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대회’가 남긴 것
‘멍때리기 대회’가 남긴 것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10.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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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이 장점으로…‘전기호’의 무대뽀(?) 정신이 만든 유쾌한 도시놀이

[더피알=조성미 기자] 지난 27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멍때리기 대회’(관련기사: “멍때리는 게 진정 잉여짓인가요?”)의 최종 우승은 9살 초등학생의 차지였다. 쟁쟁한 40여명의 어른 경쟁자를 가볍게(?) 제치며 멍때리기 신공을 발휘하며 황금 트로피를 거머쥔 것.  

▲ 전기호의 웁쓰양과 이번 대회의 우승자가 생각하는 사람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출처: 전기호 페이스북)

멍때리기대회는 참가자들이 1시간여 동안 멍을 때리면, 시민들이 가장 잘 멍을 때린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스티커를 붙여준 것과 8분마다 심박수를 체크, 이를 종합해 우승자가 가려졌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도시놀이 개발자 ‘전기호’의 웁쓰양은 “우승자는 눕기도 하고 자세도 바꾸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한 시간 내내 평온하게 앉아있던 모습으로 완벽한 멍때리기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심박수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연소 참가자로 큰 관심을 끌었던 초등학생 참가자는 인터뷰 중에도 멍을 때리며 멍때리기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후문.

“앞으로 멍을 잘 때리겠다”는 우승소감을 남겼다는 이 소녀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대회의 소식을 접하고 평소 학원에서 멍때린다는 걱정을 듣던 아이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승자의 어머니는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rlackstmd/220163331481)에 이번 대회의 우승을 통해 멍을 때릴 때의 집중력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과 상을 받은 것을 통해 아이가 의지와 자신감이 생겼다며 많은 것을 거뒀다고 밝히고 있다.

우승자에게는 금색 도료로 칠한 생각하는 사람 석고상에 전기호를 상징하는 갓을 씌운 트로피를 수여했다. 웁쓰양은 “어찌 보면 멍때린다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한 끗 차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어쩌면 멍때리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고 트로피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 부정행위가 적발된 한 참가자가 경기장 밖으로 질질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전기호 페이스북)

이 대회는 독특한 콘셉트만큼이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현장을 취재했으며, 전기호에 대한 취재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초 예상보다 현장 취재열기가 뜨거워 언론을 응대하는 일도 어려웠고,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르려던 대회 진행에도 부족함을 느꼈다는 것이 전기호의 설명이다.

첫 대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기호는 벌써 두 번째 대회를 생각하고 있다. 웁쓰양은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진행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대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이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년 봄 부산에서 대회를 치르고 싶다는 바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무대뽀(?) 정신은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도 십분 발휘됐다. 멍때리는 것이 신경정신과와 관련 있을 거란 생각에 진료를 가장해 만난 황원준 신경정신과 의사를 자문으로 끌어들이고, 또 ‘평온차’라는 브랜드 네임이 대회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무작정 연락을 취해 롯데칠성음료의 협찬을 이끌어 낸 것이다.

자비를 탈탈 털어 ‘멍때리기대회’를 주최했다는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는 “이번 대회는 경제적인 이유로 규모면에서도 한계가 있었고 포기한 부분이 많아 아쉽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심으로 큰 홍보가 돼 두 번째 대회는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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