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회적기업 탄생하려면?
한국형 사회적기업 탄생하려면?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1.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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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단 질…자생력 높이는 생태계 조성 뒷받침돼야

[편집자주] 결코 유쾌하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을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로 사회적기업 운영에 나선 이들이다. 모바일에서 키워낸 나무를 실제 몽골땅에 옮겨 심는가하면, 달콤한 쿠키를 팔아 발달장애인의 고용을 창출하기도 한다. 2007년 국내 첫 도입 이후 벌써 1000여개를 넘어선 사회적기업. 사회적 경제 영역에 속하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 유사 사회적기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아직 자생력이 약한 현실적 한계는 존재하지만 이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적 가치에 귀를 기울여 본다.

① 한국형 사회적기업 탄생하려면?
② “쓰지 않을 거야, 커피도 인생도”- 내일의 커피
③ “곰들이 만들 더 나은 세상” - 베어베터

④ “게임만 했을 뿐인데 나무 48만그루가” - 트리플래닛

[더피알=안선혜 기자]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사회적기업을 소개할 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다. 사회적기업은 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 서비스 제공, 각종 사회문제 해결, 지역 통합, 일자리 창출 등이 주된 목적이다.

다만, 앞의 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기업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관으로 한정해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실제 국내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주관하는 기관 또한 고용노동부다.

지난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에서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유사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자격 조건이 되지 않는 기업에서 사회적기업을 빙자해 그 가치를 떨어뜨릴까 하는 우려에서다. 법안에 명시된 대로라면 과태료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지만, 아직 관련 신고는 접수된 바 없다는 게 고용노동부 측의 이야기다.

적자내는 인증기업, 인증 못받는 육성기업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해 1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인증된 사회적기업은 총 1012곳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인증받은 기업 수는 50개였는데, 7년 사이 200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데는 보통 두 달 가량이 소요되는데, 인증 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지원사업에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일단 재정 면에서는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일자리창출사업,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개발비지원사업, 근로자 고용 시 사업주가 부담해야하는 4대보험료를 일부 경감해주는 사회보험료지원사업 등 크게 세 개 축이 있다.

간접 지원사업에는 경영컨설팅과 판로구매가 있는데, 경영컨설팅 지원사업의 경우 사회적기업에 직접 지원되는 형태가 아닌 그와 연계된 컨설팅기관에 지원을 해서 사회적기업의 교육비용으로 쓰도록 한다.

사회적기업은 인증제도가 시행된 이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 성장에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의 과반수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 사회적기업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경영실적을 보고한 사회적기업 744곳 중 83.3%인 620개 기업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16.7%에 달하는 124개 기업만 영업이익을 냈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도 결과가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4년(2011~2014.6)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1363개팀 중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팀은 123개로 9.0%에 불과했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팀은 0.6% 수준인 8개팀뿐이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사업의 목표를 사회적기업 인증이 아니라 창업(근로자 1명 이상, 수익금 유무)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옴에 따라 창업 이후 사후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현재 사회적육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사회적기업가는 지원금에 목을 매게 되는 한국적 상황에 대해 개선을 요하기도 했다. “출발은 정부의 지원금 덕에 시작했지만, 지원금이 평생 가는 건 아니”라는 그는 “지원금이 나오는 데만 초점을 맞춰 쓰다 보니 지원금이 끊기고 났을 때 잘 안 되는 사회적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개선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자체를 만들어주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령 일정 부분 경쟁력을 갖춘 사회적기업들에게 공공기관 물량을 할당해 주는 방식 등이다.

이와 관련, 차길환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사무관은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사면 가점을 주거나, 온라인 매장 설치, 혹은 백화점 부스 입점 등을 추진해 판로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과의 협업, 새로운 가치 창출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지난 5월 한화b&b와 진행한 브릿지스파크 현장. (사진출처=사회적기업진흥원 se파트너십)

최근엔 사회적기업이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시도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사회적기업과 협력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1사 1사회적기업’ 캠페인으로, 기업에서 원하는 방식의 협력 제안서를 제출하면 SE파트너십에서 적절한 사회적기업을 찾아 매칭시켜준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기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콘셉트 제시만으로 적절한 협력 대상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육미혼모 4명이 만든 사회적기업 용감한컵케이크와 CJ푸드빌 뚜레쥬르의 협력, SK텔레콤과 공신닷컴의 협력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사회적기업과의 매칭으로 기업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이미지를 얻었다면, 사회적기업들에게는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한 ‘브릿지스파크’가 그것.

브릿지스파크는 일반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는 일종의 프로보노 활동으로, 기업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적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는 지난 5월 한화B&B에서 사회적기업 카페와 청년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경영노하우와 운영전략을 공유한 데 이어, 지난 7월엔 우리은행이 사회적기업의 재무클리닉을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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