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정보의 자유 vs 프라이버시 사이 딜레마
‘잊혀질 권리’…정보의 자유 vs 프라이버시 사이 딜레마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11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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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이후 14만4907건 접수

[더피알=안선혜 기자] 구글에 대해 고객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라는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이 있은 지 5개월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대중의 알 권리 사이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이 잊혀질 권리를 최초로 수용한 건 올해 5월29일로, ECJ의 판결에 순응해 희망자들이 간편하게 검색 결과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링크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다.

ECJ는 지난 5월13일 스페인의 한 남성이 구글 검색엔진에서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자택이 압류 당했다는 1998년 기사가 검색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지난 2009년 제기한 소송에서 5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해당 남성의 손을 들어주었다.

▲ ⓒap/뉴시스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간) 구글이 발표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첫 접수가 시작된 5월 29일부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옛 자료에 대한 검색 결과를 삭제해 달라는 신청은 14만4907건으로, 이중 41.8%가 승인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삭제 요청이 수용되는 건 유럽 지역에 한한 것으로, 프랑스가 2만8898건으로 가장 많은 접수가 이뤄졌고, 뒤를 이어 독일 2만4979건, 영국 1만8304건, 이탈리아 1만1379건 등이 접수됐다.

구글은 삭제 요청 링크를 제공할 당시 정보의 자유와 개인의 정보 접근권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고자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설치, 조언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잊혀질 권리 사이 판단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7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은 구글이 유럽판 검색엔진에서 정보 삭제 요청을 접수하기 시작한지 한 달이 경과하면서 개인의 잊혀질 권리와 언론의 공적 보도가 맞부딪치는 상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일례로 구글이 영국 프로축구 경기에서 페널티 판정의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심판 두기 맥도널드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온라인의 관련 기사에 대한 링크를 검색 결과에서 삭제했으나, 두 언론사가 이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결국 링크를 복원시킨 경우가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또한 ECJ의 판결 당시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판결이 신생 인터넷 기업들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온라인 검열을 노리는 억압적 정부들을 고무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화되는 ‘잊혀질 권리’, 공익 사이 판단 기준은 미흡

구글이 지난 8월 1억 10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온라인백과사전 위키피디아로의 링크를 처음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도 위키피디아 공동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완전히 미친 짓이다. 바로잡아야 한다”며 “어떤 정보가 사실이고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얻은 것이라면 그것을 검열할 타당한 ‘권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웨일스는 구글이 ‘잊혀질 권리’ 시행안 마련을 위해 구성한 자문위원회의의 위원 10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다른 한 편에서는 유럽권 구글 버전에선 정보가 삭제되더라도 미국 등 비유럽판 서비스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ECJ의 결정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버시권 옹호론자들과 유럽의 관리들은 ‘잊혀질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과거부터 개인의 명예와 평판을 중시했던 프랑스와 독일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는 페이스북 역시 ‘잊혀질 권리’ 논쟁에 휘말리게 됐다. 독일 함부르크 정보 규제당국은 지난 9월 3일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 관련 독일 법규를 지키고 있지 않다”며 이를 강제해줄 것을 ECJ에 요청했다.

함부르크 규제 당국은 “페이스북은 유럽 지사가 위치해 있는 아일랜드 법규만 따르면 된다며 잊혀질 권리와 관련된 법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제 법정에서 가려야 할 일”이라 덧붙였다.

독일 당국은 페이스북의 실명 사용 의무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왔고, 페이스북은 지난 6일 성소수자를 비롯해 정치‧종교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100% 실명제 원칙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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