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인천아시안게임, 세 가지에 실패했다
막 내린 인천아시안게임, 세 가지에 실패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0.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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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홍보커녕 ‘국제망신’ 비판 제기…무엇이 문제였나

[더피알=강미혜 기자]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인천시는 이번 아시안게임 개최로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더불어 20조원의 경제효과(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포함)를 기대했다.

하지만 대회 운영 미숙에 대한 잇단 구설과 흥행 참패라는 혹한 평가 앞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스포츠를 통한 국제홍보는커녕 ‘국제망신’을 샀다는 비아냥도 흘러나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 자료사진.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최종 성화주자로 배우 이영애(오른쪽)가 등장했다. ⓒ뉴시스

콘셉트의 실패-과도한 한류 의존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비판은 지난 9월 19일 개막식에서부터 불거졌다. 과도한 한류 마케팅 논란이 그것이다.

이날 개막식은 배우 장동건이 리듬체조 꿈나무 소녀와 굴렁쇠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배우 김수현, 현빈 등이 참여했으며, JYJ가 부른 아시안게임 주제가 속에서 최종 성화주자로 배우 이영애가 등장했다. 또 행사의 대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꾸며졌다.

이를 두고 국내외 다수 언론들은 “스포츠대회 개막식이 아니라 한류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개막식에 나선 산악인 엄홍길, 골프선수 박세리 등의 스포츠스타들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스포츠PR 전문가 역시 “한류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스포츠대전에 과도하게 활용됐다”고 평했다.

이 전문가는 “(개막식에) 한류는 축하공연으로 일부 넣고, 나머지는 스포츠대회의 역사적인 부분을 부각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식전식후 행사는 물론 성화봉송 등 본식에서도 연예인을 얼굴로 내세우는 등 곳곳에 나열했다”며 “결과적으로 스포츠대회에 스포츠선수·스타는 안보이고 한류스타만 강조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폐막식도 ‘한류 의존’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이돌그룹 씨스타와 씨엔블루, 빅뱅이 피날레 무대에 서면서 인천아시안게임 처음과 끝이 모두 한류로 장식됐다. 반면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모습은 4분짜리 영상으로 대체됐다.

▲ 자료사진.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이 인천 남동 아시아드럭비경기장 보조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운영의 실패-크고 작은 사고 잇따라

인천아시안게임은 대회 기간 내내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성화 꺼짐, 경기장 화장실 배관 불량, 선수촌 냉방시설 미설치, 선수 및 자원봉사자 도시락 대장균 검출, 경기 중 정전, 통역원 부족에 따른 의사소통 불가 등 여기저기에서 잡음이 계속됐다.

운영의 미숙을 이유로 일부에선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안 운동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권경상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대회 도중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도 17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 되고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면서 “운동회라니 굉장한 모욕”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OCA 회장은 대회 폐막일인 4일 기자회견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대조적이다. 대회 기간 내내 현장 취재를 맡은 한 기자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총체적 부실이었다”고 혹평했다. 이 기자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수십여년 간 여러 국내외 스포츠행사를 다녀봤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처럼 시스템이 미비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국제대회라기 보다 전국체전 수준밖에 안됐다. 주변 기자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 꼬집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위 측이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한 한 관계자는 “인천아시안게임 운영비는 2006년 도화대회나 2010년 광저우대회와 비교해 볼 때 4분의 1 수준(4800억원)이었다. 그럼에도 4~5천억원을 투입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지었다”며 “규모나 수용인원이 충분한 인천문학경기장을 활용할 수도 있었을텐데”라며 예산을 적재적소에 잘 못 쓴 듯하다고 바라봤다.

▲ 자료사진. 4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빅뱅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홍보의 실패-모바일 시청 간과 결정적

국제대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내 관심도는 낮았다. 비인기 종목의 경우엔 관중석이 텅텅 비는 상황도 심심찮게 눈으로 확인됐다. 대회 흥행성적을 가늠하는 중계방송 시청률도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그 여파로 지상파3사의 광고 수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포츠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중계방송 광고에서 방송3사가 제값을 받고 판매한 경우는 3~4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오후 시간대에는 2∼3편의 프로그램을 묶은 패키지 광고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월호 참사 여파를 비롯해 국내에서 워낙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많고, 브라질월드컵이라는 빅이벤트가 개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들이 중계를 포기한 것도 흥행 실패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경기가 업무를 보는 낮 시간대와 맞물려 시청하기 어려웠던 데다, 포털을 통한 모바일 중계도 이뤄지지 않아 대회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렸다는 것.

지난 브라질월드컵 역시 온라인·모바일 시청이 TV시청을 뛰어넘어 대세로 자리 잡은 바 있다. (관련기사: 방송3사 월드컵 시청률 경쟁이 무의미했던 이유) 이같이 모바일로 시청습관이 급속히 전환돼가는 상황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은 포털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중계를 놓친 탓에 국내 흥행 및 홍보에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시안게임의 밸류(value) 자체가 낮아진 탓에 나타난 불가피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스포츠PR 전문가는 “과거 아시안게임이라고 하면 국가적 행사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대폭 지원해주고 국민적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노력도 병행됐는데, 지금은 주최하는 시(市) 행사 정도로 인식들이 달라진 듯하다”면서 “국제행사를 지자체 혼자서 끌고 나가기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운영이나 홍보 등 여러 차원에서 과거 해왔던 패턴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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