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性의 ‘묘한 동거’
마케팅과 性의 ‘묘한 동거’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1.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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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마케팅 전문 나인팩토리, 섹스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 병행

[더피알=안선혜 기자] 소셜마케팅과 섹스. 상당히 이질적인 두 개 키워드가 한 지붕 아래 동거를 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 회사 나인팩토리인터랙티브(이하 나인팩토리) 얘기다. 이 회사는 지난 6월부터 섹스 콘텐츠 플랫폼 ‘레드홀릭스’ 운영에 돌입했다. 10년 이상 바이럴 마케팅을 해오던 회사가 섹스 콘텐츠란 전혀 다른 비즈니스를 시작한 결코 흔치 않은 케이스다.

▲ 레드홀릭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나인팩토리의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는 백상권 레드홀릭스 대표는 진작부터 온라인상에서 ‘섹스’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블로거들 사이에선 ‘섹시고니’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다.

백 대표는 “섹시고니 이름으로 섹스에 대한 담론을 수년 간 블로그에서 펼쳐왔고, 2008년부터는 팟캐스트에서 ‘토크 온 섹스’라는 방송도 진행했다”며 “매주 한 명씩 전문가 혹은 일반인을 섭외해 성(性)에 대한 인터뷰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많이 쌓였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섹스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니즈를 분명히 느꼈다”고 레드홀릭스 오픈 배경을 밝혔다.

시장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비즈니스적 판단도 작용했고, 성에 대한 담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는 사회적 명분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설명을 감안해도 해당 사이트의 콘텐츠 수위는 다소 센 편이다. 1000개가 넘는 섹스 관련 내용 가운데 체위라든지 칼럼의 옷을 입은 노골적인 무용담(?) 등이 이미지와 함께 올라와 있다. 현재 레드홀릭스의 일 방문자수가 5~10만 정도로 꽤 높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슈파이팅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인다.

기본적으론 성인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지만, 인증 없이도 볼 수 있도록 오픈된 것도 다수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1차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받기도 했다.

바이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나인팩토리의 주 고객들은 병원이다. 섹스와 성(性)에 대한 담론이 아직 활발하지 않은 한국적 상황에선 기존 고객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는 일. 이런 이유로 그간 레드홀릭스 운영 사실을 드러내놓고 알리진 않았지만, 차츰 레드홀릭스에 전념하는 쪽으로 두 개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사이트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 콘텐츠 수위를 놓고 불쾌하다는 반응 등도 있다. 성인 인증 없이 성인용 콘텐츠를 일부 노출시킨다는 점, 또 페이스북이란 개방된 플랫폼을 통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실제 레드홀릭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콘텐츠 홍보나 사이트 유입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SNS 특성상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원치 않아도 친구를 맺은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하게 되면  반강제적으로 콘텐츠를 볼 수밖에 없어, 페이스북을 통해 청소년 대상 성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관련기사:  당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장식하는 ‘성(性)’)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백 대표는 “일단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노출 범위를 설정할 때 미성년자는 볼 수 없도록 설정해 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입 시 메일 링크 외 별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 페이스북 정책상 청소년에게 노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자사 가이드라인 근거, 나체 또는 성적으로 외설적인 콘텐츠는 자체 모니터링 및 이용자들의 신고를 통해 삭제한다. 그럼에도 12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가입자의 활동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성인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유통시키는 채널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시도들이 비일비재하다.

성에 대한 담론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건설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레드홀릭스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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