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데니스 리치의 죽음을 몰랐을까?
왜 우리는 데니스 리치의 죽음을 몰랐을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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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혁명의 순간들

[더피알=안선혜 기자]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온 세계 뉴스는 그의 죽음에 집중했다. 그의 생전 업적에 대한 칭송이 온 매스컴을 도배했다.

그로부터 딱 일주일 뒤인 10월 12일, C언어를 창시한 데니스 리치가 사망했다. 국내 뉴스는커녕 IT 전문지에서조차 그의 부음을 언급하지 않았다. 몇몇 신문에 몇 줄짜리 짧은 단신으로만 소개되었을 뿐이다.

▲ 지은이: 정지훈/출판사: 메디치미디어/가격: 1만6000원

혁신적인 기기를 만들어 경제적 부까지 거머쥔 스티브 잡스에 비해 데니스 리치의 죽음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현재 컴퓨터나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터넷 역사에서 ‘숨은 공로자들’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1960년대에 이미 초기 마우스의 형태를 완성하여 직접 시연해 청중들을 경악케 했으나, 잡스에게 4만 달러라는 헐값만 받고 그 공을 돌려주어야 했던 더글라스 엥겔바트 같은 이들이 바로 저자가 주목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인터넷의 태동과 탄생, 그 발전과정과 현 시대의 진단, 더불어 미래 예측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의 역사 들여다보기’를 이 책의 기본 구성으로 잡았다.

하지만 단순히 지나간 역사 훑기에 그치지 않고 각 사건들이 보여준 대내외적인 의미, 가치, 철학 등을 짚으면서 이 책의 기본주제인 ‘인터넷의 인문학적 성찰’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시기를 인터넷의 태동시기로 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노버트 위너는 히로시마 원폭투하와 그로 인한 살상의 결과를 본 뒤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사이버네틱스 개념을 처음 소개한다.
 
그리고 동시대에 살았던 또 다른 천재 존 폰 노이만은 원자폭탄보다 더 강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에니악을 발명한다.

과학을 다루는 이 두 사람의 시각차는 그대로 인터넷의 발전 과정에 두 개의 물줄기를 형성해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기계(컴퓨터)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람에게 경제적, 권력적 이익을 주는 대상으로 바라볼 것인가다.

1960년대 히피문화에서 꽃 피어난 공동체문화, 권위적인 미국 동부를 떠나 서부에서 IT산업을 개척해나가는 실리콘밸리의 탄생, 오늘날 네트워크 개념을 가능케 해준 이더넷(Ethernet)과 TCP/IP를 만들어낸 엄청난 과학기술의 공로자들,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에 이르는 브라우저 전쟁, 현재 최고를 시절을 맞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인간의 뇌를 닮은 시네틱웹의 등장과 같은 인터넷의 미래상에까지 이르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거의 70여 년에 이르는 인터넷의 태동과 발전, 미래를 짚어보면서 이 책이 서술하는 건 인터넷은 과학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호작용의 철학이요, 함께 하는 문화로 보는 인터넷 이야기다.
 

▲ 정지훈 교수

인터넷의 역사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의 전작인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쓰면서 인터넷에 대해서 따로 다루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터넷 정책, IT 정책을 산업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고, 정부 주도로 의사 결정을 내렸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모든 것을 산업과 경제, 그리고 정치적으로만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인터넷이 어떻게 탄생했고, 인터넷의 철학과 문화가 무엇인지 꼭 제대로 소개해야 되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상업적 성공의 수단으로 삼는 걸 경계했는데, 그렇다면 각 기업들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시나요.
인터넷에서 돈을 벌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창의적인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과거의 미디어처럼 일방적으로 사용자들을 세뇌하려고 한다든지, 사용자의 참여와 확산의 문화와 동떨어진 콘텐츠라면 앞으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외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충분히 활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많아진다는 건 인터넷의 문화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발달에 걸맞은 커뮤니케이션 문법을 추천해주신다면.
이제는 정말 진정성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이 느끼는 것을 담아낼 수 있고,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측면에서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이를 보듬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보다 훨씬 쌍방향성이 많아진 셈이죠. 그리고, 이제는 더욱 듣고 모니터링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될 것 같고요. 특히 SNS가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굉장히 중요해 졌습니다.

사람을 더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들 인터넷 환경 구현을 위해 일반 사용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간혹 소셜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에게 사실이 아님을 적시하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내 잘못은 아니다”란 것입니다. 과거 개인들이 정보유통과 부가적인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에는 그 이야기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버튼 클릭하나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회에 영향력을 가지면, 그만큼 책임도 따라옵니다. 즉 우리가 이제 미디어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사실 확인과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정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고, 모두가 미디어가 된 세상임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에 맞게 대응한다면 우리의 인터넷 세상은 훨씬 아름다운 곳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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