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정규직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1.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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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차별 없애랬더니, 정규직을 비정규직 만드는 정부

26일 종합일간지 사설 중 눈길끄는 이슈는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다. 정부가 다음달 내놓을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규 채용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용자가 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거나 사업장 실정에 맞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경영이 당장 어렵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주요 신문 사설들은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찬반이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국가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으며,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의 양보가 필수적”이라고 정책 도입을 옹호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정규직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하겠다는 정부는 황당하다”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정규직의 정리해고를 연계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불순하다. 정규직의 자원을 빼앗아 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26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한 건설노동자가 공사장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뉴시스

<주요 신문 사설>(26일 조간)

▲ 경향신문 = 정부,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꿈도 꾸지 마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 민주주의의 미래 /우려가 현실이 된 시간제 일자리 부작용
▲ 국민일보 = 예산안 처리시한 엄수는 국민의 명령이다 /軍장비 국외에서 들여올 땐 검수도 안한다니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장 인선에서 손 떼라
▲ 동아일보 = 통진당 해산여부, 대한민국 국민의 시각으로 결정하라 /"북핵은 약소국 무기"라는 靑교육문화수석 사퇴가 옳다 /아파트 경비원들 해고사태 부른 최저임금제의 역설
▲ 서울신문 = 예산안과 현안 연계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자 /지방의 협치, 중앙의 상생정치로 확산돼야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실험 度 넘었다
▲ 세계일보 = '김영란법' 껍데기로 만들어 '국가혁신' 하겠다는 건가 /북핵 옹호한 수석 두고 북핵불용론 펼 수 있나 /명퇴수당 챙기고 기간제로 일하는 얌체 교사들
▲ 조선일보 = 朴 대통령 '섬뜩한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줘야 /'박원순法' 굴러가는데 '김영란法'은 어디서 썩고 있나 /'정규직 過보호' 깨지 않고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 풀겠는가
▲ 중앙일보 = 가계부채 놔두고는 경제 못 살린다 /통탄할 부실 통영함 투입…비리는 철저히 수사하라 /'안구마우스' 보조공학, 약자 배려이자 신산업
▲ 한겨레 = 민주주의 침해ㆍ훼손 더 우려되는 '정당해산 심판'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사태는 없어야 한다 /경기도 연정, '상생 정치'의 출발점 되길
▲ 한국일보 = 해법 찾은 누리과정 갈등, 예산안 제때 처리해야 /정규직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하겠다는 정부 /지방정부發 상생ㆍ협치 정치실험을 주목한다
▲ 매일경제 = 정부와 韓銀, 디플레이션 처방 모범답안 내봐라 /금융권 횡행하는 '서금회' 특혜說 한심하다 /미성년자 성추행범에 악용될 대법원 판결
▲ 한국경제 = 단두대 보낼 규제? 어떤 규제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파트 경비원을 실직으로 내모는 최저임금제 /부동산 3법 개혁, 정치타협으로 도루묵 되나

조선일보는 ‘'정규직 過보호' 깨지 않고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 풀겠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가 내달 발표 예정인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過保護)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균형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 후 일정 기간 사용자가 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거나 사업장 실정에 맞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우리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세계 86위, 정리해고 비용은 세계 120위로 거의 바닥권이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국가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임금이 정규직의 60%도 안 되는 데다 사회보험 혜택도 적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이런 정규직 과보호와 비정규직 차별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맞물려 있는 문제다. 정규직을 채용하는 데 따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을 늘려왔다.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만 강화하면 고용 경직성이 악화돼 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하고 일자리가 줄어들 위험이 커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비정규직 보호 대책만 내놓고 노동 개혁을 미룬다면 경제 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추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정규직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하겠다는 정부’라는 사설을 통해 “비정규직 보호대책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올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607만여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2.4%에 달한다. 임금은 정규직 대비 56%, 국민연금ㆍ건강보험 가입률도 30~40%대에 그친다. 더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으로 몇 년을 일해도 정규직이 되는 경우는 10명 중 1~2명에 불과해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방편으로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은 방향이 한참 틀렸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손쉬운 인건비 절감에만 매달려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늘려온 기업의 책임까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세계 최하위권인 ‘고용안전성’은 외면한 채 낮은 ‘고용유연성’ 순위만 들먹이거나 선진국의 탄탄한 사회안전망은 쏙 빼놓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만 끌어대는 논리도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노사관계뿐 아니라 복지와 교육, 성평등과 일·가정 양립 등 사회적 의제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다. 어느 한 편의 이익이나 한 요인만 앞세워서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만 키울 뿐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치열한 논쟁에 기반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법을 찾았다. 정부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정책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유명무실한 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정부,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꿈도 꾸지 마라’는 사설에서 “정부의 해고 요건 완화 검토 방침은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사유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폭넓게 해석하려는 재계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경영이 당장 어렵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재계 요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정규직의 정리해고를 연계하려는 정부의 의도도 불순해 보인다. 정규직의 자원을 빼앗아 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제로섬 게임 형태로 몰고가 갈등을 유발하려 한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의 고용 불안정성은 이미 오래전에 임계치에 도달한 상태다. 더구나 실업급여나 연금을 주조로 하는 사회안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권이다. 노동자는 기업과 함께 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기둥이지 경제 발목을 잡는 훼방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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