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팬티만 입고 지하철 타는 영상’
전문가들이 본 ‘팬티만 입고 지하철 타는 영상’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1.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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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드 히어로즈’ 캠페인…“선정적이다” vs "아이디어 굿“

[더피알=안선혜 기자] 바지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우르르 지하철을 타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들이 유일하게 착용한 하의는 다름 아닌 요실금 팬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먼저 입었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유한킴벌리의 디펜드 히어로즈 캠페인 영상이 공개와 동시에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일 공개된 이 영상은 요실금을 부끄러워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가 먼저 디펜드를 입었다는 콘셉트로 제작, 요실금팬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비록 연출된 영상이긴 해도 실제 요실금 환자를 가족으로 둔 일반 소비자도 두어명 참여했고, 해당 캠페인 기획자도 과감히 바지를 벗어던졌다.

“요실금은 우리나라 중년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겪고 있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나, 3%만이 요실금 전용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그분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하의를 벗은 설정은 선정성 논란을 불러왔다. ‘하의 실종 광고’라는 꼬리표까지 붙은 상황. 한국 사회 통념상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속옷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요실금은 중장년층에게 발생빈도가 높은 질병인데 굳이 젊은 여성들까지 옷을 벗어야 했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이번 영상에 앞서) 이미 이충희·최란 부부가 등장하는 TV광고에서 이충희 씨가 부인을 위해 하의를 탈의하고 디펜드를 착용한 모습이 나오고 있다”며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이번 영상 역시) 괜찮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콘셉트 자체가 남편이 아내에게 딸이 엄마에게 디펜드 착용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보니, 피치 못하게 젊은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 디펜드 히어로즈 캠페인 영상 캡처.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은 양분되는 모습이다. 영상의 취지에 공감하며 지지를 보내는 입장과 굳이 자극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했냐는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한 누리꾼은 “굳이… 라는 표현이 맞겠죠?”라며 과하다는 반응을 나타낸 가운데, 다른 누리꾼은 “다 벗은 것도 아니고 생각이 좀 바뀌어야 한다.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니 더 그래 보이는 것”이라며 외설적인 관점에서 보는 시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광고 및 PR계 종사자 및 전공자에게 ‘디펜드 히어로즈’ 캠페인 영상의 선정성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희복 상지대 교수
“선정성에 대해서는 맥락과 사회적 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 노출 면적이 넓다고 모두 선정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 영상에서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자면 디펜드라는 제품 자체는 연령이 있는 분들이 사용하는 제품인데, 타깃에 맞는 모델이 등장한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조재성 이노션 국장
“(유한킴벌리는) 공익적 캠페인을 잘해왔던 회사고 소비자들도 깨끗한 회사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런 파격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데서 오는 충격여파가 더 컸던 것 같다. 온라인 게임 회사에서 개최하는 오픈 베타 이벤트 등에서는 더 노출도가 심한 분장들도 하지만, 거기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유한킴벌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좋은 이미지가 오히려 패널티로 작용한 것 같다. 다만 제품의 주고객층과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 간 연령 불일치가 존재한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컨설턴트
“선정성이란 건 주관적이다. 유한킴벌리 정도의 회사라면 이런 논란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도덕적·윤리적 선을 크게 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선정성 논란보다 온라인 가십성에 더 큰 가치를 둔 것 같다. 노이즈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아이디어 자체는 요실금 제품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좋은 것 같다.”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박정우 학생(24)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더하기) 더피알 편집국
“표현 방식이 다소 놀랍기는 하나, 영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메시지 전달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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