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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쇼핑 시대?
주사쇼핑 시대?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4.11.12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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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웰빙음식 먹듯 주사맞기, 부작용 경계해야

[더피알=유현재] 다양한 주사들이 유행의 수준을 넘어 일반화되고 있다. 독감 예방주사와 같이 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특정 시기가 되면 접종하던 주사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병원에 가면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형형색색의 광고판에 재미있는(?) 주사들이 적극적으로 소개되며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각종 비타민주사에 미백주사, 백옥주사, 물광주사, 마늘주사, 살빼기주사, 염증주사, 감초주사, 칵테일주사, 은행주사, 윤곽주사 등 그 숫자를 꼽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들 주사 가운데 아직 한 가지도 경험해보지 않은 소위 ‘저관여’ 필자에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효과, 즉 광고하고 있는 숱한 주사의 장점들이 실제로 얼마나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러한 주사들은 병원 내부의 포스터를 포함한 각종 광고물들과 인터넷 웹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왕성하게 홍보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사 홍보에 사용되는 메시지는 해당 주사가 마치 직접적 치료제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의 완화나 특정한 질병을 위한 예방 차원으로 설명돼 있기도 하지만, 대단히 즉각적인 효과를 약속하기도 한다. 마치 주사를 안 맞으면 몸에 큰 이상이 날 것처럼 과장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사실 특정한 질환을 안고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일단 육체 및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든 상태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신이 약해진 분들이라는 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병원 곳곳에 붙어있는 주사광고를 보자면, 비록 병원에 오기 전에는 주사들에 대해 고려하지도 않던 환자들이라도 너무나 쉽게 주사 맞기를 결심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형형색색의 광고판, 각양각색의 주사들

현재 각 병원에서 각종 주사광고에 애용되는 소구방법과 정보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찬찬히 읽어보면 너무나 일반적인 증상들, 즉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웬만하면’ 해당될 수 있는 사안들을 접종의 이유로 적어놓은 것이다.

소화불량, 가슴 답답, 피곤함, 심신피로, 정기적 변비, 속쓰림, 눈이 침침, 허리 뻐근 등의 증상들을 나열하면서 특정한 주사들이 시원하게 해결해줄 것이라고 유혹하고 있다. 그래서 주사들이 대체로 별 다른 복잡한 검사 없이, 마치 사람들이 색다른 웰빙 음식을 선택해서 먹는 것처럼 ‘가벼운’ 결정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 요즘 병원에 가면 각종 주사 맞기를 권장하는 형형색색의 광고판이 즐비하다. 사진은 미용 목적의 여러 주사를 홍보하고 있는 병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사실 주사를 포함한 명백한 의료행위는 사람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지극히 이성적이고 진지한, 그리고 가용정보를 풍부하게 습득해 가장 합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사람들의 뇌 기능 가운데 논리와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인 중심경로(Central Route)를 주로 활용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주사 맞기를 설득하는 과정을 관찰해 보면, 사람들이 가진 중심적 경로보다는 소위 주변경로(Peripheral Route)를 사용해 감정에 치우치거나 비교적 단순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도록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결정 과정은 빈번한 구매가 이뤄지는 생활용품이나 저가식품 등 저관여 상품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관찰되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환자를 소비자로 만드는 주사의 유혹

상기 주사들은 주로 동네에서 자주 다닐 수 있는 중소형 병원에서 자주 관찰되며, 사람들은 ‘환자’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소비자’ 마음으로 ‘주사를 구입’하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어른들 대상의 주사들도 많지만,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각종 주사들도 대단히 다양하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최소의 도움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쉽게 무장해제 되곤 한다. 해당 주사가 정말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많은 연구들과 임상에 의해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됐는지 등에 대해 파악한 다음 접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주사를 권유하고 접종하는 것은 위법도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주사란 병원이 행하는 명백하고 중요한 의료행위인 만큼 각 주체들은 그들이 시행하는 주사들의 장점과 필요성, 부작용, 정확한 효능 등 제반사항에 대해 지금보다는 더욱 자세하게 명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관계 기관들도 작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 및 규제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당사자인 의료 소비자들의 책임도 막대하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관련된 사항 저관여 소비는 지양해야 한다. 극도의 깐깐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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