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대표의 미묘한 ‘밀당’
청와대와 여당대표의 미묘한 ‘밀당’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0.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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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힘 보태도 모자랄 판에…잇단 파열음

23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당청갈등’이다. 개헌 논의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한 김 대표의 발언(16일)으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이튿날 “대통령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며 발언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21일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통해 “우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공개 비난했다. 김 대표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에서 “김 대표가 먼저 민감한 발언을 꺼내 논란을 일으켰지만 청와대가 발끈한 것은 경솔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개헌논의 반대를 천명했던 박 대통령의 말을 당 대표가 드러내놓고 뭉갠 데 대해 청와대가 경고하고 나선 것이지만, 물밑대화를 통해 파열음이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단도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설들은 “청와대와 김 대표 간의 미묘한 ‘밀당’의 배경에는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청 관계가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에 삐걱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23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15일 청와대에서 당 대표에 새로 임명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사설>(23일 조간)

▲ 경향신문 = 빚더미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국정조사하라 /북한 인권 변화의 신호이길 바란다 /김문기 총장 도청ㆍ매수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 국민일보 = 공무원연금 개혁 지금 아니면 기회 또 놓친다 /해경 해체보다 구조ㆍ구난 효율성 따져봐야 /개찰구 없앤 건 무임승차 부추길 뜻 아니었는데
▲ 동아일보 = 청와대와 김무성, 집안싸움으로 '국정 블랙홀' 만들 건가 /주사파 대부가 증언한 이석기ㆍ김미희ㆍ이상규의 실체 /北 '비핵화'에서 '핵 활동 중단'으로, 6자회담 문턱 낮추나
▲ 서울신문 = 국회 뒷짐 지면 공무원연금 개혁 물 건너간다 /성남시 판교사고 책임 없다 말할 수 있나 /대학생 상대로 '사채놀이'하는 저축은행
▲ 세계일보 = 과학인재 키울 돈줄 조이며 창조경제 말하나 /공무원연금 개혁, 정략에 흔들려선 안 된다 /北은 통미봉남 접고 南과 '진정한 대화'에 나서야
▲ 조선일보 = "북한돈으로 통진당 의원 두 명 지원했다"는 충격적 證言 /공기업 지원서에 당당히 '親朴' 쓰고 사장 된 사람 /국립의료원조차 에볼라 환자 격리 시설 없다는 건가
▲ 중앙일보 = 당ㆍ청 파열음, 경제 살리기 흔들 것인가 /한국 경제 발등의 불이 된 중국의 성장 둔화 /학벌보다는 능력이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 한겨레 = 당청 갈등 속 '제왕적 대통령'의 그림자 /'학생 매수ㆍ사찰' 논란까지 간 상지대 사태 /경찰 앞세워 '원전 반대' 주민 뜻 막겠다는 건가
▲ 한국일보 = 청와대의 여당 압박, 권위주의 행태 아닌가 /해외자원투자 부실ㆍ불량 원인과 책임 따져야 /PA간호사 문제 공론화하여 해법 찾을 때
▲ 매일경제 = 朴대통령ㆍ金대표 만나 당ㆍ청 관계 복원해야 /윤종규 KB금융 신임 회장, 조직부터 안정시켜라 /공기업 부실 낙하산 탓, 答은 민영화 촉진이다
▲ 한국경제 = 崔노믹스, 경기대책 넘어선 '비전'이 필요하다 /고속성장 끝난 중국, 한국 기업들 준비하고 있나 /한ㆍ호주 FTA 선점효과, 또 국회 때문에 날려버릴 판

중앙일보는 ‘당·청 파열음, 경제 살리기 흔들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개헌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파열음이 국민을 실망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청와대는 익명의 관계자를 앞세워 공개적으로 김 대표를 망신 줬고, 김 대표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집권한 지 2년도 안 된 당·청의 관계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해괴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측의 갈등은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한 김 대표의 상하이 발언(16일)으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이튿날 ‘대통령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며 발언을 거둬들였다.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 시점에, 그것도 외국에 나가서 민감한 이슈인 개헌에 대해 발언한 건 중대한 실책이다. 하지만 김 대표 스스로 발언을 철회한 만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닷새가 지난 그제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를 통해 ‘우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공개 비난했다”고 전했다.

중앙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격한 반응을 보인 데는 김 대표가 개헌 논의에 반대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거스르고, 언제든 개헌 이슈를 통해 대통령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강력히 원하는 데 반해 김 대표는 내년 4월 처리하겠다는 등 미온적인 입장을 밝혀 청와대 내에 강경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정도 문제라면 당·청이 비공식 채널이나 물밑대화를 통해 파열음이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단도리’를 하는 게 상식이다. 잡음이 들리는 건 당·청 간 소통에 중대한 장애가 생긴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와 김무성, 집안싸움으로 ‘국정 블랙홀’ 만들 건가’라는 사설을 통해 “김 대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바로 다음날 ‘대통령께 죄송’이라며 꼬리를 내렸음에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직공(直攻)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 대표가 개헌론을 선점하려고 ‘의도된 실수’를 저질렀다면, 청와대는 대통령 레임덕을 부추길 수 있는 ‘미래권력’의 몸집 키우기 드라이브에 쐐기를 박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다 해도 김 대표 사과 뒤 나흘이 지난 시점에 청와대가 확인 사살하듯 분노를 표출한 것은 부적절했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청와대가 여당 대표와 함께 산적한 국정을 풀어나가는 데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힘자랑하듯 자극하고(김 대표) 짓누르는(청와대) 모습에 국민은 기가 막힐 뿐이다. 개헌 논란에서 드러난 집권세력 내부의 불신과 알력이 지속된다면 중요한 국정 현안이 지체되고, 장기불황 가능성마저 보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의 여당 압박, 권위주의 행태 아닌가’라는 사설에서 “청와대와 김 대표 간의 갈등 배경에는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김 대표의 언행을 ‘대권 정치’내지 ‘자기 정치’로 보고,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선 개헌 발언은 김 대표 스스로 실수라고 했고, 이후 입을 다물었다. 김 대표와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청와대가 앞장서서 갈등을 표면화했다. 근본적으로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논의가 국정운영에 장애가 되는지도 의문이고, 그런 이유를 들어 막는 것도 난센스다. 그렇다면 개헌 논의는 어느 정권에서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만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곤 그 당위성을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안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야당과의 협의, 당사자 설득의 문제가 큰 걸림돌인 만큼 청와대가 여당을 다그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가 과거 황우여·최경환 체제의 새누리당과 같은 ‘청와대 2중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여당이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니 인사실패 등 그 폐단이 컸다. 이번 당·청 갈등이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자세,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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