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국 일본, 그러나 PR은 소국?
광고 대국 일본, 그러나 PR은 소국?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4.10.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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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일본 특유의 문화에 PR시장 성장 발목

[더피알=신인섭]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일본의 GDP는 4조9010억달러로 세계 3위이다. 국민 1인당 GDP는 4만6548달러(2012년 기준)였다. 미국의 GDP는 16조8000억달러, 개인당 GDP는 5만1755달러였다.

세계 광고비를 발표하는 회사는 여럿 있다. 그 가운데 많이 인용되는 자료는 프랑스 퍼블리시스그룹 계열 매체대행사인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Optimedia)가 발표하는 광고비 예측(Advertising Expenditure Forecasts) 결과다.

이에 따르면, 2014년 일본의 광고비는 540억달러 규모다. 이는 세계 광고비(5367억달러)의 10%를 조금 넘어서는 수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총 광고비 1591억달러의 34%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은 세계무대에서 경제나 광고비에서 우뚝 선 자리에 있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할 부분은 해당 광고비는 신문, 잡지, 라디오, TV, 극장, 옥외, 인터넷의 7개 매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밖의 매체 광고비는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광고 중심의 일본 커뮤니케이션계

그러면 PR은 어떤가? 광고비와 달리 세계 PR비에 대한 자료는 아직 없다. 굳이 든다면 매년 발표하는 미국의 홈즈리포트(Holmes Report) 자료가 있다. 이 리포트는 세계 250개 PR회사의 수입(Fee)을 기준으로 한다. 홈즈리포트가 2012년 추정한 세계 PR비는 100억달러를 조금 넘긴 수준으로, 250개 PR회사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09, 영국 59, 독일 22, 프랑스 4, 일본은 2개사가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자료를 놓고 미국과 일본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가 발견된다. 미국 광고비와 PR비는 앞서 언급한 제니스옵티미디어의 자료이고, 일본 광고비 역시 같은 자료이지만 PR비의 경우엔 일본PR협회가 발표한 것이다.

일본의 PR비에 대한 자료가 처음 발표된 해는 2008년이지만, 격년으로 집계되다 보니 지금껏 겨우 3개 연도의 자료만 나와 있다. 그래서 연도별 추세를 파악하는 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일단 자료의 정확성은 제쳐두고 살펴보자. 일본 PR비는 6년 사이에 70% 가깝게 성장한 데 비해 미국은 약 7% 성장했다. 광고비와 PR비를 대비하면 미국은 2.1~2.4%이고 일본은 1.2~2.3%로 두 배 가량 뛰어올랐다.

일본의 2008년 광고비는 미국의 34%, PR비는 18.8%였으나, 2012년에는 광고비는 32.1%, PR비는 30.1%로 각각 바뀌었다. 광고 중심의 일본 커뮤니케이션계에서 PR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본 PR 성장이 더딘 이유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뒤 6년간은 미 군정(흔히 GHQ) 기간이었다.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일본 각도(‘현’이라 한다)에 PR부서 설치를 건의했는데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다. 당시 퍼블릭 릴레이션스(Public Relations)라는 낱말이 있었으나, 일본 내에서 한 번도 제대로 번역을 시도한 일이 없던터라 고민에 빠졌다.

그나마 가장 적당한 말이 ‘홍보(弘報)’다. 하지만 홍보는 일본이 만주에서 선전·선동을 위한 기구인 홍보협회, 홍보위원회 등에 사용한 말이기 때문에 아직 제국주의 시대의 기억이 생생한 2차대전 직후의 일본인에게는 매우 저항을 일으키는 낱말이었다. 결국 숱한 논의 끝에 PR을 대신하는 말로 별다른 근거 없이 내린 결론이 ‘광보(廣報)’였다.

해방 후 일본에서 PR 발전을 위해 가장 앞장선 단체는 지금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인 ‘덴츠(電通. Dentsu)’이다. 1997년 덴츠가 발행한 <덴츠PR광보사(電通PR廣報史)>라는 책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PR이 상당히 보급되었다는 현재도 우리나라(일본)에서는 이것(PR)을 광고와 같이 유료로 대행사에 의뢰하는 습관은 없다. 아직도 그런 단계가 아닐는지 모르나, 하여간 PR의 극히 일부인 PR광고 작성을 제외하면 수수료를 지불해서 PR을 하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광고회사가 무상 서비스로 클라이언트를 위해 극히 일부의 PR을 하고 있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가 1997년 펴낸 <덴츠pr·광보사>(왼쪽), 아오야마대학의 고바야시 야스히꼬 교수가 1998년에 쓴 책 <광고비즈니스 전개-account planning>


이 글을 보면 왜 일본에서 PR이 더 활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설명이 나온다. 이 문제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관련되는데, 그 해답에 대한 시사는 도쿄에 있는 아오야마대학의 고바야시 야스히꼬(小林保彦) 교수가 1998년에 쓴 책 <광고비즈니스 전개-Account Planning>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일부를 인용한다.

(일본에서) 광고주-광고회사-매체사의 관계는 삼각형이라기보다 광고회사가 사이에 낀 직선형(直線型)이다… 매체 구입이 구미권처럼 단지 스페이스(공간)와 시간만을 사는 것이 아니다. 언급하지도 않은 구석구석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을 영업력(營業力)의 하나로 육성해 온 일본의 광고회사는 매체 구매로부터 게재 이후의 흐름까지 여러 측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미권의 매체 구입과 일본의 매체 구매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달리 말하면 일본의 광고회사가 매체를 구매할 때는 서구 PR회사가 돈을 받고 대행하는 언론대응(Media Re­lations) 업무를 공짜로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간단한 설명일는지 모르나 서양식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PR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PR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문화라고 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일본 유력 광고회사에 미국에서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내용인즉 저명한 기업인이 일본을 방문하는데 기자회견을 주선해 달라는 것으로, 자세한 요구사항에 따라 계산한 비용이 수표로 들어있었다. 물론 회견은 잘 되었지만 편지를 받은 일본 회사 측은 어떻게 기자회견을 돈 받고 주선하느냐 하며 굉장히 놀라워했다고 한다.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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