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의 비정상(?)대응이 위기 키웠다
‘비정상회담’의 비정상(?)대응이 위기 키웠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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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가요 사용 논란, 3차 해명에도 불구 폐지론 기승

▲ 비정상회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더피알=안선혜 기자] JTBC <국경 없는 청년회- 비정상회담>(이하 비정상회담)이 대형 위기에 직면했다. 공교롭게도 종편 예능 프로그램으로 드물게 시청률 5.410%(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최정점을 찍은 날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27일 방송된 ‘비정상회담’ 17회에 기미가요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불거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공연 스케줄로 불참한 일본 대표 테라다 타쿠야를 대신해 일본 출신 배우 다케다 히로미츠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비정상회담은 그간 새로운 멤버들을 소개할 때마다 각 멤버들이 소속된 나라의 국가(國歌)를 틀어주곤 했다. 이날 역시 하루지만 새 멤버를 소개하는 의미에서 다케다 히로미츠가 속한 일본의 국가를 틀었던 것.

비정상회담은 지난 1회 방송에도 각국 멤버들을 소개하며 일본 패널 테라다 타쿠야 등장 시 동일한 음악을 사용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노래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로, 일본 천황의 통치 시대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곡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國歌) 사용이 폐지됐다가 지난 1999년 다시 일본의 국가로 제정됐지만, 자국 내에서조차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군국주의 최대 피해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방송에서 기미가요가 사용되면서 누리꾼들은 격분했다. 비정상회담 시청자 게시판에 프로그램 폐지 및 관련자 처벌을 요하는 글을 올리는가하면, 다음 아고라를 통해 프로그램 폐지를 청원하는 글까지 게시하며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심지어 광고주들도 이 프로그램의 광고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 스킨푸드와 한국야쿠르트가 비정상회담 방송 시간대에 방영될 광고 노출을 중단하겠다고 알렸고, 이 프로그램에 제작지원을 하고 있던 카카오 또한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 비정상회담 페이스북에 올라온 1차 사과문.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논란이 된 28일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일일비정상 일본 대표의 등장 배경음악으로 부적절한 음원이 사용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음악 작업 중 세심히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이며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좌측 중간에도 ‘부적절한 음원 사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새겼으나, 일부에선 오히려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과하는 이유를 에둘러 표현하면서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JTBC는 바로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프로그램 제작의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언급했으나, 이 역시 ‘기미가요’를 사용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1회 방송 시 기미가요가 사용됐던 사실을 축소했다며 빈축을 샀다.

결국 31일 JTBC는 3차 사과문을 통해 “비정상회담 1회(7월 7일 방송)와 17회(10월 27일 방송)에 일본 대표 등장 시 기미가요를 사용해 국민 정서를 해치고, 또 시청자 여러분들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며 책임 프로듀서(연출자)를 보직해임 및 경질하고,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채택한 프리랜서 음악감독에 대해서도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업무계약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에 걸친 사과 과정에서 불거진 시청자들의 지적 사항을 수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 비정상회담 페이스북에 올라온 3차 사과문. 앞선 사과문에서 지적됐던 내용들을 보완하고, 담당pd 경질 및 프리랜서 음악감독 계약 파기 등을 밝히고 있다.

“폐지까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자들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단호한 모습을 보여 다시금 역사의식을 다잡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폐지까지는 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미가요는 단순 한 번의 방송실수로 치부될 만한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기미가요 자체가 식민지배의 뼈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거다”라며 여전히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JTBC의 이번 이슈대응과 관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아마도 해당 이슈 자체가 이런 어마어마한 논란을 일으킬 거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며 “여론이란 게 정해진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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