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사과문에 빠진 ‘사과 포인트’
동서식품 사과문에 빠진 ‘사과 포인트’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0.16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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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의 구체성 결여…전문가 “대단히 전술적인 워딩”

동서식품 고객 여러분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 말씀 드립니다.

저희 동서식품은 ‘시리얼 제품’ 관련 언론보도로 그간 저희 제품을 애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14일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아몬드 후레이크 4개 품목의 특정 유통기한 제품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동서식품은 해당 유통기한 제품뿐만 아니라 4개 품목 전체에 대하여 식약처의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유통·판매 되지 않도록 조치하였습니다.

동서식품은 진행중인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고객 여러분들께서 저희 제품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고객 여러분들께 우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립니다.

‘시리얼 대장균군 파동’에 대한 동서식품의 사과문이다. 동서식품은 시리얼 생산 과정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을 섞어 사용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와 관련, 3일 뒤인 16일 신문광고 등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관련기사: ‘대장균군 파동’ 동서식품, 소비자 직접 커뮤니케이션 ‘실종’?)

동서식품은 이 사과문에서 ‘사과드립니다’는 문구를 세 차례나 사용했다. 거듭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화난 여론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동서식품의 사과문에서 빠진 ‘사과 포인트’에 주목한다.

우선 내용의 구체성이 결여됐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장균군 검출 제품을 섞었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사과문에는 이 내용이 빠진 채 ‘시리얼 제품 관련 언론보도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만을 언급하고 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한 뚜렷한 포지셔닝이 없는 사과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뒤이은 문구를 보면 ‘식약처가 동서식품 시리얼 4개 품목의 특정 유통기한 제품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금지한다고 밝힌바…’로 표현돼 있다”면서 “감독기관의 조치를 정보전달 차원에서 언급했을 뿐”이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바라봤다. 즉 무엇을, 왜 사과하는지 명확치 않은 사과문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대단히 전술적인 워딩(wording)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동서식품이 어떤 이유로 사과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장균군 논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동서식품이 사과했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부정적 이슈에 대한 ‘확인사살’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동서식품이) 지적받은 부분을 구태여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한 듯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동서식품 사과문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내부반성 및 개선의지가 결여됐다는 점이다. 강 대표는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 사과문에 없다”며 “철저한 조사와 쇄신, 개선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동서식품의 대장균군 논란을 촉발시킨 데에는 내부직원 제보로 인한 방송뉴스 보도가 결정적이었다. 공장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생산과정에 대한 고발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도 사과문에선 해당 방송보도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개선책을 내놓는다는 건 잘못을 시인하는 것과 같게 비쳐진다”며 “식약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사과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과문 도입부에 ‘시리얼 제품 관련 언론보도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이라는 문구에 주목하며, “고객들에 심려 끼쳐드리게 된 원인을 언론보도로 돌리고 있다”며 “이 역시 식약처 조사결과가 발표 전에 잘못을 인정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사측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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