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정부·여당·언론 한목소리
‘노동시장 개혁’, 정부·여당·언론 한목소리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1.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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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고용시장 유연화…싫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28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노동시장 개혁 논의에 물꼬를 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6일 “정규직에 대한 법적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금 체계를 바꾸는 노사 간 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27일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성향 언론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관련 기사: 정규직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검토한다고 밝힌 직후 정부, 여당, 언론이 일제히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 정규직들에게 고임금·고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망국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는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현대중공업의 배부른 파업은 노동개혁이 절실한 이유 보여줬다”고 주장했으며, 세계일보의 경우 “노동시장 개혁은 어렵고 싫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경제지 또한  사설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이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매일경제는 “‘한국판 하르츠개혁(노동시장 유연화)’ 성공에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고, 한국경제는 “노동개혁은 강성 노조의 일탈을 걷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와 차별이 심한 것은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병폐인 것은 틀림없지만 거시경제 정책이나 사회안전망, 기업의 고용관행 등 총체적 결과로 봐야 한다. 정규직의 과보호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정부의 고용정책 실패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8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출입기자와의 만찬에서 “정규직 과보호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사설>(28일 조간)

▲ 경향신문 = 척박한 한국 언론 현실 외면한 'YTN 판결' /세월호 인양 논의에 속도 내야 한다 /불법 보조금 형사고발했다고 '호갱' 논란 사라질까
▲ 국민일보 = '가계빚 폭탄' 이대로 방치할 텐가 /中, 오만한 사드 간섭보다 북핵 해결 위해 더 노력하길 /학대받는 장애인 없도록 특단 대책 수립하라
▲ 동아일보 = 현대重 배부른 파업, 노동개혁 절실한 이유 보여줬다 /한반도 사드 배치, 중국대사가 간섭할 일인가 /이통사 처벌하면 '규제악법' 단통법 문제 감춰지나
▲ 서울신문 = 최경환식 해고완화 中企 근로자만 멍든다 /대학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하라 /목사는 세금 내지 않을 특권 어디서 받았나
▲ 세계일보 = 노동시장 개혁, 어렵고 싫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금리인하 효과 가로채는 은행…금융당국은 방조하는가 /담뱃세 인상, 얼렁뚱땅 해치울 일 아니다
▲ 조선일보 = 30세ㆍ27세 남매 손에 놓은 2500만 北 동포의 목숨 줄 /서울대, '10년 성추행 교수' 사표 받으면 그걸로 끝인가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희생 없이 高임금 가능하겠나
▲ 중앙일보 = 망국적 정규직ㆍ비정규직 격차, 방치할 수 없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눈을 떠 현실을 봐야 /이주여성의 비극, 되풀이돼선 안 된다
▲ 한겨레 = 결국 정권의 방송 장악에 손들어준 대법원 /'국민 우선'의 예산심의가 파행 막는 길이다 /'중소기업 기술 빼앗기' 이대로 둘 건가
▲ 한국일보 = '책임과 권한의 괴리' 더 커진 대기업 지배구조 /언론의 공적 이익에 소극적인 대법 YTN 판결 /인사청문회 개선안 국민 눈높이에 더 맞춰야
▲ 매일경제 = '한국판 하르츠개혁' 성공에 미래가 달렸다 /증시활성화 방안 機關자금 국내 몰빵 권장말라
▲ 한국경제 = 노동개혁, '87체제'의 일탈 걷어내는 것이 핵심 /금융위 잇단 헛발질, 이번에는 우리은행 매각에 재뿌리나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인 방통위의 이통사 고발

중앙일보는 ‘망국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방치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만 들끓고 있던 노동시장 개혁 논의에 물꼬를 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6일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연 것이 시발점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27일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노조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논의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노동시장 개혁 문제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느 정권이든 섣불리 건드리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였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거꾸로 노동시장 개혁이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라고 평가했다.

중앙은 “사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열악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난맥상이 집약된 핵심적인 사안이다. 우선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기 때문에 기업은 신규 정규직의 고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여력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정규직의 해고 요건이 어려운 데다 매년 올라가는 임금 등 인건비를 조정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고용·임금 경직성이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한국판 하르츠개혁’ 성공에 미래가 달렸다’라는 사설에서 “최 부총리가 노동개혁, 특히 정규직 과보호 시정을 통해 제조업을 살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백 번 옳은 방향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은 24.7%로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정규직 대비 2003년 71.6%에서 2014년 65.5%로 악화됐다. 고용률 70%라는 정부의 정책목표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노동시장 개혁은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 하르츠 개혁은 그런 측면에서 좋은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독일은 2003년 경제성장률이 -0.4%로 추락하고 실업률은 10%에 육박하자 2005년까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사회개혁에 나섰다. ‘어젠더 2010’이라는 이름으로 슈뢰더 정부가 추진한 이 개혁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과다한 복지 혜택 축소를 골간으로 삼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삭감되는 임금 60%를 정부가 기업에 보조하는 방식으로 ‘미니잡’을 만들어 단기 근로자 고용을 확대했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32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해 장기실업자의 재취업도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현대重 배부른 파업, 노동개혁 절실한 이유 보여줬다’는 사설을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울산공장에서 27일 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조선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올 들어 9월 말까지 3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는데도 노조는 붉은 띠를 두르고 나섰다. 현대중 노조원 1만8000명의 두 배가 넘는 4만여 하청업체 직원들이 볼 때 이들의 파업은 ‘배부른 파업’일 뿐이다. 비슷한 일을 해도 임금은 현대중공업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지만 그래도 취직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서는 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경제 침체로 회사가 어려운데도 막무가내로 파업하는 현대중 정규직 사원들을 보면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가 607만7000명이다. 근로자 3명 중 1명이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기업에선 정규직 근로자들이 강성 노조로 똘똘 뭉치니 인력이 필요하면 비정규직을 늘리는 편법을 쓴다. 오죽하면 ‘비정규직의 적은 회사가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라는 얘기가 나오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희생 없이 高임금 가능하겠나’라는 사설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실력행사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생떼를 부리기 일쑤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근로자는 1만5000명인 데 비해 비정규직 사내 하도급 근로자는 3만여명에 달한다. 정규직을 고용하는 데 따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비정규직 채용만 늘려온 결과다.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 정규직들에게 고임금·고(高)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최경환식 해고완화 中企 근로자만 멍든다’라는 사설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와 차별이 심한 것은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병폐인 것은 틀림없지만 거시경제 정책이나 사회안전망, 기업의 고용관행 등 총체적 결과로 봐야 한다. 정규직의 과보호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정부의 고용정책 실패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기업의 이익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에 비해 약 7.4% 포인트 낮은 6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기업만 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49.9%까지 떨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건비를 더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양질의 일자리로 남아 있던 정규직마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밥그릇을 빼앗기는 순간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각종 규제를 걷어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 가겠다던 MB식 친기업 정책이 고용효과 없이 일부 대기업들의 배만 불렸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 부총리의 나눠 먹기식 해법이 법적·제도적 손질로 이어질 경우 보호막이 미약한 근로자들만 피해를 볼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의도하는 고용 증가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가계소득 증대 등의 낙수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자고 정규직 해고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근시안적 고용 정책이다”라고 우려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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