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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커뮤니케이션학, 더 좁아진 ‘취업문’
위기의 커뮤니케이션학, 더 좁아진 ‘취업문’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1.04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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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Ⅰ] 어느 취준생의 하루…스펙전쟁, 쉬어도 쉬는 게 아냐

[더피알=강미혜 기자] 대학생들의 심각한 취업난은 커뮤니케이션학과도 예외가 아니다. 인문계열의 여타 학과보다 낫다고 ‘자위’ 해봐도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취업시장 체감온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기보다 전공과 무관하더라도 안정된 ‘직장’을 좇기에 급급하다.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커뮤니케이션학과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한 청년 구직자가 채용상담지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오전 11시께 눈을 뜬다. 머리가 지끈. 컨디션이 좋질 않다. 밤새 자소서 쓰느라 머리를 너무 썼나보다. 늦은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집을 나선다.

오후 1시 학원 도착.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다. 주 3일이라 큰 부담이 없어 좋다. 오후 7시 무렵 퇴근 준비를 한다. 반나절 내내 중딩들과 입씨름을 했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다. 버스 안에서 여지없이 헤드뱅잉하며 졸음과 사투를 벌인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다 됐다. 식사하며 뉴스를 보던 중 인문계열 취업률이 바닥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채널을 돌릴까 하다 숟가락을 놓는다. 방으로 가자.

컴퓨터를 켜고 새벽녘까지 쓰다 만 자소서 파일을 연다. 투닥 투닥 투닥. 몇 자 적지도 않았는데 배가 차서 그런지 슬슬 잠이 온다. 기분도 전환할 겸 노트북을 챙겨 근처 24시 카페를 찾는다.

벌써 꽤 많은 노트북족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력서 쓰고 채용일정 정리하는 같은 처지다. 커피 한 잔의 사치를 부리며 자소서 작성에 돌입한다. 새벽 1시 완료. 눈이 뻑뻑하고 어깨도 뻐근하다. 이번 자소서가 몇 번째더라… 하도 적다 보니 작문의 달인이 될 지경이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내일, 아니 오늘은 인적성과 면접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같이 했던 K에 이어 얼마 전 P도 취직돼 인원이 6명으로 줄었다. 괜히 마음이 울적해진다.

서울 소재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년생 ㅁ씨(25·여)에게 들은 ‘취준생 일과’를 대략적으로 구성해 본 것이다. 소위 ‘글빨’이 더 잘나오는 저녁시간에 자소서를 쓰기 때문에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밤낮이 바뀐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ㅁ씨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휴학한 상태다. 취업준비를 위한 ‘졸업유예’다. 그는 “졸업예정자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곳도 있고, 재학생 신분이면 아무래도 심적 부담이 덜하다”며 “일단은 6개월을 (휴학) 신청했지만 (취업) 상황을 봐가며 1년으로 늘릴 생각”이라고 했다.

취업준비로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게 민망해 학원알바도 시작했다. 밥값이나 차비 등 순수 용돈을 제외하고 토익비(듣기·읽기) 4만2000원, 오픽(OPIC·영어말하기시험) 7만8100원, 모스자격증 20만원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적지 않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취업전선에 뛰어든 이후론 부쩍 자존감이 낮아졌다. ㄱ씨는 “자소서도 쓰다보면 ‘되겠다’ 하는 감(感)이 온다. 그런데 상투적인 말로 내 이야기를 꾸며내는 게 정말 싫을 때가 있다”며 “이기적으로 내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생각이 들다가도 주변 시선과 부모님의 기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결국 대기업 채용공고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고 착잡해했다.

▲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ㅈ씨(26·남)도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그는 “(졸업)학점은 거의 다 채워서 지금은 취업준비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참석하는 스터디도 면접, 토론, 자소서, 독서 등 여러 개다. 휴학기간에 웬만한 자격증은 다 따놨고 지금은 영어학원만 다니며 틈틈이 자소서를 쓰고 있다. ㅈ씨는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지금은 쉬어도, 잠시 놀아도 불안하다. 졸업이 다가오니 불안감은 더 커지고… (취준생의) 현실이 이렇게까지 팍팍할 줄 몰랐다”고 힘겨움을 토로했다.

취업률 50%? 체감경기는 더 ‘싸늘’

취업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문계열의 경우 ‘인구론’(인문대 졸업생 구십퍼센트는 논(론)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10월 국내 4년제 일반대 졸업생의 건강보험 연계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열 취업률은 45.5%로 나왔다. 4년제 대졸 평균 취업률(54.8%)보다 9%P 가량 낮은 수치로, 취업이 비교적 잘된다는 공학계열(65.6%)에 비해선 20%P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체감하는 취업시장 경기는 이보다 훨씬 더 나쁘다는 게 취준생들의 중론이다.

▲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90개, 2014년 2월 졸업자(2013년 8월 졸업자 포함) 대상.

커뮤니케이션학과(신문방송학·언론정보학·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미디어영상학·미디어콘텐츠학·광고홍보학 등 유관 학과 및 학부 통칭)가 속한 사회계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실제 서울의 사립 A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갈 데가 별로 없다. 2~3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서류통과도 쉽지 않다”며 “최소한 애들이 면접이라도 볼 수 있어야지 (취업) 가능성이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KEDI 자료를 보면 사회계열 평균 취업률은 54.1%. 역시 졸업생 절반 정도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학과별로 보면 광고·홍보학이 51.8%, 언론·방송·매체학이 51.7%로 거의 같다.

그나마 사회과학대 내에선 커뮤니케이션학과가 ‘선방’하고 있다는 데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국·공립·사립대를 망라 많은 교수들이 타 학과에 비해선 커뮤니케이션학과 취업률이 낫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의 사립 B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취업시장이 이공계를 제외하곤 다들 어렵지 않나. 그래도 인문사회계열 평균을 놓고 봤을 땐 커뮤니케이션학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서울의 사립 C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우리학교만 놓고 보면 다른 인문사회계열 학과보다 취업률이 10~15% 가량 높다”면서 “사회과학대 내에선 커뮤니케이션 계열 학과가 실용학문에 속하다 보니 취업시장에서 유리하다”고 봤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준생들의 ‘스펙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통적으로 토익·토플과 같은 영어점수에다 한자·컴퓨터 등 각종 자격증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휴학은 기본이고 해외연수는 필수옵션이 된 지 오래다.

서울의 모 대학 광고홍보학과 4년생 ㅂ씨(26·여)는 “입사지원서에 여러 칸들이 있는데 하나라도 비는 게 없도록 하는 게 일차목표”라며 “학점, 토익점수만 높아서도 안 되고 자격증이나 교외활동, 연수경험, 수상내역 등이 골고루 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소서의 모든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는 특정 란에 ‘몰아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실력을 갖췄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ㅂ씨는 “해외어학연수도 웬만하면 다 다녀온다”며 “(취업) 스터디 9명 중에서 8명이 갔다 왔을 정도로 일반화됐다”고 덧붙였다.

▲ 대학생들이 이미지메이킹 등 취업에 필요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자소서 삼매경…못생긴 구직자 실종시대

인턴십도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방학 내지는 휴학기간에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좋은 자리가 나면 휴학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학교(교수) 또한 인턴십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 지방의 국립 D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방학 때 놀지 말고 2개월이라도 좋으니 유관직종에서 인턴 경력을 쌓으라고 수시로 강조한다”며 “실제 취업과정에서 인턴 경험이 가장 큰 스펙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의 경우 지난해 신입생부터 인턴십을 졸업 요건으로 의무화했다. 대학이 지나치게 취업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취업난을 방관할 수 없어 고안해낸 방책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광고·PR회사를 지망하는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은 각종 공모전에도 적극적이다. 공모전 수상 이력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설령 수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자소서에 쓸 만한 ‘스토리’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취준생 ㅈ씨는 “학교, 집, 도서관만 왔다 갔다 한 사람은 1600자 자소서에 도무지 채워 넣을 이야기가 없다”며 “(자소서에) 뭔가를 더 써넣기 위해 공모전에 도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고백했다. 하고 싶어서 공모전에 참가하기 보다는 해야 해서, 즉 ‘스펙쌓기용’이었다는 말이다. 스스로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지만 목적 없이 대학생활을 하면 취업할 때 힘들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이다.

요즘은 취업의 중요 스펙 중 하나로 ‘외모’도 빼놓을 수 없다. 익히 알려진 대로 ‘취업성형’을 하려는 이들도 상당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대 취업준비생 807명을 대상으로 취업 때문에 성형을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20.8%인 167명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취준생 ㅁ씨는 “성형까지는 몰라도 최근 면접 다녀온 친구들 얘기론 남녀 통틀어 못생긴 애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며 “면접에서 인상을 봐서 그런지 적어도 (인상이) 굉장히 안 좋다고 느껴질 정도의 사람들은 거의 못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2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4.2%가 지원자의 겉모습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할 정도로 취업시장에서 외모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C대 교수는 “예전엔 은행권 취업에서 남성우대 분위기가 다소 있었는데, 지금은 면접 갔다 온 남자애들 말이 ‘예쁜 스펙’이 남자 위에 있다고들 한다”며 “점점 그 말이 농담처럼 안 들린다. 사회가 원칙이 없어지는 듯하다”고 혀를 찼다.

이러한 시대흐름을 반영해 지방의 사립 E대는 대학면접에서도 외모를 본다.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학과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E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나도 몸매관리를 한다. 하물며 한창 젊은 학생들이 자기관리를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래 얼굴이 예쁘지 않거나 체형이 비만인 경우라면 어쩔 수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리 과는 면접에서부터 외모를 본다”고 솔직한 얘기를 들려줬다.

뿐만 아니라 입학 후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를 주문한다. 일례로 수업시간에 슬리퍼를 신고오거나 화장을 안 한 여학생, 머리를 안 감은 남학생들이 눈에 띄면 집으로 돌려보낸다. 이 교수는 “사회진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단정한 몸가짐부터 습관화시키고 있다”며 “덕분에 우리학교에서 신방과 하면 제일 잘생기고 멋진 친구들이 많다고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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