ 정도가 되겠다.

TV화면 속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취준생에게 아나운서가 왜 우냐며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을 밝히고, 아버지와 취준생이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며 하트 표시를 날린다. 취준생을 둔 대부분의 아버지들 마음을 잘 대변했다. 동영상 링크를 보낸 선배처럼 눈물 흘린 아버지들이 많았을 것이다.

2% 부족한 점들

감동스럽지만 한편에선 약간 불편하고 아쉬운 느낌이 든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간이 너무 길다. 아버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세 가지 포인트가 출연자들 하나하나에게 되풀이되는듯 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도서관의 작은 휴게실과 그곳에 놓인 TV화면에 출연하는 인물들도 취준생과 그 아버지, 아나운서 3명으로 단출한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빠른 템포로 진행했어야 했다.

아버지의 격려와 눈물을 뿌리며 그에 호응하는 취준생 자녀의 사랑의 몸짓에 이어, 동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카피 형태로 화면 중간에 뜬다. ‘취준생 여러분,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입니다’. 필요하고 좋은 말인데, 카피가 조금 더 응축되어서 나왔으면 어땠을까? 정제미가 떨어지는 게 아쉽다.

또한 ‘당신을 기다립니다. 인크루트’라고 화면 중앙에 뜨는 것은 동영상의 메시지와 방향이 약간 엇갈리는 것 같지만, 기업 슬로건으로 넘겨버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슬로건과 함께 화면의 오른쪽 윗부분에 안내문을 담은 박스가 나온다. ‘영상을 공유하고, 인크루트가 준비한 취준생 필수 아이템 받으세요’. 영상의 긴장감과 카피의 정제미를 따질 단계를 넘어버렸다.

꼭 그렇게 사람들을 어디로 오라고, 자신의 웹사이트를 가르쳐주는 친절을 베풀어야 했을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명시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특히 바이럴 영상의 경우, 계속 연결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다. 사람들에게 화제만 되고 브랜드나 영업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 효과를 측정할 기준을 설정한다. 대체로 동영상의 조회수를 기본으로 삼고, 홈페이지나 특정 사이트로의 접속 건수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에 대한 압박이 지나치게 친절하게, 결과적으로 동영상이 전하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흐려지는 안내문으로 나온 것이라 추정한다.

진정성은 절제에서

근래 이렇게 몰래카메라 기법을 사용한 바이럴 동영상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스폰서십을 활용한 하이네켄 동영상이 꼽힌다.   

축구 빅게임을 보지 못하고 클래식 공연에 끌려오다시피 한 남자들에게 몰래카메라임을 밝히면서 축구 경기장과 콘서트장 청중들의 환호성이 함께 터져나오며 경기하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하이네켄의 광고 슬로건이 뜬다. ‘Heineken : Made to En­tertain(하이네켄 :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이네켄이 언급되거나 나타나는 경우는 처음 이벤트에 대한 안내를 제외하면 마지막에 뜨는 이 슬로건뿐이다. 만약 슬로건 다음에 ‘챔피언스리그를 더욱 즐기려면 하이네켄의 스폰서십 사이트로 오세요’와 같은 안내문구가 뜬다면 어떤 느낌이겠는가? 췌언이 될 뿐이고, 동영상의 감동을 갉아먹기 쉽다.

인크루트는 취업포털 부문의 개척자로서 선도적인 위상을 공고히 했으나, 최근 4~5년간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후발주자들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며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할 것이라 기대했다. 기존의 활동 강화 이외 새롭게 기획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이번 동영상이 아마도 첫 번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반기 공채 시작과 함께 취업준비생들의 마음도 급해졌다. 지금 이들에게 열정, 도전을 강조하는 것 보다는 그들의 슬픔, 어려움을 알아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취업포털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생각에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는 인크루트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런 진정성이 감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도 직접적인 ‘상업적’ 메시지는 절제해야만 한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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