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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했을 뿐인데 나무 48만그루가”
“게임만 했을 뿐인데 나무 48만그루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1.24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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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③] 모바일과 소셜로 숲 만드는 ‘트리플래닛’

[편집자주] 사회 문제 해결, 지역 통합, 일자리 창출…. 사회적기업이 관심을 둘 만한 사회적 가치는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제 막 사회적기업을 향한 레이스에 들어선 이들과 이미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관록의 기업, 인원은 적으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곳 등 각 기업이 처한 상황 또한 다르다. 서로 닮은 듯, 또 다른 듯한 사회적기업 세 곳을 만나봤다.

① 한국형 사회적기업 탄생하려면?
② “쓰지 않을 거야, 커피도 인생도”- 내일의 커피
③ “곰들이 만들 더 나은 세상” - 베어베터
④ “게임만 했을 뿐인데 나무 48만그루가” - 트리플래닛


▲ 정민철 트리플래닛 총괄이사.
[더피알=안선혜 기자] “방금도 숲을 둘러보고 왔어요.”

트리플래닛은 ‘게임을 통해 나무를 심는다’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소셜벤처(social venture)다. 사용자들이 게임에 참여하면서 미션을 성공시키면 실제로 이 회사에서 제휴를 맺은 각지에 나무를 심는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은 두 가지 버전. 가상의 나무를 키우는 육성형 게임과 몬스터들에게서 나무를 지켜주는 디펜스(defense) 게임이다.

이 회사는 나무를 심는 것뿐 아니라 2년 동안 심은 나무의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사용자들에게 보고한다. 인터뷰가 잡혀 있던 이날도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는 3년 전 태풍으로 완전히 손실됐던 매봉터널 위 도곡공원을 다녀왔다. 트리플래닛은 이곳에 2개의 숲을 조성했는데 토끼도 뛰어다니고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선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연신 감탄했다.

직원이 8명뿐인 이 회사에서 지난 4년 간 세계 9개국서 심은 나무는 48만 그루에 달한다. 나무를 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 게임의 파트너 기업에서 담당을 한다. 게임 내 배경 혹은 아이템 등에 PPL 형태로 기업 광고를 수주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매출은 8억4000만원. 한화, 더블에이, 도요타 등은 3년 장기 계약을 맺은 메인 파트너다. 한화에서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반사막화 캠페인 ‘태양의 숲’도 트리플래닛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김형수 대표와 정민철 총괄이사는 지난 2008년 병역 근무 중 만나 트리플래닛 아이템을 기획하게 됐다. 두 사람은 본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군대 안에서 함께 텃밭을 가꿀 정도였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환경 다큐멘터리를 찍어왔고, 정 이사는 LA에서 애니메이션과 영상 쪽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영상과 환경이라는 나름의 공통분모가 이들을 의기투합하게 했다. 2010년 제대 직후 사업 계획을 구체화해 같은 해 9월 트리플래닛을 창업했다.

현재 트리플래닛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95만건. 한창 진행 중인 ‘학교대항전’이 끝나면 100만 다운로드를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교대항전은 학교별로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학교 명의로 청계천에 나무를 심어주는 이벤트다. 트리플래닛의 취지를 높이 산 구글이 무료로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와 나무 간 애착 관계 형성

요즘 이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스타숲 조성’이다. 스타의 팬들이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만드는 사업이다.

과도한 조공(팬들이 스타에게 전하는 선물) 대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팬 문화를 만든 셈이다. 걸그룹 2NE1을 시작으로 소녀시대, 동방신기, 영화배우 하정우 등 다양한 스타들의 숲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K팝스타들의 경우 해외 팬들의 참여로까지 이어지면서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이효리 스타숲.

최근엔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의 첫째 아들 션 햅번 페러가 이메일을 통해 스타숲 조성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스타숲 모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 가량인데, 션 햅번은 이 이상의 큰 금액을 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트리플래닛은 학교숲 모델을 새로 구상 중에 있다. 나무가 필요한 초등학교를 제보 받고 선정된 학교에 숲을 조성해 주는 사업이다. 네이버 해피빈에서 의견을 모은 학교숲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은 중국인 학생 비율이 높고 최근 학생수가 4분의 1로 줄어든 신도림역 근처 초등학교다. 이번 시범 조성이 잘 이뤄지면 차차 그 수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대학교에서는 이미 한 차례 유사한 사례로 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 김 대표의 모교인 한동대에서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학교숲 조성을 시작해 재학생들과 협력해 동문, 지역 유지, 기업 등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펼치고 나무를 심었다.

당시 리더 활동을 했던 학생은 현재 트리플래닛의 인턴으로 들어와 있다. 리크루팅에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고대, 연대, 건대 등 서울권에 있는 학생들과 연합해서 학교숲을 준비하고 있다.

트리플래닛이 이렇듯 일반인들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건 더 많은 이들이 나무를 심는 일에 애정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저희는 트리플래닛을 게임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재미있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 내는 회사로 구상했어요. 내 나무를 심고 보내는 걸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게임을 고안해 낸 것입니다.”

정 이사가 조성된 숲의 현황을 사용자들에게 알릴 때 나무에 캐릭터와 성격을 부여해 말하는 것도 친근감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간혹 답장을 보내오는 이들도 있는데, 정 이사는 친절하게도 손수 쓴 답장으로 화답한다.

글로벌 인증, 글로벌 스타의 힘

트리플래닛은 국내기업 중엔 두 번째로 미국의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인 B-Corp(Benefit Corporation) 인증을 받았다. 인증 점수도 140점 만점에 120점으로 꽤 높은 편이다.

사내 문화, 환경 기여도, 매출 대비 사회적 환원 지출 등 상당히 까다로운 여러 조건들로 평가 받아야 하지만, 트리플래닛이 B-Corp 인증을 택할 수밖에 없던 건 국내 사회적기업 인증이 저소득층이나 사회약자 고용 창출 모델에 너무 집중돼 있어서다. 고용 창출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기 원하는 기업들이 해외 인증 제도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몽골 현지 어린이들이 트리플래닛의 현수막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향후 크라우드펀딩을 계속 시도할 계획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돈을 내고 나무를 심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나무도 상품처럼 판매하고, 내 나무라는 개념을 갖게 하면 더 소중히 여기고 가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용자들에게 피드백은 절실하다. 내가 심은 나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매 식재(植栽) 때마다 보고용 영상과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는 연말에는 연간 보고서도 발간할 계획. 수치와 그래프만 있는 딱딱한 보고서가 아닌 잡지 형태의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

“나무는 아파트와 같아요. 여기서 다람쥐도 왔다 갔다 하고, 새들도 집을 짓고, 수십 수천 마리 동식물의 집이에요. 나무 하나가 없어지면 수많은 생명체들이 집을 잃게 됩니다.” 30년 후 50년 후를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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