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톡 그만뒤져’ 대자보, 고도의 마케팅? 오버 커뮤니케이션?
‘내 카톡 그만뒤져’ 대자보, 고도의 마케팅? 오버 커뮤니케이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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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해석 부담 느껴 결국 ‘자삭’

[더피알=안선혜 기자] 박근혜 정부를 향한 풍자성 내용을 담아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명 ‘내 카톡 그만 뒤져’ 대자보가 사라졌다. 이벤트성 게시물이 정치이슈로 비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사측이 온라인상에서 대자보를 스스로 내린 것이다.  

‘내 카톡 그만 뒤져’란 제목을 단 해당 대자보는 주류업체 보해양조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아홉시반 주(酒)립대학’이라는 사이버대학 홈페이지를 개설, ‘오늘의 대자보’ 코너를 통해 여러 내용의 대자보를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오전부로 아홉시반 주립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내 카톡 그만 뒤져’ 대자보는 삭제됐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전체 아홉시반 캠페인으로 봤을 때 대자보는 일부 요소인데,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활동들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삭제했다”고 밝혔다.

▲ 보해양조 '아홉시반 주립대학'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풍자 포스터.

보해양조는 지난 5월부터 ‘개념있는 음주시민’이라는 타이틀 아래 아홉시반 주립대학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공개 강의 및 관련 온라인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관련기사: 치킨·햄버거대학 이어 ‘酒립대학’ 개교) 이 가운데 오늘의 대자보는 술자리에서 오갈 법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학생 제보 혹은 마케팅 회사와의 협의로 제작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내 카톡 그만 뒤져’ 대자보의 경우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 등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는 점에서 온라인상에서 크게 회자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14학번 박은혜’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대자보는 언뜻 보기엔 여학생이 자신의 카톡을 뒤지는 남자친구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는 글로 비쳐지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카오톡 검열 논란 등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글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했다. (관련기사: “내 카톡 그만 뒤져” 대자보의 아슬아슬한 도발)

보해양조는 지난 8월에도 같은 명의로 남자친구가 7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아홉시반 주립대학 홈페이지에 게재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것을 빗댄 바 있다. 이 대자보 역시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보는 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이슈를 향한 절묘한 풍자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화제는 모았지만 기업의 마케팅 활동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컨설턴트는 “논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고 올라갔다는 건 민감한 주제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의 민감성이 다소 떨어진 것”이라며 “기업의 공식 채널의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에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성이 높은 콘텐츠를 쓰면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마케팅이 호(好, 긍정)에 대한 반응만 생각하면 오버(과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며 “마케팅 부서와 홍보 부서 간의 크로스체킹(cross checking)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정치적 논란이 일고 나서 관련 콘텐츠를 내린 결정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당 이슈의 원점 관리의 차원에는 의미가 있으나 상당수 파일이 (온라인 상에서) 확산돼 있기에 외부 콘텐츠 관리 측면에선 큰 변화(효과)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윤성종 컴텍스트 대표는 “자칫하면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모두 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면 노코멘트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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