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대기시간에도 멈추지 않는 광고 ‘비즈링’
통화대기시간에도 멈추지 않는 광고 ‘비즈링’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10.2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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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비용 대비 효율성 높아…지루함 경계해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친구, 혹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단순 기계소리가 반복되는 통화대기음 대신 음악이 흘러나오는 ‘컬러링’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소리 중 하나가 돼버렸습니다. 컬러링을 통해 수신자의 심리상태나 음악적 취향, 감성 등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하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든 것이 마케팅, 혹은 홍보 수단이 되는 기업에게는 컬러링도 단순한 통화대기음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길어봐야 1분도 채 안 되지만 이 짧은 시간도 기업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홍보 수단이 됩니다. 이같은 통화대기음을 우리는 ‘비즈링’이라고 부릅니다.

“송신자는 예외없이 자연스럽게 듣게되는 광고서비스”

‘비즈링(biz-ring)’은 비즈(biz)와 컬러링을 합성한 조어로 해석됩니다. 컬러링은 사전에 있는 단어는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이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컬러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이 음악이나 인삿말이 담긴 통화연결음을 뜻하는 단어가 된 것입니다. 컬러링이 이른바 ‘폰 꾸미기’의 성격이 강하다면 비즈링은 말 그대로 기업의 홍보, 혹은 마케팅 성격이 강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비즈링 전문 업체인 모비엠의 허혜경 실장은 “휴대폰 컬러링의 기업형 부가서비스 광고”라고 비즈링의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전화를 걸었을 때 수신인이 전화를 받기 전까지의 대기시간 동안 미리 설정된 20초 내외의 광고가 송출돼 전화를 건 사람은 예외 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광고를 듣게 되는 집중도 높은 광고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비즈링의 장점이 드러납니다. 보통 마케팅이나 홍보는 타깃을 정하고 그 타깃에 맞게 전략을 수립하는데요. 전략이 아무리 철저하다고 할지라도 타깃에게 100% 전달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비즈링은 통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가 자발적으로 전화를 거는 특성 때문에 송신자는 어찌됐든 비즈링을 듣고 이를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전화라는 개인적인 매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집중도도 더욱 높죠.

▲ ‘마이비즈링’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도 비교적 손쉽게 비즈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사진제공 : 모비엠)

이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인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고객은 전화를 건 상태에서 상당히 개인화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개인화된 경험이란 집중적인 감각경험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여 교수는 “통화연결음이 발생하는 순간은 고객과의 접점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고객은 전화를 하는 순간 그 기업을 떠올리게 된다”며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고객과 해당 기업을 가깝게 할 수 있는 순간인데 그 접점을 그냥 놔두기는 아깝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전화 울리는 순간이 고객 접점의 순간

게다가 비즈링은 투자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좋은 홍보수단이기도 합니다. 허 실장은 “비즈링은 일반 광고매체 대비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집중력 높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평균 전화 수신까지 걸리는 15.4초는 광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며 반복 노출되는 ‘오디오 아이덴티티(Audio Identity)’ 광고로 메시지 전달효과가 탁월하다”고 밝혔습니다.

홍보, 혹은 마케팅 부서 뿐만 아니라 타 부서 임직원들이 모두 ‘마케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비즈링이 가진 매력입니다. 그냥 비즈링을 기존의 기계식 통화연결음이나 컬러링 대신 설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산술적으로 예를 들어보죠. 비즈링을 도입한 기업의 임직원 수가 총 100명일 경우, 1명이 하루에 5건의 전화를 수신한다면 한 달에 150통의 전화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를 100명의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비즈링을 통해 월 1만5000회 가량 자사의 제품이나 이미지를 광고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TV나 신문 등 전통미디어, 혹은 옥외매체를 통한 광고집행에 들어가는 적잖은 예산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에게는 매우 괜찮은 홍보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허 실장은 “실제 광고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비즈링을 도입한 한 기업의 경우, 내부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회사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한다는 응답이 46%, 업무적으로 홍보가 가능하다는 응답이 17%로 집계된 적이 있다”고 사례를 전했습니다.

비즈링 관련 또다른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A백화점 직원은 비즈링을 사용하다가 이를 중단했는데, 한 고객이 해당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A백화점 직원이 맞나요? 다른 직원들은 A백화점 음악이 나오던데 (당신은) 나오지 않아서”라고 말했습니다. 압박(?)을 받은 이 직원이 다시 비즈링을 사용하게 된 이유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비즈링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될까요? 허 실장이 밝힌 제작과정은 이렇습니다. 비즈링은 기본적으로 통화대기 시간 동안 송출할 음원을 필요로 합니다. 음원이 없는 기업이라면 비즈링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의뢰를 하게 됩니다. 만약 음원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겠죠.

기업뿐 아니라 관공서, 언론사도 도입

비즈링으로 사용될 음원은 이동통신 3사에 사전 등록해야 합니다. 이후 이통사가 승인하면 비즈링을 신청할 수 있는 전용 페이지 URL이 해당 기업에 전달되죠. 그리고 기업은 이를 내부에 공유해 임직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URL에 접속해 신청을 하게 되면 해당 직원의 통화연결음은 ‘비즈링’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고객들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제작된 비즈링을 자연스러운 경로로 접하게 됩니다. 영업사원으로 활동하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보험상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비즈링을 청취한 경험을 누구나 한 두 번쯤은 갖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비즈링을 통한 홍보, 또는 마케팅을 하지 않는 기업은 요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화됐습니다. 전형적인 B2C(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은 물론이고 은행, 보험사 등의 금융기업, 백화점 등 유통기업,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넓게 확대돼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경제신문>같은 언론사도 포함돼 있으며 지역 축제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비즈링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아제약은 최근 동아쏘시오그룹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즈링 캠페인’을 실시했는데요. 박카스나 가그린, 모닝케어 등 동아제약 제품의 CM송으로 통화연결음을 변경토록 한 전사적인 케이스입니다. 비즈링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비즈링을 넣은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소상공인 맞춤형 요금제 ‘LTE 사장님 요금제’를 출시했는데요, 모바일 홍보채널 ‘매장 광고 패키지’와 비즈링을 추가로 제공하는 중소상인 특화 요금제입니다. 매장 통화연결음에 홍보 메시지를 삽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도 ‘마이비즈링’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마이비즈링’은 현재까지 70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다운로드 했습니다.

단순한 멘트에서부터 자사의 이미지송 등 음악을 가미하거나 매체광고를 그대로 옮겨놓는 등 비즈링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허 실장은 “비즈링을 휴대폰 통화연결음을 이용한 하나의 광고매체로 인식해 TV 혹은 라디오 광고 소재가 있을 경우엔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멘트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유 음원이 없어 신규제작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제품홍보나 회사이미지, 홍보멘트, 음원을 제작하지만 톱모델을 기용한 광고나 CM송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회사마다 선호 안이 다르다고 하네요.

▲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출시한 ‘lte 사장님 요금제’는 비즈링을 추가로 제공하는 중소상인 특화 요금제다.(사진제공:lg유플러스)

해당 기업의 광고모델이 마치 직접 전화를 받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비즈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 교수는 ‘펀 마케팅’의 요소를 가미한 형태라며 “예상하지 못한 자극을 받게 되면 감동과 설득이 발생한다. 이같은 전략은 상당히 좋은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여 교수는 “통화연결음에 (해당) 기업과 관련한 사운드 이펙트(효과)가 들어가면 이를 모두 비즈링의 형태로 봐야 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을 예로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컬러링에 쓰이는 SK텔레콤의 징글(jingle·특정 브랜드를 상징하는 소리) ‘생각대로T’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발신자가 듣게 되는 기업 관련 사운드라는 이야기입니다.

장기간 한 가지 음원 사용, 해지율↑

비즈링이 홍보수단으로 도입된 지도 약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기업들이 비즈링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비즈링이 가진 마케팅 툴로서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링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나 전략이 가미돼야 고객들에게 좀 더 높은 홍보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광고모델이 직접 전화를 받는 듯한 착각을 주는 비즈링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또한, 비즈링을 사용하는 데에도 유의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여 교수는 “고객이 집중화된 청취상황에서 듣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광고에 나온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넣으려고 하지 말고 버전을 달리하는 등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람들에게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는 길이나 톤은 조심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허 실장은 “실무경험을 살려보면 기업에서 한 가지의 음원소재를 너무 장기간 동안 사용할 경우 임직원들의 비즈링 해지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주기적으로 음원을 변경해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임직원들 입장에서 더 좋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임직원 개인 휴대폰이라는 점을 감안해 업무시간에만 서비스를 적용하적용하게 하는 등의 유연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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