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공간 속 디지털
영감을 주는 공간 속 디지털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4.11.13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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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기능 중심에서 가치 창출로

[더피알=신현일] 사용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지속 사용가능하며 공간과의 어울림이 있는 ‘공간 속 디지털’은 기능(Function)이 아닌 가치(Value)로써 평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로 새로운 공간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례를 공유한다.

inamo
디지털 식탁으로 셰프와 소통

런던 소호(SOHO)거리는 외국인이 서울의 인사동 거리를 한번쯤 방문하는 것처럼 꼭 들러보는 여행 필수 코스다. 그런데 첨단이라는 키워드와는 조금 멀어 보이는 이 소호거리에 디지털을 품은 레스토랑이 있어 화제다.

바로 2008년 ‘세계 최초의 쌍방향 주문 방식 레스토랑(World’s First Interactive Ordering Restaurant)’이란 타이틀을 걸고 문을 연 디지털 레스토랑 ‘이나모(inamo)’다.  

▲ 이나모의 모든 식탁은 식탁보가 깔려 있지 않고 pvc 재질의 테이블 위에 동그란 나무쟁반과 일본식 젓가락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사진출처: main course | flickr

이나모의 모든 식탁은 식탁보가 깔려 있지 않고 PVC 재질의 테이블 위에 동그란 나무쟁반과 일본식 젓가락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흔히 빔 프로젝터라고 하는 영상송출장치를 천장에 설치해 메뉴를 식탁에 화상으로 쏴주고 그 화상을 고객이 터치해 음식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또한 주문하고 남은 시간엔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쉐프 캠(Chef’s Cam)이란 서비스를 통해 주방에서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원하면 주방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도 제공해 진정한 쌍방향을 구현하고 있다. 음식의 맛 또한 훌륭해 영국 푸드채널에서 몇 차례나 음식 맛만으로 런던을 대표하는 식당으로 소개됐다.

이나모에 적용된 기술은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난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그러나 흔한 상업공간에 디지털 아이디어를 적용, 이용자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는 면에서 공간의 크기와 인테리어에 열광하는 우리에게 목적에 충실한 아이디어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DDP
곡선의 디지털이 만든 새로운 풍경


동대문운동장은 국내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의 땀이 어려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적 공간이다. 그런 추억이 깃든 공간이 2008월 5월 ‘굿바이 동대문운동장’ 행사를 끝으로 철거작업에 들어갔고, 그 자리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의 초대형복합건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들어섰다.
 
세계적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는 ‘환유(換喩)의 풍경(風景)’이라는 콘셉트로 한국적 전통과 끊임없이 변모하는 디자인의 미래를 DDP에 투영했다. 

▲ ddp에는 건물 내·외부에 다양한 디지털 정보기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직각, 직선, 정방향적인 인위적 건축물 보다는 비정형, 비대칭, 곡선처럼 자연에 가까운 형태로 디자인했다. 우주선이 연상되는 건물 외관은 4만5133개의 알루미늄 패널과 최첨단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설계기법, 메가트러스(Mega-Truss, 초대형 지붕트러스)와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 3차원 배열) 구조로 건축돼 열린 공간들이 주고받으며 물이 흘러가듯 이어지는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DDP에는 건물 내·외부에 다양한 디지털 정보기기가 설치돼 있는데 키오스크(KIOSK) 26대, DID패널 13대, 무인발권기 14대, 멀티비전 5대, 이미지월 1세트, 빛 퍼포먼스 1세트, 스피드게이트 7세트 및 프로젝터를 이용한 안내 사인(sign) 5세트 등이다. 아마도 단일 공간으로는 국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디지털기기가 있는 듯하다.

무수히 많은 디지털 기기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기기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였다. 확인 결과 관리자의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모든 기기들을 전원부터 콘텐츠 체크까지 제어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리소스로 유지·보수가 가능한 솔루션이 구축돼 있었던 것.

또 동일한 기기더라도 공간의 디자인을 고려해 지주식, 벽체형 등 최대한 자연스럽게 디지털이 공간에 녹아들어가도록 조형미를 고려한 부분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밖에도 터치감을 살린 콘텐츠 인터랙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로 진행한 DID 아트워크 콘텐츠, 동작인식 센서를 접목시킨 멀티비전의 모션 콘텐츠들은 최신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의 훌륭한 결합이라고 칭할만하다.

혹자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이라는 혹평과 막대한 전기소모, 공간사용의 목적성 등을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건축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은 숙제는 전문가와 관리 주체의 몫이겠지만 공간에 대한 가치는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가꾸어 나갈 수 있다.

Hunt Library
전통 기능과 첨단 가치를 동시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 State Univer­sity)의 헌트 도서관(Hunt Library)은 공간의 명확한 정체성이 눈에 띄는 공간이다. 4대째 주지사를 역임했던 제임스 헌트(James Hunt)의 이름을 따 지난해 4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공공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디지털스페이스(Digital Space)를 구축하고 있는 곳이다.
 

▲ 미래형 도서관을 표방하는 헌트도서관은 첨단 시설로 혁신적인 디지털스페이스를 구축했다. 사진출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도서관 홈페이지

헌트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스템은 5층에 설치된 북봇(BookBot)이라 불리는 자동도서운반시스템이다. 200만권의 방대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가상 브라우징을 통해 서가를 검색하고 버튼만 누르면 5분 내로 원하는 책을 찾아준다.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스터디룸에는 녹음시설, 비디오와 음악제작시설, 대형스크린, 조명시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의 미디어장비를 보유했고, 시각강의연구실(The Teaching and Visualization Lab)은 24m나 되는 세 벽면에 대형 프로젝터가 설치돼 있어 프레젠테이션, 3D시뮬레이션, 소셜네트워킹, 빅데이터, 게임리서치 등이 이용 가능하다.

창의력 스튜디오(Creativity Studio)는 3D프로젝터, 비디오컨퍼런스,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을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미래형 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는 헌트 도서관은 이러한 최첨단 시설과 함께 레인가든열람실(Rain Gar­den Reading Lounge), 조용한 열람실(Quite Reading Room), 110컬러로 만들어진 80종의 다양한 의자를 통해 디자인적 색채를 입힌 전통적 도서관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단순히 고가의 화려한 디지털장비를 도서관에 설치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업능률과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올라가는 건 아닐 것이다. 항상 사용자 관점에서 공간별로 목적성에 부합하는 디지털 접목이 이뤄져야, 비로소 공간의 진정한 정체성이 실현될 수 있다. 
 


신현일

트라이앵글와이드 전략기획본부 이사

브랜드컨설턴트를 거쳐 3년 전 험난한 IT업계에 발을 내딛어 전략기획을 맡고 있으며 브랜딩과 디지털업계를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서바이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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